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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분비대사질환 삼각고리 비만-인슐린저항성-이상지질혈증까지

기사승인 [77호] 2019.08.08  13: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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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부비만 증가 따라 인슐린저항성에 의한 제2형당뇨병↑

복부비만, 고혈당, 높은 중성지방(TG), 낮은 HDL콜레스테롤(HDL-C)은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주요 인자들이다. 여기에 고혈압까지 포함해, 3가지 이상이 특정 기준을 넘어서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1세기 전후 10년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도 30% 내외에서 정점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복부비만,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의 과도한 상승이 우리나라 대사증후군 유병률 급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가천의대 고광곤(길병원 심장내과), 서울의대 임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은 1998·2001·2005·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들을 코호트로 구성해 대사증후군 유병률과 함께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인자들의 변화를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998년 24.9%에서 2001년 29.2%, 2005년 30.4%, 2007년 31.3%로 일관되게 증가했다. 대사증후군 구성인자 중에서는 저HDL콜레스테롤혈증(13.8%↑), 복부비만(8.7%↑), 고중성지방혈증(4.9%↑)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가 보고한 대사증후군 팩트시트에서도 지난 10년간 유병률 변화와 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007년 21.1%, 2015년 22.4%를 기록하며 유의미한 증가 또는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2013~2015년 19세 이상 성인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0.3%였고, 30세 이상은 27%, 65세 이상은 37.7%의 유병률을 보였다.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병률이 줄지 않았다. 대사증후군 진단기준 항목별 유병률은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30.3%로 가장 높았고 고혈압(29.8%), 고혈당(28.8%), 고중성지방혈증(28.1%), 복부비만(23.6%)이 뒤를 이었다. 역시 대사증후군에서 이상지질혈증, 복부비만, 고혈당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만·고혈당·이상지질혈증

비만(복부비만), 고혈당(인슐린저항성), 이상지질혈증(고중성지방혈증)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인자이자 상호 간에 영향을 미치며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2형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이 또 불가분의 관계인데, 배후에 비만 - 제2형당뇨병 - 이상지질혈증의 삼각고리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비만 중에서는 △복부비만, 제2형당뇨병에서는 병태생리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인슐린저항성, 이상지질혈증은 △고중성지방·저HDL-C·small-dense LDL이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에 일조한다.

이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상호작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병태생리 삼각고리

비만, 특히 복부비만이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하는 인슐린저항성을 야기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체내에서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더라도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면, 다시 말해 포도당을 혈관벽 세포로 전달시켜주지 못하면 고혈당을 유발하는 것과 동시에 지질이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슐린이 충분히 작용하지 못하면 지방세포에 축적돼야 할 유리지방산 상당수가 혈중으로 분비돼 간으로 전달된다. 요리재료를 듬뿍 받은 간은 중성지방이 다량 함유된 지단백 입자(VLDL, very low-density lipoprotein)를 과도하게 생산한다.

이로 인해 혈중 VLDL의 농도가 증가하면, 지단백 입자 간에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교환해 주는 CETP(cholesteryl ester transfer protein)는 VLDL의 과도한 중성지방을 LDL과 HDL로 전달한다. 중성지방 함량이 높아져 성상(성질)이 달라진 HDL은 조직이나 혈중에 존재하는 리파아제의 공격을 많이 받게 되고, 결국 그 수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LDL 역시 CETP의 매개로 중성지방이 많아지면 리파아제의 공격으로 입자가 작아지고 밀도는 올라가는 small dense LDL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동맥경화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국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이 고중성지방·저HDL·고LDL의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발생에 주된 원인이 된다는 결론이다.

인슐린저항성과 당뇨병

제2형당뇨병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국인의 유병특성 또는 병태생리가 변해가고 있는 과도기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질환의 병태생리까지 점차 서구인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

비만인 성인은 인슐린민감도(sensitivity)가 떨어져 저항성(resistance)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과로한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인슐린분비능)까지 파괴되면 고혈당이 고착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제2형당뇨병의 기전이다. 당뇨병이라는 것이 인슐린민감도와 분비능의 상호관계 속에서 파악돼야 하지만, 서구의 경우 인슐린저항성이 원인 제공자가 되는 비만형 당뇨병이 90% 이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비만과 당뇨병의 상관관계가 유병특성을 명백히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하 아시아인의 경우는 서구의 기준으로 볼때 마른 체형에서도 당뇨병이 상당수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비비만형 당뇨병이 서양인에 비해 많다는 것인데, 상대적으로 낮은 인슐린분비능이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서울의대 박경수(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에서 인슐린이 기능을 못해 고혈당이 지속되고 있음(인슐린저항성)에도 인슐린을 계속 공급해야 할 췌장 베타세포 기능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해(인슐린분비능 저하) 제2형당뇨병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전통적인 인슐린 분비부족 패턴과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인슐린저항성의 병태생리를 비롯해 비비만형과 비만형 당뇨병이 뒤엉키면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친 하나의 전략만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이상의 근거들을 종합해 보면, 현단계에서 한국인의 제2형당뇨병 발생에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제2형당뇨병의 병태생리가 변함에 따라 이상지질혈증의 병태생리도 동시에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경우, 전통적으로 서양인 대비 중성지방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은 낮은 특성을 보여왔다. 반면 LDL콜레스테롤은 서양인과 비교해서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과거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통적인 유병특성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LDL콜레스테롤까지 치솟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의 유병특성과 치료동향을 상세히 볼 수 있는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보건당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국건영)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자료를 토대로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과 관리수준 및 전략을 분석한 결과다.

우선 이 보고서는 이상지질혈증 정의와 유병률 집계방식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5년 보고서부터 이상지질혈증을 3개 병태, 즉 고LDL콜레스테롤혈증(LDL 콜레스테롤 ≥ 160mg/dL), 고중성지방혈증(중성지방 ≥ 200mg/dL), 저HDL콜레스테롤혈증(HDL 콜레스테롤 < 40mg/dL)으로 구분하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를 이상지질혈증으로 정의했다.

이 경우 총콜레스테롤 수치에 근거해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을 집계하던 이전 방식과 비교해 유병률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평가다. 작금의 지질이상은 더 이상 총콜레스테롤의 높고 낮음을 설명하는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지질이상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에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포괄하는 종합적 관점으로 투영되면서 병태·생리학적 이해의 진보가 이뤄졌다.

때문에 지질동맥경화학회 역시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2015 제3판에 의거해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및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중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경우’로 이상지질혈증을 정의했다. 2015년 보고서(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15)에서 이상지질혈증을 3개 병태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 정의했을 경우, 고LDL콜레스테롤혈증·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은 각각 15.5%·18.6%·28.4%로 조사됐다. 이는 2013년 국건영 데이터와 건보공단 검진자료를 분석한 것인데, 당시까지만 해도 LDL 콜레스테롤에 비해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은 낮은 서양인과 비교되는 아시아 지역 또는 인종의 전형적인 이상지질혈증 유병패턴이 그대로 관찰된다.

그런데 이러한 유병특성이 2018년 보고서에서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18’에서 같은 방식으로 정의된 고LDL콜레스테롤혈증·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은 각각 17.6%, 17.5%, 19.4%로 변동이 있었다. 2014~2016년 국건영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2015년 보고서의 집계방식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줄고 고LDL콜레스테롤증은 늘어난 것이 확연하다. 결과적으로 3개 이상지질혈증 병태의 유병률이 대등해지면서, 각각의 지질인자 모두가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에 대응한 치료전략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의 유병특성과 병태생리가 변화를 겪음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치료전략 역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병태생리가 다양해진 만큼, 이를 막는 루트 역시 다양한 방면에서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분비능과 연관된 유병특성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기전의 혈당강하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계속적으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기존의 인슐린 분비 촉진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체내 혈당의 높고 낮음에 맞춰 인슐린 분비를 조절해주는 새로운 기전의 약제로 DPP-4억제제가 임상의들의 눈도장을 받고 있다.

‘혈당 의존적 인슐린 반응’ 기전에 의해 저혈당증의 위험 없이 안전하고 안정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슐린저항성 루트의 제2형당뇨병 역시 증가함에  따라 인슐린민감도를 개선해주는 계열약제도 처방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또한 고LDL·고중성지방·고TG의 문제가 집약된 복합형 병태로 발전하면서 역시 치료의 다변화가 모색되고 있다.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갈수록 힘을 키워가면서 매우 낮은 목표치가 요구됨에 따라, 스타틴과 비스타틴계의 병용을 통해 LDL콜레스테롤 조절강도를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스타틴에 더해지는 에제티미브 또는 PCSK9억제제 치료가 대표적인 사례다.

더불어 중성지방의 세가 확장함에 따라,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약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KAMIR(Korea Acute Myocardial Infarction Registry) 연구에서는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스타틴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보고한 바 있다. 결과는 스타틴 치료만으로는 고중성지방·저HDL콜레스테롤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감소를 유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피브레이트 제제 또는 오메가-3지방산을 통한 중성지방 관리전략이 학계의 핵심 논의사항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오메가-3지방산의 경우, 심혈관질환에 대한 혜택이 불분명했던 것이 고순도·고용량 EPA 제제의 등장하면서 예방이 가능한 쪽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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