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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고혈압의 과거·현재·미래

기사승인 [85호] 2020.05.12  17: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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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합병증 패턴 변화의 과도기

뇌출혈에서 뇌경색으로 무게중심 이동

고혈압·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허혈사건 증가가 원인

 

전세계적으로 질병의 인종적 다양성은 최근 신흥시장으로 부각 중인 아시아 지역 연구결과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일부 데이터가 축적되는 수준이다. 인종에 따른 치료전략의 전환을 이끌어 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질환특성에 대한 역학 데이터를 비롯해 관련 연구결과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여러 연구와 조사를 통해 알려진 과거·현재·미래의 한국인 고혈압 유병특성을 살펴봤다.

아시아 지역·인종의 특성

우리나라의 ‘2006년 사망 및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주요 사망원인은 암·뇌혈관질환·심장질환 순이다. 단일질환별 사망률로 묶어보면, 뇌혈관질환이 인구 10만명당 61.4명으로 심장질환(41.5명)과 폐암(28.8명)을 앞선다. 1996~2006년까지 10년간의 추이를 살펴봐도 여전히 뇌혈관질환이 주요 사망원인별 사망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두드러지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확인되는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특성은 심혈관계질환 가운데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심장질환을 앞섰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특징이었다(Int J Clin Pract 2006).

하지만 서구 선진국의 사망원인은 이와는 정반대의 패턴이 관찰된다. 전통적으로 심부전이나 심근경색증 등의 심장질환이 더 높은 사망률을 보여 온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서양인과 아시아인의 대표적 유병특성으로 인식돼 왔다.

뇌졸중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한국인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고혈압 합병증은 뇌졸중으로 고혈압 환자에서 정상인보다 발생위험이 7배나 높다.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는 3배에 해당한다. 2004년 학회의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도 뇌졸중 발생의 인구기여위험도는 고혈압(35%)이 가장 중요한 인자로 꼽혔다.

고혈압이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 모두에서 주요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는 점은 이 위험인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질병극복의 성패가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Lancet 2002에 발표된 ‘2000년 전세계 사망률: 고혈압과 여타 위험인자의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는 “저·중·고소득 국가에 관계 없이 전세계적으로 고혈압에 의한 질병 및 사망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명시돼 있다.

전통적 특성의 변화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 또는 인종의 전통적인 생활습관, 즉 환경적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인 고혈압의 유병특성이 크게 기여한다는 지적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다발하는 뇌졸중은 뇌출혈이 더 높은 빈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고혈압 합병증으로 뇌졸중이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고혈압 자체로 인한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은 줄었으나 고혈압에 의한 동맥경화 촉진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허혈성뇌졸중(뇌경색)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의 고혈압

고혈압의 심각성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03년 현재 우리나라 30세 이상 인구의 고혈압 유병률은 27.9%로 1000만명에 달했다. 여기에 잠재적 고혈압 환자인 고혈압전단계가 30%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략 60%가 심혈관계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고령화와 수축기고혈압

전문가들은 특히 수축기고혈압과 뇌졸중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축기와 이완기고혈압 모두 뇌출혈이나 뇌경색의 위험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수축기혈압이 이완기혈압에 비해 심혈관계질환 발생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좌심실 수축 시 혈액이 방출되면서 동맥을 따라 맥압이 같이 전달되는데 대동맥과 경동맥을 거쳐 뇌혈관에 우선적으로 도달하는 만큼 수축기혈압이 높으면 뇌졸중의 위험도 따라서 증가할 수 있다. 혈압상승의 누적으로 인해 경직되고 탄성이 낮아진 뇌혈관이 심장수축 시 터지기 쉽고(뇌출혈),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의 경우 혈관벽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혈전이 떨어져 나가 뇌경색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문제는 노령일수록 수축기혈압이 상승하고 고혈압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단독수축기고혈압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된다. 고혈압은 연령대에 따라 젊은층은 이완기, 중년층은 이완기·수축기, 55세 이상의 노령층은 수축기혈압 상승에 의해 고혈압이 진행된다.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고혈압 유병률이 5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중 상당수가 단독 수축기고혈압에 해당한다.

수축기고혈압은 오랜 기간 혈압이 높은 상태로 방치돼 있어 혈관의 구조적·기능적 변화가 야기되고, 이로 인해 치료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ALLHAT 등 대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이완기 또는 이완기-수축기고혈압의 평균 고혈압 조절률이 90%에 육박하지만, 수축기고혈압은 70%를 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에서 고혈압 치료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혈관 위험인자 동반

전문가들은 한국인 고혈압 환자들이 비만·고혈당·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이상을 동반하는 경우(대사증후군)가 많아 합병증 위험이 더 심각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고혈압뿐 아니라 고혈압전단계부터 대사이상이 동반돼 죽상동맥경화증의 위험이 높아지고, 이로 인한 심혈관질환 사망률도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서구화된 생활패턴(비활동적인 생활습관, 고칼로리 식습관 등)과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구조가 이같은 고혈압 유병특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는 심혈관질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에 기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염분섭취 과다

소금 섭취량은 고혈압 빈도 및 뇌졸중 사망률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전통적으로 소금섭취가 많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 등과 비교해 고혈압 발생률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일본의 경우 소금 섭취량의 차이가 있는 북부와 남부에서조차 고혈압 발생빈도가 차이를 보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루 6~10g 정도의 소금을 섭취하는 유럽지역에서도 섭취량과 뇌졸중 사이에 연관성이 뚜렷이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북미·유럽에 비해 뇌졸중 발생비율이 월등히 높은 원인의 하나로 염분 섭취량의 증가를 꼽고 있다. 높은 염분 섭취량은 체내 수액량과 혈관경직도를 증가시키고 그 만큼 심장 펌프기능의 부담을 초래한다. 혈관경직도가 높다는 것은 수축기혈압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심장수축시 혈관에 충격이 그대로 전달됨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령이거나 비만일수록 소금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해 혈압증가를 야기하는 상관관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청소년 비만이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에서 소급 섭취를 줄이는 것이 고혈압 예방이나 치료개선의 최선책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소금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전향적인 조사가 이뤄진 바 없어 이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비만의 시대

최근 우리나라는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로 비만과 비활동적 성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미 비만을 미용이 아닌 질병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비만이 당뇨병과 고혈압의 가장 중요한 원인임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비만에 의해 고혈압이 발생할 경우, 대사증후군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만은 고혈압과 당뇨병 뿐 아니라 지질이상·인슐린저항성 등의 원인이 돼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집중관리의 대상이다.

고혈압전단계

우리나라 고혈압 및 심혈관질환 증가와 관련해 핵심문제는 고혈압전단계 환자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2018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고혈압전단계는 혈압 130~139/80~89mmHg 구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축기혈압 120~129mmHg와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은 주의혈압으로 분류된다.

미국의 경우 130/8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정의했기 때문에, 수축기혈압 120~129mmHg에 이완기혈압 80mmHg 미만 구간을 ‘상승혈압(elevated BP)’이라 하여 고혈압전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유럽이 정의하는 고혈압전단계는 ‘높은 정상혈압(high normal BP)’으로 불리는 130~139/85~89mmHg 구간이다.

특히 가이드라인의 역학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주의혈압과 고혈압전단계를 모두 포함할 경우 유병률은 25.9%(남성 30.8%, 여성 20.8%)에 달한다. 고혈압 유병률(29.1%)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55%가 정상혈압보다 높은 혈압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문제는 고혈압전단계에서 대사증후군 동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혈압증가·지질이상·고혈당 등이 동시에 발현되는 것으로, 혈압은 130/85mmHg를 기준선으로 잡고 있다. 고혈압전단계 환자가 대사증후군으로 분류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사증후군의 정의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위험인자가 동시에 발현될 경우 심혈관계질환 위험도가 곱셈효과의 방식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고혈압전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요구된다.

심혈관질환

삼성서울병원 이문규(내분비대사내과), 동아대병원 서성환 교수(내분비대사내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HGS)’에서 10년간 추적관찰한 결과를 분석해 “고혈압전단계의 성인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결과,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인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수축기혈압 120mmHg 미만인 정상 성인보다 76.7% 높았다. 여기에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80.7% 늘었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81.7%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정상혈압보다 조금 높은 주의혈압(120~129mmHg)에 해당하는 성인에서도 심혈관질환 상대위험도가 정상혈압군보다 50.6% 높았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47.2%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주 연구자인 이문규 교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혈압이 정상기준을 벗어났을 때 위험을 확인한 연구”라며 “국내 기준으로 고혈압전단계더라도 조기에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해 발생 가능한 위험을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뇌혈관질환

한편 국내 연구팀이 고혈압전단계에 해당하는 성인들에서도 대뇌 소혈관질환이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보라매병원 신경과 권형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팀이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건강검진을 위해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평균연령 56세의 건강한 성인 2460명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다.

연구에서는 뇌 MRI 영상 및 임상정보를 바탕으로 고혈압전단계와 대뇌 소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고혈압전단계 그룹의 열공성 뇌경색 위험이 정상혈압 그룹에 비해 1.7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 미세출혈 위험은 2.5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돼 고혈압전단계에서도 대뇌 소혈관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권형민 교수는 “고혈압전단계는 안심해야 할 단계가 아닌, 적극적인 초기관리가 필요한 단계로 인식하고 조기에 치료해야 추가 질환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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