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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화된 한국 “LDL-C 조절에 집중할 때”

기사승인 [86호] 2020.05.14  10:3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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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LDL콜레스테롤혈증 20% 목전까지 상승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보고한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18’을 보면,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유병패턴은 물론 치료동향의 변화를 일견할 수 있다. 특히 최근 3~4년 사이 한국인에서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의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상지질혈증 유병패턴이 매우 복잡해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의 유병특성과 치료동향을 상세히 볼 수 있는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보건당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국건영)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진자료를 토대로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과 관리수준 및 전략을 분석한 결과다.

병태정의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시트에서 이상지질혈증 정의를 과거와 달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의를 팩트시트에 적용할 경우,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에 심대한 변화가 관찰된다. 학회는 2015년 보고서부터 혈중 콜레스테롤 관련 병태를 고LDL콜레스테롤혈증(≥ 160mg/dL), 고중성지방혈증(≥ 200mg/dL), 저HDL콜레스테롤혈증(<40mg/dL)으로 세부 분류하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를 이상지질혈증으로 정의했다.

이 경우 총콜레스테롤 수치에 근거해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을 집계하던 이전 방식과 비교해 유병률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3개 병태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과거의 정의에 근거해 집계하는 방식과 비교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유병률 집계

2015년 보고서(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15)에서 이상지질혈증을 3개 병태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 정의했을 경우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은 각각 △15.5% △18.6% △28.4%에 이른다. 이는 2013년 국건영 데이터와 건보공단 검진자료를 분석한 것으로, 당시까지만 해도 LDL콜레스테롤(LDL-C)에 비해 중성지방(TG)이 높고 HDL콜레스테롤(HDL-C)은 낮은 아시아 지역 또는 인종의 전형적인 이상지질혈증 유병패턴이 보고서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전통에서 서구화까지

그런데 이러한 유병특성이 2018년 보고서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18’에서 같은 방식으로 정의된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17.6% △17.5% △19.4%로 각각 고르게 높은 분포를 나타낸다.

이는 2014~2016년 국건영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2015년 보고서의 집계방식과 다소 차이는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줄고 고LDL콜레스테롤증은 늘어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공포의 3중주

2018년 보고서의 이상지질혈증 특징은 3개 병태의 유병률이 대등해지면서, 각각의 지질인자 모두가 위협이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또는 인종이 육류식이와 운동부족 등 식생활습관의 서구화 과정을 거치면서 높은 LDL 콜레스테롤의 문제가 중심에 자리하는 서구형 이상지질혈증 패턴을 따라가는 과정에 있다고 지적한다.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라는 ‘공포의 3중주’가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작금의 대한민국은 서구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여겨졌던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고LDL·고TG·저HDL의 병태 중 어느 하나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유병패턴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는 서울의대 임 수 교수팀의 연구도 있다.

국건영 조사가 시작됐던 1998년부터 시작해 2010년까지의 자료에 기반해 우리나라 인구의 이상지질혈증 유병패턴을 분석한 결과, 지난 12년 사이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한했다. 특히 2010~2013년 사이에는 유병률 증가 폭이 35%로 높은 LDL 콜레스테롤의 상승세가 이전과 비교해 빠르고 가팔랐다.

“LDL-C 조절에 집중해야”

임 교수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이상지질혈증 병태는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콜레스테롤의 문제가 지배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LDL콜레스테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특징”이라며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지질이상의 패턴도 서양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전통적 식이로 인해 탄수화물 섭취가 주를 이루다 보니 중성지방이 올라가고 HDL콜레스테롤은 낮아지는 식이었으나, 육류 섭취량이 많은 식습관의 변화로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나 인슐린저항성도 따라서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적극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만성질환 패턴이 바뀔 수도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또한 그는 “높아지는 고LDL콜레스테롤혈증 문제에 적극 대처하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며 임상현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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