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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질환 창궐시대

관리전략 현주소를 조명하다

기사승인 [87호] 2020.06.03  17: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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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팬데믹 여파로 ‘세계 천식의 날’ 연기

GINA 등 만성질환 관련 학계 지속적 치료 강조

GINA, GOLD 각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그야말로 호흡기질환 창궐(猖獗)의 시대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전염병이 세차게 일어나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진 사례, 사망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진행형 팬데믹이다. 최초 보고된 사례는 2019년 12월 12일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원인불명 폐렴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1월 12일 신규 코로나바이러스로 규정했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으로 명명했다. 

2월 중순까지 중국, 한국 등 서태평양지역에서 대부분의 감염사례가 보고됐고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2월 20일을 지나면서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WHO는 3월 11일 COVID-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 사태 이후 처음이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첫 팬데믹 선언이다. 4월 27일 현재 확진자 수는 288만 3603명, 사망자수는 19만 884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4월 28일 현재 누적 확진환자 1만 752명, 사망자 244명으로 집계됐고, 8854명이 완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 변화시킨 COVID-19

COVID-19은 2~14일의 잠복기를 가지고 발열, 기침, 근육퉁이나 피로감, 호흡곤란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돼 있다. 특히 사람-사람 간 호흡기 비말에 의해 감염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각 나라의 보건당국과 학계는 사회적 예방전략 시행을 강조하고 있다. 의료현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잠재적 또는 확진된 COVID-19 환자로부터 의료보건 전문가들의 감염을 막기 위한 가이드도 제시하고 있다.

WHO를 비롯해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 영국 공중보건국은 의료현장에서도 사회적 지침과 마찬가지로 원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손 소독을 강조하는 한편 호흡기 분비물 또는 환자 체액에 노출될 경우를 고려해 보호장비 착용을 권고했다. 특히 진료실, 검사실, 대기실 등 의료공간에 대한 소독과 환기에 무게를 뒀다.

주요 학술대회 취소

COVID-19에 대한 기본적인 예방 수칙으로 사회적 거리두기(avoid close contact & distance between each other)가 제시되면서 학계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술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것. 발생자수와 사망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대부분 취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미국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AAAI), 미국피부과학회(AAD), 미국심장학회(ACC),  미국내분비학회(ENDO),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은 연례학술대회를 취소했다.

유럽 학회들은 대부분 하반기에 예정돼 있어 그대로 일정을 유지하고 있다. 4월 28일 현재 유럽심장학회(ESC)의 경우 8월, 유럽동맥경화학회(EAS)는 10월, 유럽호흡기학회(ERS)의 경우 9월 일정에서 별도의 변경은 공지하지 않고 있다. 한편 ACC의 경우 일부 학술대회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제공했다. 온라인에서는 아토르바스타틴의 SPARCL 연구 하위분석을 비롯 아픽사반의 CARAVAGGIO 연구, 경피적대동맥판막삽입술(TAVI) 연구인 POPular 연구 등이 발표됐다. 

‘세계 천식의 날’도 무기한 연기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세계 천식의 날’ 캠페인도 COVID-19를 피해가진 못했다. 세계천식기구는 매년 5월 첫 번째 화요일에 진행되는 ‘세계 천식의 날’을 무기한 연기했다. 세계적으로 질환에 대한 인지도 고취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올해 ‘세계 천식의 날’ 주제는 ‘천식 사망자수를 줄이자(Enough Asthma Deaths)’로 천식의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 한편 GINA는 COVID-19 팬데믹 시국이지만 흡입기를 사용한 치료는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증 천식의 경우 생물학적제제 사용을 지속하고, 응급용으로 처방받은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OCS) 처방도 중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런 한편 다른 환자 및 의료진에게 COVID-19 전파 위험이 있는 네뷸라이저, 산소치료, 객담유도, 비침습 호흡 및 삽관 등을 시행할 때는 엄격하게 감염 위험을 관리하도록 했다.

GINA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GINA는 성명서와 함께 천식 관리 및 예방 전략 가이드라인도 업데이트했다. 올해는 2019년 가이드라인의 변화 내용을 유지하되 관련 근거들을 추가로 검토했다. 2019년 GINA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큰 변화는 경증 환자에 대한 치료전략이었다. GINA는 경증 환자에서도 중증 유해사건(악화, 사망 등) 위험이 높다는 점을 지목하며 초기부터 적극적인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사용을 권고했고 동시에 속효성 베타-2작용제(SABA) 단독요법을 1단계 치료전략에서 배제했다. SABA 단독요법이 중증 유해사건 위험을 높이고 고용량을 사용할 경우 사망 위험도 높인다는 점에 주목한 부분이다. 올해 가이드라인에서는 여기에 더해 저용량 ICS/포르모테롤의 혜택을 보여주는 근거들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실제 임상현장에서 더 원활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알고리듬 및 표도 새롭게 더했다. 특히 단계별 치료전략을 권고하고 있지만, 모든 환자들이 1단계 치료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시점에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최초 치료전략을 결정하기 위한 알고리듬을 제시했다. GINA는 “이전 가이드라인에서는 표로 정리됐던 부분이지만, 인지도와 활용도가 낮았다”며 알고리듬을 추가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GINA에서는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LTRA)인 몬테루카스트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경정신학적 사건에 대해 박스 경고를 받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GINA는 몬테루카스트를 처방하기 전 환자와 위험 대비 혜택에 대해 논의할 것을 당부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박스 경고가 새로운 내용을 부각시킨 것이 아니고 국내에서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돼 온 약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논의 후 지속적인 사용을 당부했다.

국내 노인환자 

GINA가 경증 환자부터의 흡입기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국내 천식 역학연구에서는 여전히 OCS 사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주의대 박해심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 2002~2015년 자료에서 천식약물 처방기록을 분석한 결과 OCS 처방률은 감소경향을 보였지만 50%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GINA에서 강조하고 있는 ICS/LABA 사용률도 2002년 대비 많이 증가됐지만 21.8%에 그쳤다.

이와 함께 국내 역학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노인 환자의 비율이 높다는 것. 60세 이상 고령 환자의 비율이 2015년 44.1%까지 증가했는데, 특히 80세 이상 연령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연구에서는 “사회고령화로 인해 노인 천식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조영주 사무총장(이대목동병원 알레르기내과)은 노인 천식 환자에서는 알레르기성 천식보다 비알레르기성 천식 비율이 높고, 다양한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는 등 치료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약제를 복용률이 높은 가운데 흡입기 전략에 대한 순응도가 낮다”고 지적하며 노인 천식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COPD에서 ICS 전략 보강

또 다른 호흡기 만성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관리전략도 다듬어졌다. 2019년 세계폐쇄성폐질환기구(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COPD 환자에서 ICS 사용에 대해 혈중 호산구 수치를  기준을 제시했다. ICS 사용에 따른 폐렴 위험에 무게를 둔 판단이다. 2020년 가이드라인에서는 ICS 사용 기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혈중 호산구 수치와 함께 COPD 악화 원인 입원병력, 기관지확장제 사용에도 중등도 악화 발생, 천식 병력 등을 고려해 ICS 적용, 투여 고려, 사용 금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COPD 약물요법 적용에 대한 알고리듬도 새로 제시했다. 각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전략을 지속적으로 맞춰가는 가이드를 제시한 부분이다. 큰 틀에서 천식의 순환 알고리듬과 같은 방향에서 이해된다. 최초 진단(diagnosis), 최초 평가(initial assessment)를 통해 최초 치료전략을 결정하고(initial management), 이후 환자상태의 검토(review)와 치료전략의 보정(adjust)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비약물요법에 대해서도 정보를 추가했다. 1차적인 비약물요법에 적절한 반응이 없을 경우 환자에서 나타난 호흡곤란, 약화 상태에 따라 별도로 비약물요법을 분류해서 적용하도록 했다.

팬데믹 타개할 치료전략에 관심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직을 야기한 COVID-19 팬데믹의 종식 여부는 백신과 치료제에 달려있다. 특히 지속적으로 확진자수와 사망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항비아러스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외 학회들은 제한된 근거들을 기반으로 적용가능한 치료전략들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대한항균요법학회·대한소아감염학회의 경우 적용가능한 항바이러스요법으로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400/100mg) △클로로퀸 △로피나비르/리노타비르 + 인터페론 △렘데시비르(remdesivir) △리바비린을 꼽았다. 각 치료전략들은 연구실 실험 및 사례보고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억제효과를 보였다. 항바이러스제 이외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로는 인터페론, 스테로이드, 정맥투여 면역글로불린, 뉴라미니다아제 억제제, 항생제를 꼽았다. 단 항바이러스제 이외의 약물들은 폐혈증, 인플루엔자 감염, 세균성 감염 등이 동반됐을 때 선택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미국감염학회(IDSA)는 클로로퀸 및 히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스테로이드(급성호흡부전증후군이 있을 경우), 토실리주맙을 사용가능한 치료전략으로 우선 권고했고, 잠재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치료전략으로는 다루나비르/코비시스탯(darunavir/cobicistat),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 인터페론 β, 리바비린, 오셀타미비르, 정맥투여 면역글로불린, 렘데시비르를 꼽았다.

현재 WHO는 다국가 디자인으로 렘데시비르, 클로로퀸 및 히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 인터페론 β 4개의 치료전략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SOLIDARITY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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