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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인자·다중약물 치료의 임상근거

기사승인 [97호] 2021.03.09  1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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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DS, ADVANCE, ASCOT, HOPE-3 집중분석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필수적인 약물전략이 단독에서 병용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겪고 있다. 다제약물 병용요법이 만성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 병용전략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여러 성분의 약제를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고정용량복합제(fixed dose combination, FDC) 또는 단일제형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SPC)로 진화하고 있다. 슈퍼 드러그로 기대되는 폴리필(polypill) 전략의 임상적용이 현실화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제약물요법

단일질환은 물론 여러 심혈관 위험인자들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다제약물요법, 특히 단일제형복합제 전략은 이제 만성질환 치료에 있어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약물 병용요법의 이론적 배경은 만성질환의 병태생리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만성질환들이 상호작용하며 동시다발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특정 질환 하나만 잡아서는 합병증 이환을 막아내기가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사증후군이다. 고혈압·고혈당·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이 한 번에 동시다발되는 병태로, 해당 위험인자들을 개별이 아닌 집합체로 보고 종합관리해야 한다.

이상지질혈증·고혈압·고혈당·비만 등 각각의 위험인자에서 더 나아가 이들의 집합체에서 기인하는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고, 이에 기반해 치료시작과 치료선택 등 제반 전략을 짜게 된다. 이 경우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이나 혈당을 측정해 위험인자 또는 여타 질환의 동반현상을 관찰하고, 총체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려해 추가적인 치료가 적용될 수도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들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은 여전히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을 높이는 주된 위험인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들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시각에는 그 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

과거 이들 위험인자는 철저하게 개별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졌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혈압치료가 가장 중요했다. 또 당뇨병 환자는 혈당만 목표치 미만으로 잘 조절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상지질혈증이나 비만도 마찬가지로 철저한 개별접근이 우세했다.

현대의학의 유레카

하지만 현대의학의 임상의학자들은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혼자 움직이지 않고 동시다발하며, 이 경우 각각의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더욱 힘들고 심혈관질환 위험은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 나아가서  위험인자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사증후군 환자, 즉 위험인자의 다중발현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높은 사람일수록 위험인자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 하에서 약물치료는 이제 병합요법을 통해 종합적인 위험인자의 조절과 함께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는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에서 혈당치료, 당뇨병 환자에서 지질치료 등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전략의 임상혜택을 보고한 사례는 상당히 많다. CARDS, ADVANCE, ASCOT, 가장 최근의 HOPE-3까지 일련의 연구에서 다중 위험인자 관리전략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합격점을 받았다. 그 만큼 대사증후군 환자의 치료에 있어 임상근거들이 많이 축적돼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 지질치료

CARDS 연구는 제2형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을 통한 지질치료로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다. 연구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은 제2형당뇨병 환자 2838명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 1일 10mg 요법을 통해 주요심혈관사건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검증했다.

환자들은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40~75세 연령대로 흡연, 고혈압, 단백뇨, 망막증 중 적어도 하나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었으며 LDL콜레스테롤은 160mg/dL 미만이었다. 이 환자들을 아토르바스타틴 1일 10mg군(1428명) 또는 위약군(1410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급성 관상동맥 심장질환, 관상동맥 재형성술, 뇌졸중의 첫 발생을 평가했다.

치료·관찰결과, 아토르바스타틴군의 주요심혈관사건 위험은 위약군에 비해 37% 감소해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P=0.001). 개별 종료점 역시 급성 관상동맥 심질환이 36%, 관상동맥 재형성술 31%, 뇌졸중은 48%까지 감소했다(P=0.001). 사망률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으나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위약군 대비 27% 감소하며 낮은 상대위험도 경향을 보였다.

당뇨병 환자 혈압치료

ADVANCE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치료, 즉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페린도프릴과 이뇨제 인다파미드의 고정용량 병용요법으로 혈압을 강하시킬 경우 주요 심혈관 및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이 감소함을 입증했다. 1차 종료점은 대혈관 및 미세혈관사건(심혈관질환 원인 사망, 비치명적 뇌졸중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신규 또는 악화된 신장질환이나 당뇨병성 안질환)의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평균 4.3년간 관찰결과, 위약군 대비 페린도프릴 병용군의 혈압강하 정도는 5.6/2.2mmHg로 나타났다. 혈압강하 효과는 합병증 위험감소로 이어져, 병용군의 주요 심혈관 또는 미세혈관사건이 위약군 대비 9% 유의하게 감소했다(병용군 15.5% 대 위약군 16.8%, hazard ratio 0.91, P=0.04). 심혈관 원인 사망은 각각 3.8%와 4.6%로 페린도프릴 병용군이 18% 유의하게 낮았다(0.82, P=0.03).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사망률) 역시 병용군에서 14%의 감소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7.3% 대 8.5%, 0.86, P=0.03).

한편 ADVANCE 연구가 종료된 후에도 남은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5.9년(중앙값)의 확대관찰이 진행됐다. 결과는 본래의 연구가 종료된 후 두 그룹 간에 혈압의 차이가 소실됐음에도 불구하고, ADVANCE를 통해 혈압을 적극 조절했을 당시의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원인 사망의 감소효과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계속 유의한 차이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환자 지질치료

ASCOT-LLA 연구는 항고혈압제 요법의 심혈관사건 혜택을 검증키 위한 ASCOT-BPLA에서 기저시점의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6.5mmol/L(250mg/dL) 이하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과 위약을 비교했다. 총 1만 9342명이 ASCOT-BPLA를 위해 항고혈압제 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됐으며, 이 가운데 1만 305명이 아토르바스타틴군(10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았다.

즉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수치가 크게 높지는 않지만 스타틴으로 치료할 경우, 심혈관사건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고자 했던 것이다. 연구는 관찰 3.3년(중앙값) 시점에서 아토르바스타틴군의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치명적 관상동맥심질환(1차 종료점 복합빈도)이 위약군에 비해 36% 유의하게 감소하면서 조기종료됐다.

뇌졸중 역시 27% 의미 있게 감소했다. 총 심혈관사건도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21%의 유의한 감소효과를 보였다.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원인의 사망은 각각 13%와 10%씩 줄었으나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체 사망률은 ASCOT-LLA 연구를 11년까지 확대해 관찰한 ASCOT-LLA-11 연구에서 12%(P=0.02) 감소하면서 유의한 혜택으로 이어졌다.

이 연구는 고혈압 관련 임상시험에서 항고혈압제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스타틴을 투여함으로써 적극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다. 특히 대상환자들의 총콜레스테롤이 250mg/dL 미만으로 경계치보다 다소 높은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러 위험인자가 동반된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수치가 그리 높지 않더라도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전반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혈압·지질 동시치료

가장 최근에는 HOPE-3 연구가 심혈관질환 중등도 위험군에서 혈압·지질치료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보고했다.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치료군에서는 위약 대비 심혈관사건이 감소하지 않은 반면, 여기에 로수바스타틴이라는 스타틴 치료를 더한 결과 심혈관사건 위험이 유의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중등도 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지질(로수바스타틴 10mg), 혈압(칸데사르탄 16mg +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이뇨제 12.5mg), 지질·혈압(로수바스타틴 + 칸데사르탄 + 이뇨제) 치료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평가했다. 로수바스타틴 10mg 치료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입증됐고 칸데사르탄 + 이뇨제 요법의 혜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로수바스타틴 + 칸데사르탄 + 이뇨제의 혈압·지질치료 연구에서는 심혈관 임상혜택이 있었다.

먼저 로수바스타틴 10mg 치료군에서는 위약군 대비 심혈관질환 위험이 24% 유의하게 감소했다(hazard ratio 0.76, P=0.002). 반면 칸데사르탄 + 이뇨제 치료그룹에서는 심혈관사건 발생률이 4.1%로 위약군(4.4%)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hazard ratio 0.93, P=0.40). 로수바스타틴 + 칸데사르탄 + 이뇨제 치료군과 위약군 간 1차 종료점(심혈관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 발생률은 3.6% 대 5%로 치료군의 위험도가 29% 낮았다(hazard ratio 0.71, P=0.005).

세부평가에서 심혈관 사망은 2.4% 대 2.9%(P>0.05), 뇌졸중 1% 대 1.7%(P<0.05), 심근경색증 0.7% 대 1.2%(P<0.05), 심혈관 원인 입원율 4.4% 대 6%(P=0.005)로 일관된 경향을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Eva Lonn 교수는 “칸데사르탄 + 이뇨제의 항고혈압제 요법이 혜택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혈압강하만으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을 보여주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에 로수바스타틴을 추가했을 때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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