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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 팩트시트가 전하는
한국인 대사증후군 위험

기사승인 [97호] 2021.03.09  15: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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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대사증후군 실태와 관리현황
위험인자 동반율 높은데, 동반치료율은 낙제점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종합관리, 잘 안되네!
물고기 떼로 있을 땐, 낚싯대보단 그물이?

대사증후군 개론

심장대사증후군학회(이하 심대학, 회장 고광곤)에 따르면, 대사증후군은 미국의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을 대변했던 NCEP-ATP Ⅲ 개정안과 대한비만학회에서 제시한 복부비만의 허리둘레 기준에 근거해 정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상현장에서는 △허리둘레 남성 ≥ 90cm, 여성 ≥ 85cm △중성지방(TG) ≥ 150mg/dL △HDL콜레스테롤(HDL-C) 남성 < 40mg/dL, 여성 < 50mg/dL △혈압 ≥ 130/85mmHg 또는 항고혈압제 복용 △공복혈당 ≥ 100mg/dL 또는 혈당강하제 복용 등 5가지 기준 또는 인자 가운데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고혈압·고혈당(당뇨병)·이상지질혈증(고TG·저HDL-C)·비만(복부비만) 등으로 대변되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의 고위험 상태가 동시에 복합적으로 다발되는 병태를 의미한다. 한 때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위험인자들이 동시다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데, 하나의 질환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겠냐는 반론도 있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이 한 데 모인다는 사실보다는 그로 인한 파급효과, 즉 위험인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심혈관질환 위험과 예후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논쟁과 설득 끝에 비로소 하나의 질환으로 인정받고 임상에서 진단·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사증후군이 임상현장에 입성하게 된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 심장학계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이 두 개 또는 그 이상 동시다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을 목격, 이렇게 위험인자들이 동반될 때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된다는 것까지 관찰했다. 이러한 관찰에 근거해 대사증후군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1980년대 미국 스탠포드의대 Gerald Reaven 교수는 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비만 등이 한 환자에게 집중될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확률이 크게 증가하고, 이러한 병태가 인슐린저항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을 X증후군(syndrome X)이라 명명했다.

의학계는 이후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서로 영향을 미쳐 죽상동맥경화증의 발생 및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궁극적인 원인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했다. 21세기 들어 심혈관 위험인자의 동시발현 현상의 실체를 놓고 열띤 논쟁을 거친 학계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의 집합체로 대사증후군을 정의하고, 개별 위험인자에서 다중 위험인자의 종합관리 관점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의했다.

한국인 대사증후군

우리나라의 대사증후군 유병실태를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는 심대학 측이 분석해 발표한 ‘Metabolic Syndrome Fact Sheet in Korea 2018’이다. 심대학 측은 오는 4월 국제학술대회(APCMS 2021)를 맞이해 업데이트된 새 보고서 ‘Metabolic Syndrome Fact Sheet in Korea 2021’을 선보일 계획인데, 수 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대사증후군과 관련해 어떤 변화를 겪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병률을 보면, 국내 성인 5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 환자다. 2007년 21.1%에서 2015년 22.4%로 큰 폭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나, 그렇다고 감소하지도 않았다. 연령별 유병률을 보면 30세 이상 성인인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13~2015년 우리나라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7%로 3명 중 1명 꼴이다. 19세 이상 성인에서도 20.3%로 역시 높은 유병률을 보이기는 하나, 고연령대가 가장 심각하다. 65세 이상 연령대의 유병률은 38%로 2.5명 당 1명이 대사증후군 환자에 해당한다.

위험인자 유유상종? 

심대학의 팩트시트에 근거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대사증후군이 (전염병으로 치면)창궐까지는 아니라도 유행수준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해볼 수 있다. 대사증후군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의 집합체’이자, 그로 인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하나의 질환’이라고 앞서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대사증후군의 유행을 이해하려면 대사증후군 정의의 전자(前者), 즉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의 동반이환 실태’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이 서로를 거느리며 밥먹듯이 뭉치기를 일삼는다는 근거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대한고혈압학회 등이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과 관련한 팩트시트를 발간하는데 이들 보고서가 전하는 주된 팩트 중 하나는 각각의 위험인자들이 상대방 위험인자와 동반이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당뇨병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해 당뇨병 통계 보고서인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0’을 발간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2016~2018년 자료를 기반으로 당뇨병 현황, 당뇨병 관리현황, 당뇨병과 동반질환 등을 집중분석한 결과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당뇨병과 동반질환이다.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위험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단독질환 그 자체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뇨병에 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과 같은 여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이 동반이환돼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심혈관 위험인자인 당뇨병에 또 다른 위험인자들이 동반이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된다.

2020 팩트시트에서 2016~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자 중 비만(체질량지수 25kg/㎡ 이상)이 동반된 경우는 53.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당뇨병 유병자의 54%가 대사증후군의 주요 인자인 복부비만을 동반하고 있었다. 고혈압의 경우, 당뇨병 유병자 중 61.3%에서 동반이환돼 있었다. 고콜레스테롤혈증(LDL-C 100mg/dL 이상 또는 콜레스테롤강하제 복용)은 당뇨병 유병자 중 72%에서 동반이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들 심혈관 위험인자의 통합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0 팩트시트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자 중 혈당(당화혈색소 6.5% 미만)·혈압(140/85mmHg 미만)·콜레스테롤(LDL-C 100mg/dL 미만)이 모두 잘 조절되고 있는 경우는 11.5%로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이 아직 임상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지질혈증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도 지난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 및 관리현황을 총망라한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20’을 선보였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인의 이상지질혈증 진단 및 치료실태를 분석한 것이다.

이상지질혈증이 고혈압·고혈당·비만 등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와 동반돼 상호작용하며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점은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서 관찰되는 유병특성 중 하나다. 높은 중성지방이나 낮은 HDL-C 수치에 고혈압, 인슐린저항성, 복부비만 등이 더해지면 대사증후군으로 발전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될 위험성이 비당뇨병 환자에 비해 2배가량 높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LDL콜레스테롤(LDL-C) 수치가 160mg/dL 이상인 경우에 고LDL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하고 이를 이상지질혈증이라 총칭한다.

2020 팩트시트에서 당뇨병 환자 가운데 LDL-C가 160mg/dL을 넘는 비율은 69.2%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한편 학계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LDL-C를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팩트시트에서 LDL-C가 100mg/dL 이상인 당뇨병 환자가 전체의 86.4%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왜 (심장)대사증후군인가?

대사증후군이 단순히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이 한 곳에 뭉쳐 있는 현상에서 끝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이 한 데 뭉쳐서 만들어내는 결과물, 즉 동시다발증후군에 따른 파급효과가 무서운 것이다. 대사증후군을 정의하는 데 있어서도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의 집합체’이자, 그로 인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하나의 질환’이라고 앞서 밝혔다. 이렇게 한 데 모인 심혈관 위험인자들은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INTERHEART 연구를 보면, 흡연·당뇨병·고혈압 등의 위험인자들이 한 사람에게 겹치는 경우 위험인자가 하나도 없는 경우와 비교해 심근경색증 위험이 13배까지 증가한다. 각각의 위험인자들이 무인자 대비 2배가량 위험도를 증가시킨다고 볼 때 3개 인자의 위험도 합산은 6배가량으로 계산해볼 수 있겠지만, 현실은 곱셈효과 그 이상이다. 흡연, 당뇨병, 고혈압에 이상지질혈증까지 합쳐지면 위험도는 42배, 여기에 복부비만까지 더해지면 69배까지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아진다.

Global Risk Management

대사증후군이 하나의 질환이라는 점, 더 나아가 이 질환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에 미치는 파급력을 인정한다면 이를 관리하기 위한 약물치료에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종합관리(Global Risk Management)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한다.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의 핵심은 연령, 성별,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흡연, 당뇨병 등 각각의 위험인자가 아닌 이들의 집합체가 미치는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예방과 치료전략을 짠다는 것이다.

심장학 전문가들은 다중 위험인자 발현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되는 이유를 위험인자 간 상호작용에서 찾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고혈당 등이 동반된 상태에서는 이들 위험인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심혈관질환의 기저 병리상태인 죽상동맥경화증을 발생 및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곧 죽상경화반 파열을 야기하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등의 심·뇌혈관질환으로 귀결될 수 있다.

“물고기 떼는 그물로”

때문에 동시발현되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직면하게 된다. “물고기가 떼로 몰려 있을 때는 낚싯대보다는 그물 또는 투망이 더 효율적”이라는 말로 달리 설명해볼 수도 있겠다.

여러 가지의 순환기 약물들이 하나의 복합정제로 만들어져 심혈관질환 환자들의 꿈의 약물로 불리는 폴리필(polypill) 또는 단일제형복합제(SPC, single pill combination)가 대사증후군 치료의 새로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혈압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높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의 동반이환율에 비해 동반치료율, 즉 통합 또는 종합관리의 성적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새 팩트시트, 즉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0’을 발표하기는 대한고혈압학회도 마찬가지다. 1998~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2002~2018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고혈압 환자의 동반질환 치료현황이었다. 조사결과 고혈압 치료자, 즉 항고혈압제를 처방받는 환자들 가운데 당뇨병 또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까지 같이 처방받고 있는 경우는 6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고혈압 단독치료 사례는 39.4%,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같이 치료받는 경우는 34.6%에 그쳤다. 고혈압과 당뇨병 동반치료의 경우는 6.8%에 불과했다. 또한 고혈압에서 이상지질혈증과 당뇨병까지 세 가지 치료를 동시에 받고 있는 경우는 19.2%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종합관리가 여전히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관찰됐다. 고혈압에 이상지질혈증이나 당뇨병이 동반이환되는 비율이 모두 50%를 웃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반치료율은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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