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폴리필(polypill)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인가?
- 경희의대 손일석 교수

기사승인 [100호] 2021.06.08  11:19:37

공유
default_news_ad2

- 심장대사증후군 위험인자의 종합관리 패러다임

폴리필의 개념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하나로 합친 폴리필(polypill)은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한 가지 질환에 대한 약을 여러 개 합친 것으로 대표적인 것이 혈압약 중에 두세 가지 다른 기전의 약을 복합제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일정한 용량을 조합해 만들어 고정용량복합제(fixed-dose combination, FDC) 또는 한 알로 조합해 만들어서 single-pill combination(SPC)으로 부른다.

여러 개 약을 하나로 먹기에 순응도가 개선되면서 당뇨병, 감염병 및 다른 질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두 가지 이상 질환에 대한 약을 합친 것이 최근 혈압약과 이상지질혈증약(스타틴, statin) 복합제, 당뇨약과 스타틴 복합제 등이다. 마지막으로는 아스피린, 스타틴 및 혈압약 등 심혈관질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를 한 데 모은 복합제가 있다.

폴리필의 역사

 2003년에 영국의 Wald 등은 처음 폴리필 전략을 제안하면서 기존에 이뤄졌던 많은 임상연구와 메타분석 결과들을 토대로 4가지 주요 심혈관 위험인자(콜레스테롤, 혈압, 호모시스테인, 혈소판 활성)를 줄이기 위해 약제를 조합했을 경우를 가정해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bmj.com 2003;326:1419).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 혈압을 조절하는  혈압약(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베타차단제, 싸이아자이드, 칼슘차단제) 중 3가지, 호모시스테인을 낮추는 엽산, 혈소판 기능을 떨어뜨리는 아스피린을 포함하는 6가지 성분의 조합을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55세 이상 모든 성인이 복용을 시작했을 때 평균 11년 동안 3분의 1의 환자가 허혈심장병 및 뇌졸중 없이 살 수 있으며, 허혈심장병을 88%, 뇌졸중을 80% 줄인다고 했다.

여러 가지 위험인자를 동시에 가진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고, 혈압약과 스타틴처럼 한 가지 위험인자는 줄이기가 쉬운 데 비해 통합적 위험인자 관리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어려우므로 당시에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알려진 다양한 약제의 조합을 시도한 데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폴리필의 임상근거

심혈관질환은 선진국이나 후진국 모두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고혈압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서는 가장 중요하며, 혈압약으로 절반 이상 환자에서 혈압조절이 가능하므로 많은 임상연구가 이뤄졌다. 임상연구 결과 한 가지 약제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혈압약을 복용해야 조절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으나, 절반 이상의 환자가 약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병원 방문을 하지 않는 소위 ‘순응도’의 문제가 또한 지적됐다.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혈압약을 한 알로 만든 SPC가 도입되고, 여러 임상연구 결과 저용량 SPC는 개별 약제의 조합과 비교해 강압효과가 대등하거나 오히려 우수하며, 순응도가 우수해 결국 장기적으로 예후 개선에 더 좋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특히 고위험 환자나 심혈관질환에서 적극적 혈압조절이 필요하기에 대부분의 고혈압 진료지침(가이드라인)에서는 순응도 개선과 초기부터 적극적 혈압조절이 필요한 경우에는 두 가지 이상의 혈압약을 같이 혹은 SPC로 복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또 다른 위험인자인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도 스타틴에 기전이 다른 에제티미브(ezetimibe)나 피브린산 유도체(피브레이트)를 SPC로 만들어 LDL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을 때 고용량 스타틴의 부작용을 피하고 우수한 지질저하 효과가 있어서 점차 처방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이상 질환에 대한 약을 합쳐 만든 폴리필은 주로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개별 약제 복용이 어려운 국가에서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에 2차예방으로, 혹은 심혈관질환이 없는 1차예방에 대한 임상연구가 진행됐고 대부분 위약 대비 우수한 강압효과와 지질개선이 나타났다.

이란에서 진행된 PolyIran 연구에서는 Golestan 지역에 거주하는 40~75세 성인 6838명을 대상으로 4가지 성분의 폴리필(아스피린 81mg, 아토르바스타틴 20mg, 하이드로클로로싸이아자이드 12.5mg, 에날라프릴 5mg - 기침이 생기면 발사르탄 40mg으로 변경)과 생활습관개선만 하는 minimal care군으로 나눠 비교했고, 5년 동안 폴리필 군에서 심혈관사건 발생이 34% 줄었다(5.9% vs 8.8%). 이 효과는 성별이나 심혈관질환의 유무와 상관이 없이 나타났다(Lancet 2019;394:672-83).

한편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에서 의료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주민 중 심혈관질환이 없는 환자들(303명 성인, 96%가 흑인)을 대상으로 저용량 폴리필(아토르바스타틴 10mg, 암로디핀 2.5mg, 로사르탄 25mg, 하이드로클로로싸이아자이드 12.5mg)을 복용한 경우, 통상적인 진료를 받은 환자들에 비해 우수한 혈압강하(-9mmHg vs -2mmHg, P=0.003)와 LDL 콜레스테롤 저하(-15mg/dL vs -4mg/dL, P<0.001)를 보여줬다(N Engl J Med 2019;381:1114-23).

최근 캐나다 Salim Yusuf 교수가 International Polycap Study 3(TIPS-3) 연구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N Engl J Med 2021;384:216-28). 이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은 없으나 중등도 이상의 심혈관위험도(INTERHEART Risk Score)를 가진 5713명 성인(남자 50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에서 위약 대비 고용량 폴리필(심바스타틴 40mg, 아테놀롤 100mg, 하이드로클로로싸이아자이드 25mg, 라미프릴 10mg), 위약 대비 아스피린 75mg, 이중 위약 대비 폴리필과 아스피린 병용의 효과를 평균 4.6년 동안 관찰했다.

폴리필 복용 군에서 위약 대비 LDL 콜레스테롤 19mg/dL 감소, 수축기혈압 5.8mmHg 감소했으나 심혈관사건의 발생에는 차이가 없었고 폴리필 군에서 저혈압과 어지럼증이 많이 나타났으며, 폴리필과 아스피린을 동시에 복용한 경우에는 위약 대비 심혈관사건이 31% 적게 발생했다(4.1% vs 5.8%. 그림).

TIPS-3 연구는 캐나다 및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콜롬비아 등 9개국 86개 센터에서 이뤄졌고, 심혈관질환이 없는 성인에서 저용량 아스피린과 폴리필을 병용한 경우 위약 대비 심혈관사건 1차예방 효과를 보여준 다국가 무작위(이중 맹검) 3상 임상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겠다.

폴리필의 전망

 심혈관사건 예방에 대한 폴리필의 긍정적인 효과가 임상연구에서 나타났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약제 각각의 조합은 강력한 혈압 및 지질 저하효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두 가지 이상 다른 질환에 대한 폴리필은 주로 스타틴과 혈압약으로 구성돼 우수한 LDL 콜레스테롤 및 혈압 감소효과를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여러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 이상지질혈증 및 고혈압이 동시에 있는 환자에서는 더욱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어서 좋은 영향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위험 또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경우, 특히 장기간 예후 개선의 근거가 부족하며, FDC 또는 SPC 자체의 한계로 다양한 용량이 확보되지 않기에 개인별 상태에 맞는 용량조절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혈압은 낮으나 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에서 폴리필은 저혈압 등 문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표).

또한 심혈관질환 및 사건의 주요 위험인자는 고혈압과 높은 콜레스테롤 외에도 비만, 운동 부족, 흡연, 높은 혈당(혹은 당뇨병) 등 개선이 가능한 생활습관 관련 인자들이 다중으로 얽혀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여러 약을 간편하게 한 알로 만들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자 하는 폴리필 접근은 특히 심혈관질환이 없는 일반인에서 명분이 다소 부족할 듯 싶다.

무엇보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같은 질환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질병의 악화 및 심혈관질환 발생에 중심이 되는 나쁜 생활습관 개선이 돈을 들여 만든 폴리필보다 비용효과 면에서도 낮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관한 임상연구가 소규모지만 진행되고 있기에 결과를 기다려 본다.

THE MOST webmaster@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