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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예방에 ‘메트포르민’ 명시

기사승인 [101호] 2021.07.02  11: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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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당뇨병학회 2021 당뇨병 진료지침 - 진단·예방]
“약물중재” → “메트포르민 고려할 수…”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2021 당뇨병 진료지침 제7판(요약본)을 개정·발표했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완정 개정된 이번 가이드라인은 △제2형당뇨병의 진단과 예방 △혈당조절 목표치 △제2형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이상지질혈증 관리 및 항혈전치료 △미세혈관합병증 관리 등을 주내용으로 담아냈다. 이미 올해 초 미국당뇨병학회(ADA)가 2021년 새 당뇨병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터라 국내 진료지침이 외국의 가이드라인과 권고안에 있어 어떤 차이를 보일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이번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은 ADA 가이드라인과 전반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가운데, 일부에서 미세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제2형당뇨병의 진단과 예방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진료지침과 외국 가이드라인의 공통점과 차이를 들여다 본다.

당뇨병 정의

2021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은 ‘당뇨병 진단 및 분류’ 섹션으로 처음을 장식하고 있다. 당뇨병을 어떻게 정의·구분하고 진단하느냐의 가장 기초적인 부문을 다루고 있다. 진료지침에서 당뇨병은 제1형당뇨병, 제2형당뇨병, 임신당뇨병으로 크게 구분된다.

대한당뇨병학회의 분류에 따르면, 제1형당뇨병은  “췌장 베타세포 파괴에 의한 인슐린 결핍에 의해 발생한 당뇨병”으로 정의된다. 인슐린 자체의 결핍으로 인해 혈당조절에 이상인 생기는 병태다. 이에 반해 제2형당뇨병은 “인슐린저항성과 점진적인 인슐린 분비결함에 의해 발생한 당뇨병”으로 정의했다. 인슐린 분비에는 이상이 없으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결국에는 인슐린분비능까지 고장이 나 당뇨병으로 발전하는 병태생리다.

ADA의 경우 제1형당뇨병은 “자가면역 베타세포 파괴에 의해 절대적인 인슐린의 결핍으로 귀결되는 경우”로, 제2형당뇨병은 “주로 인슐린저항성이 기저 원인으로 작용해 베타세포의 충분한 인슐린분비능이 점차적으로 소실되는 경우’로 당뇨병을 구분해 정의한 바 있다.

혈당의 분류

대한당뇨병학회는 진료지침에서 위와 같이 정의된 당뇨병을 진단하는데 △당화혈색소(A1C) △공복혈당(Fasting Plasma Glucose, FPG) △식후혈당(2-h Plasma Glucose during a 75-g Oral Glucose Tolerance Test, 2-h PG)과 같은 혈당수치를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ADA의 진단방식과 맥을 같이 한다.

당뇨병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는 혈당기준은 △A1C 6.5% 이상 △FPG(8시간 이상 공복 시 혈장포도당) 126mg/dL 이상 △2-h PG (경구포도당내성검사 시 2시간 혈장포도당) 200mg/dL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로 제시해 예년과 차이가 없었다.

또한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다뇨, 다음, 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 등)이 있으면서 무작위 혈장포도당 200mg/dL 이상인 경우도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상의 당뇨병 진단기준은 ADA 가이드라인 권고안과 정확히 일치한다.

정상혈당·당뇨병전단계

한편 당뇨병 발생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즉 당뇨병전단계의 여부는 △FPG 100~125mg/dL인 경우 공복혈당장애(IFG, Impaired Fasting Glucose) △2-h PG 140~199mg/dL인 경우 내당능장애(IGT, Impaired Glucose Tolerance)로 진단하도록 안내했다. 여기에 A1C 5.7~6.4% 구간인 경우도 당뇨병전단계로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정상혈당은 “8시간 이상 공복시 혈장포도당 100 mg/dL 미만, 75g 경구포도당부하 후 2시간 혈장포도당 140mg/dL 미만인 경우”로 정의했다.

당뇨병전단계 유병률

우리나라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전단계의 진단기준이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작용한다. 그 만큼 국내에서 당뇨병전단계 유병률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0’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6.9%가 공복혈당장애(IFG)를 갖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성인에서는 IFG 유병률이 29.6%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앞선 보고서인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8’을 봐도,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성인 환자는 500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당뇨병 이환위험이 높은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고혈당 병태에 노출돼 있는 환자수가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당뇨병 501만명, 당뇨병전단계 870만명).

당뇨병 예방전략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진료지침 개정판을 통해 ‘당뇨병전단계에서 제2형당뇨병의 예방’ 섹션을 별도로 두고 당뇨병 예방전략을 권고했다. 먼저 “당뇨병 예방을 위해 개별화한 생활습관 교정을 교육한다”며 생활요법을 통한 당뇨병 예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환자의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의학영양요법(식이조절)과 운동요법으로 생활습관을 교정하도록 권고했다.

주목되는 변화는 당뇨병 예방에 혈당강하제를 통한 약물치료를 권고한 대목이다. 학회는 진료지침에서 “30~70세의 BMI 23kg/㎡ 이상인 당뇨병전단계 대상자에서 제2형당뇨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메트포르민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무작위대조연구, 제한적권고)”고 언급했다.

권고안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을 특정하고 제한적 권고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우리나라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당뇨병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 전략을 권고하며 구체적인 계열명까지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9년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 예방 약물치료 전략과 관련해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약물중재를 고려할 수 있다(A, IIb)”는 수준에서 혈당강하제 선택을 정리했다.

생활요법 있는데 왜 약물치료?

당뇨병 예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중재전략은 생활요법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DPP 연구에서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생활요법으로 중재에 돌입한 경우 당뇨병 발생위험을 60%까지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생활요법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끌고가지 못한다는 순응도의 문제를 맹점으로 안고 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 생활요법에 더해지는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ADA도 당뇨병 예방에 있어 생활요법의 비용효과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일정한 한계 또한 지적하고 있다. “식이조절이나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요법만으로 체중감소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ADA는 가이드라인에서 “체중감소 치료를 받고 있는 (당뇨병)환자들이, 필요한 경우에 약물 보조 또는 추가요법으로부터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ADA는 이에 근거해 올해 초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BMI 35kg/㎡ 초과, 60세 미만 연령대, 임신성 당뇨병 병력 여성에 해당하는 당뇨병전단계 환자에서 제2형당뇨병의 예방을 위해 메트포르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당뇨병 예방약물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 이환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된 혈당강하제는 메트포르민, α-글루코시다제억제제, 리라글루타이드, 티아졸리딘디온계, 인슐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펜터민/토피라메이트, 올리스탯과 같은 몇몇 비만치료제가 당뇨병전단계 환자에서 다양한 정도의 당뇨병 위험감소를 나타낸 것으로 ADA는 언급하고 있다. 항고혈압제 중에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의 발사르탄이 당뇨병 예방에 일부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ADA의 설명이다.

메트포르민

이처럼 당뇨병 예방효과를 시사한 약물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의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예방에 메트포르민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그 만큼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효과에 대한 근거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와 ADA가 내세운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 관련 유효성과 안전성은 일련의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DPP에서 DPPOS에 이르는 장기적인 치료·관찰 임상연구다.

DPP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효과 검증을 위한 DPP 연구의 여정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NEJM에 3년 치료관찰 결과가 처음 보고되면서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의 제2형당뇨병 예방효과가 합격점을 받았다.

연구는 공복·식후혈당이 상승한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 3234명을 생활요법, 메트포르민,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당뇨병 예방효과를 비교·분석했다. 결과는 2.8년 관찰기간 동안 메트포르민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중 생활요법군의 위약 대비 당뇨병 위험도 감소는 58%였다.

DPPOS

DPP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구팀은 연구종료 후에도 대부분의 환자들을 오픈라벨 방식으로 전환해 7~8년을 더 관찰했고, 최종적으로 DPP 시작시점으로부터 10년 기간의 당뇨병 발생빈도를 조사했다. 이것이 바로 2009년 Lancet에 게재된 DPPOS(DPP Outcomes Study) 연구다.

확대관찰 연구는 DPP에서 나타난 혜택을 고려해 세 그룹 모두에게 생활요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생활요법군에게는 추가적인 생활습관개선이 적용됐다(생활요법군). 메트포르민군은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요법이 더해졌다(메트포르민군). 나머지 그룹의 환자들은 모두 생활요법군으로 전환됐다(위약군). 그 결과, DPP 환자 배정 이후 10년 동안 생활요법과 메트포르민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각각 34%와 18%씩 감소했다.

3 → 10 → 15년

DPP 연구를 15년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한 사례도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대학병원의 David Nathan 교수는 “총 15년 장기관찰 결과, 생활요법과 메트포르민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각각 27%와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를 종합적으로 들여다 보면 DPP 2.8년 관찰, DPP 10년 관찰(DPPOS 연구), DPP 15년 관찰에서 위약 대비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발생 상대위험도 감소는 각각 31%, 18%, 18%로 모두 유의한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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