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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특성과 약제특성 상호호응해야

기사승인 [102호] 2021.08.09  14: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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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로스타졸 기전, 아시아인 뇌졸중에 부합

지난 2017년 국제뇌졸중학술대회(ISC 2017)에서는 한국 의료진이 아시아인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항혈소판요법의 유효성을 비교·검증한 연구가 발표됐다. 아시아인 뇌졸중 유병특성에 적합한 항혈소판요법을 선택하는데 있어 매우 귀중한 근거를 제공하는 자료다. 최근 들어 뇌졸중 예방의 핵심전략인 항혈소판요법을 선택할 때는 인종과 지역 간 유병특성에 근거해 맞춤전략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PICASSO로 명명된 이 연구에서는 출혈 고위험군으로 소혈관질환 특성을 나타내는 뇌졸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혈소판제 실로스타졸과 아스피린의 효능을 비교한 결과, 실로스타졸 치료군에서 뇌졸중 위험감소 혜택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인 뇌졸중

PICASSO 연구가 전하는 메세지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인의 뇌졸중 유병특성과 항혈소판제 실로스타졸의 기전을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서양인 대비 아시아인 뇌졸중 환자의 차이점은 세 가지 정도를 요약해볼 수 있다. △두개내 죽상동맥경화증(intracranial atherosclerosis) △소혈관질환(small vessel disease) △출혈성(intracranial hemorrhage) 병태생리의 뇌졸중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아시아인에서 두개강내 혈관의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뇌졸중, 열공성 뇌경색과 같은 소혈관이 막히는 뇌졸중의 비중이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의 환자에서는 뇌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데, 아시아인에서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열공성 뇌경색과 같은 소혈관질환 뇌졸중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져 항혈소판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항혈소판제 기전특성

뇌졸중 가이드라인을 보면, 실로스타졸과 관련해 “Phosphodiesterase를 억제함으로써 혈소판 활성화를 막고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안정화시킨다”고 언급돼 있다. 실로스타졸은 PDE3(phosphodiesterase type 3)를 억제해 cAMP(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의 수치를 증가시키는 기전이다. cAMP가 혈소판 활성화의 전체 과정에 핵심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수치를 증가시켜 혈전생성의 모든 루트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한 PDE3는 혈소판 외에도 혈관의 평활근세포, 심장의 근육세포, 지방세포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실로스타졸 치료를 통해 심혈관에 미치는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s)를 기대할 수 있다.

출혈위험은 아스피린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소판과 가역적으로 결합하는 기전상 특성이 출혈위험을 줄여준다는 설명이다. 특히 실로스타졸은 혈관내피세포의 산화질소(NO) 생성을 증가시켜 혈관확장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인해 말초동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임상혜택에 기여한다. 때문에 말초동맥질환, 즉 간헐성 파행증 환자의 초기치료 전략으로 권고되는데 증상개선과 함께 도보거리를 늘리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질환과 약제의 호응

아시아·태평양 지역 학계에서는 동양인의 뇌졸중 유병특성에 부합하는 항혈소판제 선택의 요구가 계속됐고, 대안으로 신규계열의 실로스타졸이 거론돼 왔다. 울산의대 김종성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의 논문에 따르면, 아시아인 뇌졸중 유병특성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적합한 차별화된 항혈소판제 전략이 요구된다. “소혈관질환 특성 뇌졸중의 경우 병태생리 상 고혈압에 의한 혈관내피세포기능 악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실로스타졸과 같이 혈관내피세포기능 안정화 효과를 갖춘 항혈소판제의 혜택이 크다”는 설명이다.

PICASSO

아시아인 뇌졸중 환자에서 실로스타졸의 2차예방 효과는 PICASSO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뇌출혈 위험성이 높은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실로스타졸로 치료한 결과, 전통적인 아스피린 치료에 비해 뇌졸중 재발위험을 우수하게 줄였다.

울산의대 권순억 교수(서울아산병원 신경과)가 ISC 2017에서 발표한 PICASSO 연구의 최종결과에 따르면, 실로스타졸은 출혈 고위험 뇌졸중 환자의 뇌출혈 위험감소 경향과 함께 전체 뇌졸중 위험은 아스피린 대비 유의하게 더 낮췄다. 출혈위험이 높은 뇌졸중 환자의 치료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출혈성 뇌졸중 위험은 아스피린 대비 49%까지 낮추며 상대위험도 감소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한국·필리핀·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뇌출혈의 과거력이 있거나 다수의 대뇌 미세출혈을 보이는 출혈 고위험군 뇌졸중 환자들을 모집해 실로스타졸과 아스피린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검증했다. 환자들은 연구시작 전 180일 이내에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TIA)을 겪었고 70%가 중등도에서 중증의 백색질 변화(white matter change)를, 61%는 다수의 미세출혈(multiple microbleeds)을 경험하는 등 뇌내출혈과 함께 전형적인 소혈관질환 특성을 나타냈다.

출혈성 뇌졸중 49%↓

전체 뇌졸중 위험은 48건 대 73건으로 실로스타졸군의 상대위험도가 33% 낮아 아스피린 대비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hazard ratio 0.67, P=0.03). 출혈성 뇌졸중은 9건 대 18건으로 실로스타졸군에서 49%까지 상대위험도가 감소했으나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다(P=0.09). 허혈성 뇌졸중도 아스피린 대비 26%까지 낮췄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상대위험도 감소경향만 나타냈다(P=0.14). 그러나 종합적으로는 출혈성과 허혈성을 포함한 전체 뇌졸중을 봤을 때, 아스피린 대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임상혜택이 확인됐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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