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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의 최신 치료전략
한국형 조현병 약물치료 지침서를 중심으로

기사승인 [103호] 2021.09.06  17: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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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범우 건국의대 교수(건국대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언

“토대가 잘 다져진 믿음의 토대에는 토대가 없는 믿음이 놓여 있다”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다.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할 수 없는 임상치료 현장에서 의사는 무엇에 의지해 판단을 내릴까? 교과서? 전문 저널? 전문가의 조언? 자신의 경험? 아마도 이 모든 정보를 취합해 한 의사가 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한 선택은 한번에 결정될 수 없으며 결정되어서도 안 되는 끊임없는 과정으로서의 선택인 것이다. 저명한 과학철학자인 장하석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인식적 반복(epistemic iteration)’의 방법에 의해 보강되는 일종의 정합론(coherentism)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의 근거나 지침, 가이드라인을 종합해서 임상에 적용해보고 결과를 다시 재평가하는 끊임없는 임상 진료 역시 ‘인식적 반복’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 제시하는 지침과 제안 역시 조현병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과정의 작은 계기임을 밝혀둔다.

한국형 조현병 약물치료 진료지침

100여 년 전 대규모 공공시설에 격리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심한 정신병(조현병), 결핵, 한센병 등이 있었으나 여전히 조현병만이 유일하게 현재에도 유병률과 장애의 심각도에 변화가 없는 질환으로 남아있다. 아마도 조현병의 병태 생리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고 조현병 환자에게 필요한 완벽한 회복 치료 또는 예방을 위한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 불구하고 현실에서 조현병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연구와 임상 근거에 기반한 치료 지침을 개발하고 진료에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01년, 2006년 2회 발표됐던 기존의 한국형 조현병 약물치료 지침서는 대규모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새로운 약물의 개발과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국내도입이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지침서 개정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이에 대한조현병학회, 대한정신약물학회는 공동으로 2017년 2월 알고리듬의 개정작업에 착수해 2019년 4월 한국형 조현병 약물치료 지침서(KMAP-SCZ 2019) 3판을 출간했다.

개정판은 1) 정신병 증상에 대한 치료 알고리듬, 2) 동반증상에 대한 치료 알고리듬, 3) 항정신병약물 사용에 의한 부작용의 치료 알고리듬 등 3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정신병증상에 대한 치료 알고리듬은 총 5단계로 구성되며 각 단계별로 '주요판단시점'을 정해 임상의가 약물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도록 했으며 임상의의 판단에 따라 치료 단계를 건너뛸 수 있도록 하고 각 단계별로 여러가지 선택사항을 두어 임상의의 판단을 제한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정신병 증상

정신병 증상에 대한 치료 1단계에서는 리스페리돈, 아리피프라졸, 올란자핀, 아미설프라이드, 퀘티아핀, 지프라시돈, 팔리페리돈, 블로난세린, 조테핀 등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과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사용한다. 제 1단계에서 선택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에 치료반응이 없다고 판단되면, 제 2단계에서는 다른 종류의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나 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시도할 수 있다. 제 2단계에서 치료반응이 없다고 판단되면 제 3단계에서는 클로자핀 단독요법을 시행한다. 3단계에서 치료반응이 없으면 4단계 클로자핀에 강화제(정형/비정형 항정신병약물,기분조절제, 전기경련치료 등) 추가를 시도할 수 있다. 3단계에서 반응이 없거나 클로자핀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와 4단계에서 반응이 없는 경우 5단계 클로자핀을 제외한 항정신병약물의 병용치료, 항정신병약물 + 전기경련치료, 기분조절제, 항우울제 등을 시도할 수 있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임상 상황에 따라 어떤 단계에서든 바로 병용치료 단계로 이동할 수 있으며 임상가의 판단에 따라 어떤 단계에서든 경구제로 내약성을 확인한 후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임상상황에 따라 어떠한 단계도 건너뛸 수 있다는 점도 임상적 판단에 많은 자율성을 제공하고있다.

초조·흥분 등 동반증상

초조, 흥분 등의 동반증상에는 벤조디아제핀 또는 항정신병약물 필요시 경구로 복용하거나 근육주사를 시도한다. 첫 시도가 효과가 없으면 위에서 선택하지 않은 다른 종류의 약물을 시도한다. 우울증상을 보이면 급성기에는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하고 만성기에는 항우울제를 시도한다. 강박증상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사용하고 아리피프라졸, 아미설프라이드, 지프라시돈 사용을 고려하며 클로자핀, 올란자핀 사용은 피한다. 음성증상에는 비정형 항정신병약물 또는 항우울제 병용을 시도한다. 반복적인 자살행동 및 자살위험을 보이면 클로자핀을 사용한다. 알코올 남용에 날트렉손 투여를 고려하고 금연을 위해서는 부프로피온이나 바레니클린 처방을 고려한다.

부작용 관리

부작용 관리의 경우 추체외로증상을 보이면 항콜린제, 항정신병약물 감량, 다음 단계의 항정신병약물 순으로 시도한다. 좌불안석증에는 프로프라놀롤, 프로프라놀롤 + 벤조디아제핀, 항정신병약물 감량, 다음 단계의 항정신병약물 순으로 시도한다. 지속적인 고프로락틴혈증 관련 부작용에는 항정신병약물 감량, 아리피프라졸 병용, 다음 단계의 항정신병약물 순으로 시도한다. 항정신병약물 악성 증후군(neuroleptic malignant syndrome, NMS)에는 다음 단계의 항정신병약물을 시도한다. 심한 지연성 이상운동(tardive dyskinesia) 비정형약물로 교체, 비타민 E/tetrabenazine/valbenazine/deutetrabenazine 병용, 클로자핀 순으로 시도한다. 극심한 체중 증가에는 아리피프라졸/지프라시돈 병용 혹은 교체, 토피라메이트/아만타딘 병용, 다음 단계의 항정신병약물 순으로 시도한다. 당 대사 및 지질 대사의 심각한 이상에는 다음 단계의 항정신병약물을 시도한다. 심혈관계 부작용 및 QTc 간격의 연장에는 아리피프라졸로 교체, 다음 단계의 항정신병약물 순으로 시도한다.

요약

최신의 한국형 조현병 약물치료 지침서는 기존과 달리 몇 가지 변화된 지점이 있다.

1. 언제든 다음 단계로의 진행을 가능하게 하며 효과 판정을 빠르게 했다.

2. 병용 요법을 임상가의 판단에 따라 도입할 수 있게 했다.

3.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초기부터 빠르게 도입 할 수 있게 했다.

4. 클로자핀의 사용 시기와 범위를 확대했다.

5. 약물의 부작용 특히 대사성부작용 및 호르몬 부작용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Reference

1. 대한정신약물학회/대한조현병학회. 2019 한국형 조현병 약물치료 지침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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