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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와 심리방역

기사승인 [103호] 2021.09.06  19: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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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 인제의대 교수(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론

2019년 12월 중국에서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COVID-19) 감염 환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전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1년 9개월을 지내왔고 앞으로도 언제 종식될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유래를 찾기 힘든 광범위하고 빠른 감염때문에 사회적 격리 혹은 거리두기 등이 시행됐고,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감염의 위험과 확산에 따라 죽음에 대한 공포, 건강에 대한 불안,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 등이 팬데믹 초반에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또한 불안이 지속되면 우울이 심해지는 현상이 있어서 정신건강 문제에서 가장 흔한 우울과 불안 문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우리 앞에 놓여있는 문제라 하겠다.

일반 인구에서의 불안과 COVID-19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시행한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정신건강 연구들을 살펴보면 이전에 비해 모든 정신건강의 지표들이 악화된 것을 볼 수 있다. 독일에서 시행한 단면 연구에서는 18세 이상의 성인 인구 중 44.9%에서 전반적인 불안이 있었고, COVID-19와 연관된 공포는 59%,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는 65.2%에서 있었다고 보고됐다.

또한 우울은 14.3%에서 보고됐고, 여성과 젊은 성인일수록 더 높은 정신건강 부담을 호소했다. 이런 정신건강 부담은 정부의 대처에 대한 믿음이 적을수록 더 큰 경향을 보였고 COVID-19와 연관된 정보에 대해 잘 모를수록 부담이 큰 경향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조사에서도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COVID-19 발생 이후가 이전에 비해 우울과 불안의 전반적인 수준이 1.5배에서 2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는데, COVID-19에 대한 두려움과 일반적인 불안을 나눠서 보면, COVID-19에 대한 불안은 2020년 3월, 5월, 9월, 12월, 2021년 3월까지 큰 차이 없이 1.6점에서 1.8점 사이(총점 3점)였고, 일반적인 불안은 4.6에서 5.5점 사이(총점 21점)에서 변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위 자료들을 대체로 정리해보면 불안은 COVID-19가 발생한 직후 매우 높았고 절반에 가까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불안으로 고통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불안이 점차 만성화되어 심한 불안 정도는 약간 줄어들고 있는 양상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부담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우울은 장기화에 따라 점차 심해지고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경향을 보인다.

불안장애 환자와 COVID-19

위에서는 일반적인 전체 인구의 불안에 대해 COVID-19 팬데믹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기존에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서도 당연히 팬데믹 상황은 여러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할 것이다. 특정한 불안장애 환자에서 팬데믹 상황이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체계적 연구는 아직 찾기 어렵지만, 임상 현장에서 많은 불안장애 환자들의 증상이 악화되는 사례는 많이 관찰되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극심한 불안이 단시간에 밀려오는 느낌을 주는 공황장애는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만연하게 퍼져 있는 건강에 대한 불안이 이에 취약한 사람에서 갑자기 증폭돼 처음 발생할 수 있고, 기존의 공황장애 환자들은 증상 호전 상태에 있다가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특히 COVID-19 감염은 호흡기 증상을 주로 일으키고 중증 환자의 경우 폐렴으로 전신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과호흡과 같이 호흡과 관련된 불안 증상이 많은 공황장애 환자에서 더 많은 걱정과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 공황장애 환자들은 외출 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것에 처음에 큰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많았는데 마스크 착용이 호흡을 더 곤란하게 만든다는 불안한 생각으로 인해 과호흡과 과각성 증상이 심해지고 외출이나 활동 회피가 늘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공황장애 이외의 질환들을 살펴보면, 범불안장애나 건강염려증이 있는 환자들도 공황장애와 비슷한 양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불안장애 환자들은 위 질환들과는 달리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대한 고통이 적을 수도 있다. 사회불안장애 환자들은 평소에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이 높고 이를 회피하는 것으로 대처하며 이런 회피에 대해 주변의 시선이나 압박에 부담을 가지는데, 팬데믹 상황에서는 모두가 거리두기를 해야하므로 오히려 이런 부담을 적게 느껴 편안해 할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회피 증상이 더 견고하게 되므로 결국은 사회불안장애의 치료와 회복에 악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COVID-19 상황에서 불안에 대처하는 법: 심리방역 

이제 팬데믹 상황에 만연한 불안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팬데믹 초기부터 이 상황이 사람의 정신건강에 매우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했고, 이에 대한 대비책들이 준비돼 발표됐다. 감염병에 대해 지역사회를 방어하는 것을 방역이라고 하는데, 이런 방역의 개념을 정신건강에도 적용하여 심리방역이란 용어가 만들어져 많이 쓰이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COVID-19 팬데믹의 정신건강 악영향에 잘 대처하기 위해 국립정신건강센터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발간한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이 2020년 4월에 발간됐다. 이 지침은 감염병에 대한 심리사회방역지침을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제시했는데, 초기에는 주로 정보 부족과 불확실성에 따라 공포와 불안이 증가하고 불분명한 루머가 확산하며 확진자와 가족을 포함한 타인에 비난, 분노, 차별, 낙인을 가하는 상황으로 보고, 이에 대한 심리사회방역지침으로 보건당국이 알려진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해 사회 안정과 신뢰를 도모할 것, 확진자 및 가족에 대한 비난, 차별, 낙인 예방을 위한 노력, 감염병에 대한 정상적 심리 반응에 대한 교육 및 홍보,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을 파악학고 대비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감염병 중기는 감염 위험을 체감하고 공포와 취약성이 증가하는 시기, 감염 예방을 위해 이동 제한, 휴교, 사회적 거리두기 등 일상생활이 변화하는 시기,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적 문제가 증가하고 상실과 애도 반응이 나타나며 외로움, 고립감, 불안, 우울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화하는 시기로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 지침으로는 감염병 스트레스 반응 교육, 공동체 의식과 상호돌봄을 강조하는 지지적 사회분위기 형성, 체계적인 심리지원 제공, 취약 계층을 위한 조기 발견, 보고, 관리체계 운영 등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감염병 후기는 확산이 완화되는 시기이나 사회경제적 악영향이 지속되고 이에 따라 정신건강 문제가 지속할 수 있는 시기로 볼 수 있고, 이에 대해서는 개인과 사회의 회복탄력성과 긍정성을 증진하기, 심리지원 서비스를 충분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제공, 외상성 애도 감소를 위한 추모와 애도 과정지지, 재난업무 종사자들을 위한 소진 완화 프로그램 제공, 감염병 재난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 논의를 통해 새로운 전략 모색 등이 심리사회방역지침으로 제시됐다.

결론

팬데믹 상황은 불안을 비롯한 전반적인 정신건강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킨다. 감염에 대한 공포나 사회에 대한 불신은 전반적인 불안을 만들어내고 일부 사람들은 극심한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 극심한 공포나 불안은 정보 부족과 신뢰 상실, 사회 네트워크의 붕괴 등에 의해 매개되므로 이들을 잘 해결함으로써 공포와 불안이 증폭되거나 왜곡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불안은 정확한 정보를 얻고 현실을 차분히 받아들이며 주변과 서로 돕고 지지하여,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다스려야 하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역할도 많이 요구된다 하겠다.

 

References

1. Bauerle A, Teufel M, Musche V et al. Increased generalized anxiety, depression and distres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a cross-sectional study in Germany. J Public Health. pp. 1–7. doi:10.1093/pubmed/fdaa106 

2. 국가트라우마센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감염병 심리사회방역지침(현장용).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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