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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 치료 위한 SGLT-2억제제 일찍 시작하나

기사승인 [105호] 2021.11.03  11: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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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 치료제로 입지를 다지고 있는 SGLT-2억제제의 적용 시기에 대한 논의가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진행됐다. ‘심부전에서 SGLT-2억제제 조기 사용(Early Use of SGLT-2 Inhibitor in HF)’을 주제로 진행된 찬반토론에서 최근 연구에서 보고된 SGLT-2억제제의 긍정적인 영향에 무게를 두는 의견이 있는 한편 조기 사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Pro | 조기 시작 주저하게 하는 요인 있지만 문제 없어

연세의대 오재원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심부전 치료에 SGLT-2억제제 조기 시작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들을 제시하며, 근거 기반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교수가 제시한 SGLT-2억제제 조기 시작을 막는 요인은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혈압 △체질량지수(BMI) △감염 위험 △관련된 모든 요인 등이다.

먼저 SGLT-2억제제는 치료 시작 후 eGFR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가역적(reversible)이며 회복 가능해, ESC는 SGLT-2억제제를 조기 중단하지 않도록 주문하고 있다.

오 교수는 “DAPA-HF 연구에서 신장기능 변화를 보면 eGFR은 2주 이내에 확실히 감소했지만 이후에는 안정적이었다. 반면 위약은 지속적으로 eGFR이 감소했다”며 “다파글리플로진을 2주 정도 투약 후 eGFR이 감소했을지라도 이후에 더 떨어지지 않는다면, 치료를 유지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설명했다.

BMI에 대해서는 SGLT-2억제제 치료의 ‘비만역설(obesity paradox)’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양인을 대상으로 BMI에 따라 다파글리플로진이 심부전 악화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1차 목표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결과, 과체중에 해당하는 25~30kg/㎡군에서 위험도가 가장 낮았고 이를 기준으로 U-shape 양상을 보였다.

특히 전체 환자군의 BMI 따른 1차 목표점 변화는 한국인이 주로 해당되는 BMI 30kg/㎡ 미만군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또 BMI와 1차 목표점 위험 간 연관성이 없었다(P=0.2).

이와 함께 심장 울혈을 줄이는 혜택을 줘 루프 이뇨제(loop diuretics) 투약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DAPA-HF 연구에서 위약군은 루프 이뇨제 치료 용량이 점차 증가했지만 다파글리플로진은 용량을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혈압 측면에서는 EMPEROR-Reduced에서 확인한 엠파글리플로진(제품명 자디앙) 치료 효과가 수축기혈압 105~125mmHg군에서 가장 좋은 경향을 보였다.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엠파글리플로진 치료 후 혈압이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아울러 용적 과부하(volume overload)와 관계없이 엠파글리플로진은 심부전 환자에게 치료 혜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 교수는 “심부전 치료에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등 SGLT-2억제제를 사용한다면 이뇨(diuresis), 나트륨 배설 증가(natriuresis) 등 기존에 생각했던 개념을 넘어서는 좋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며 “심부전 치료에 SGLT-2억제제를 조기 시작할 경우 약제를 잘 선택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Con | ‘조기’ 개념 불명확…치료에 따른 여과율 하락도 문제

반면 부산의대 이수용 교수(양산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심부전 ‘조기’ 치료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기 치료가 심부전 입원 후 24시간 이내인지 혹은 퇴원 전 치료 시작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확립되지 않았고, 연구마다 치료 시작 시기도 다르게 설정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엠파글리플로진의 EMPEROR-Reduced는 퇴원 일주일 후, 다파글리플로진의 DAPA-HF는 퇴원 4주 후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심부전 조기 치료에 대한 데이터는 굉장히 없는 편”이라며 “사쿠비트릴/발사르탄(제품명 엔트레스토)의 PIONEER 연구가 입원 동안 초기 증상 발생 24시간 후부터 10일 이내에 치료를 일찍 시작했다. 이 외에 조기 치료에 관한 데이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 달 이내 치료 시작을 조기라고 생각한다면, ESC 심부전 가이드라인에서 SGLT-2억제제를 ACEI/ARNI, 베타차단제, MRA와 함께 권고할지 라도 조기 치료 근거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실제 세부내용을 보면, 다파글리플로진 또는 엠파글리플로진은 ACEI/ARNI, 베타차단제, MRA를 투약한 후에도 증상이 있거나 조절되지 않은 경우에 예후가 개선되길 원한다면 병용(add-on)하길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심부전 조기 치료로서 SGLT-2억제제 투약에 대한 확실한 데이터가 없는 가운데, 이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EMPULSE △DAPA ACT HF-TIMI 68 △DICTATE-AHF 등 연구가 조기 치료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엠파글리플로진 관련 연구인 EMPULSE는 내년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으로, 입원 후 24시간~5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90일 추적관찰을 진행한다.

다파글리플로진의 DAPA ACT HF-TIMI 68는 현재 연구 준비 중이며 급성 심부전 환자를 모집해 2개월 동안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 악화 등을 평가한다. 연구는 2023년 종료 예정이다.

급성 심부전 환자에서 다파글리플로진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DICTATE-AHF 연구도 내년 2월 종료될 전망이다.

또 이 교수는 여과율 하락(GFR dip) 문제도 지적했다. 심부전 환자는 급성 상태가 되면 신장기능 악화가 나타나고 급성 심부전 상태에서 GFR이 불안정하며 신장손상을 주로 동반한다. 데이터에 따라 다르지만, 비보상성 급성 심부전(ADHF) 또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의 각 25~33%, 9~19%는 신장기능 악화가 나타난다고 보고된다. 그런데 엠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은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서도 치료 초기에 여과율 하락이 관찰된다.

이 교수는 “SGLT-2 억제제의 치료 초기에 나타나는 여과율 하락은 이후 좋아질지 혹은 악화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가역적이라고 하지만 약제를 끊으면 가역적이지 않다”며 “엠파글리플로진 치료에 따른 여과율은 위약보다 7mL/min/1.73㎡ 더 떨어진다. 급성 심부전 환자는 초기에 신장기능 악화가 나타나는데, 엠파글리플로진까지 조기 투약한다면 일선 진료현장에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SGLT-2억제제가 좋은 약일지라도 EMPULSE, DAPA ACT HF-TIMI 58 등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여러 연구가 있다”면서 “반드시 SGLT-2억제제를 병용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에게도 이 약제를 조기 투약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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