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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이상과 현실 가이드라인과 리얼월드 사이에 갭 존재

기사승인 [105호] 2021.11.03  19: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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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LDL-C 목표치 계속 내려가는데,
우리나라 임상현장 조절률은 제자리걸음
높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고중성지방혈증도 문제

전세계적으로 LDL콜레스테롤(LDL-C) 조절 목표치가 연이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임상현장(리얼월드)의 콜레스테롤 조절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어 문제다. 이에 따라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는 가이드라인과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애를 먹고 있는 리얼월드 사이에 존재하는 갭(gap)을 극복하는 것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LDL-C 목표치 하향조정 국면

전세계적으로 이상지질혈증 치료 패러다임은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 하향조정이라는 큰 물결을 타고 있다.  LDL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춰야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LDL hypothesis’와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이 심장학·내분비학계의 지지를 받으면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조기에 강력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론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심장학·내분비학계의 가이드라인에서는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를 점진적으로 내려잡고 있는 추세다.

‘Lower is better’ 입장 재확인

일례로 유럽 심장학계는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병용요법 등 강한 약물치료를 통해 LDL콜레스테롤을 기존보다 낮게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럽심장학회(ESC)와 동맥경화학회(EAS)는 지난 2019년 새로운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전보다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한 것이 특징으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고위험·중등도위험군 등에서 2016년 개정판보다 낮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권고했다. LDL콜레스테롤 조절의 강도를 전체적으로 하향조정한 것이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ESC·EAS는 목표치를 정해놓고 이를 기준으로 치료하는 틀을 유지하며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very high risk)의 2차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의 50% 이상, 그리고(and) 55mg/dL 미만까지 조절하도록 권고한다(Class I, Level A)”고 밝혔다. 초고위험군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표적장기손상 또는 3개 이상 위험인자 동반 당뇨병, 중증 만성신장질환(GFR <30mL/min/1.73㎡), SCORE 수치상 10년 내 치명적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10% 이상, ASCVD 병력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 등에 해당한다.

“55mg/dL 미만  ‘and’ 기저치보다 50% 이상”

2016년 유럽 개정판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조절을 권고했던 것에서 큰 폭으로 목표치를 하향조정한 것이다. 또한 “기저치 대비 50% 이상 ‘또는(or)’ 55mg/dL 미만으로 조절”이 아니라 “그리고(and)”라는 표현을 사용해 두 방향의 전략을 임상의들의 선택에 맡기지 않고 동시에 모두 타깃 만큼 조절하도록 당위성을 부여한 것도 특징이다.

역대 최저 목표치 등장

가이드라인에서 주목할 대목은 LDL콜레스테롤 40mg/dL 미만조절이 언급됐다는 점이다. ESC·EAS는 “스타틴 기반요법 최대내약용량 치료에도 불구하고 2년 이내에 두 번째 혈관질환을 경험한 ASCVD 환자의 경우, LDL콜레스테롤 40mg/dL 미만 목표치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IIb, B)”고 권고했다.

40mg/dL 미만조절의 가능성이 언급된 환자그룹은 스타틴 치료로 LDL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있음에도 심혈관질환이 재발하는 경우로,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가 앞서 정의한 심혈관질환 극위험군(extreme risk)과 거의 일치한다. 요약해 보면 심혈관질환 병력자인 이상지질혈증 환자 중에 스타틴 등으로 지질치료를 하고 있음에도 재발되는 등 심혈관질환 이환위험이 극한으로 치닫는 경우에는 역대급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가정하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美 내분비학계의 선공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는 움직임은 미국 내분비학계에서 먼저 감지됐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유럽보다 1년 앞선 지난 2017년에 ‘Guideline for Management of Dyslipidemia’ 제목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발표, 심혈관질환 위험군에게 전에 없던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미국내분비학회(ACE)와 공동으로 합의성명을 내놓으며 LDL콜레스테롤 조절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심혈관질환 극위험군

 2020년 합의성명에서 제시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도를 보면, 저위험군(low risk)·중등도위험군(moderate risk)에 이어 고위험군(high risk)·초고위험군(very high risk)의 기존 분류에 극위험군(extreme risk)이라는 최상위 등급을 신설한 것은 2017년과 다름이 없다. 극위험군은 △불안정형 협심증을 포함한 진행성 ASCVD를 겪고 있는 환자그룹이다. △당뇨병 또는 만성신장질환(CKD 3기 이상)을 동반한 ASCVD 병력자와 ASCVD 조기 발병력(남성 55세, 여성 65세 미만)의 환자그룹도 극위험군에 속한다. 이 위험도 분류를 적용하면 당뇨병을 동반한 ASCVD 환자는 극위험군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

“극위험군 55mg/dL 미만조절”

AACE·ACE는 ASCVD 초고위험군에게 기존과 같이 LDL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반면 새롭게 지정한 극위험군에게는 보다 강력한 목표치를 요구했다. AACE·ACE는 심혈관질환 병력과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하는 극위험군에게 70mg/dL 미만보다 강력한 55mg/dL 미만까지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라고 주문했다. “ASCVD 극위험군에서 고용량 스타틴 집중치료 또는 스타틴 + 에제티미브 또는 PCSK9억제제 병용을 통해 LDL콜레스테롤을 더 낮추고 55mg/dL 미만 목표치에 도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70mg/dL 미만 ‘or’ 기저치보다 50% 이상”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은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의 변화를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을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학계의 뜨거운 이슈인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와 관련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이라면 70mg/dL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유럽 심장학계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55mg/dL 미만으로 권고한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 2018년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서 “기존에 심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죽상경화성 허혈뇌졸중 및 일과성뇌허혈발작)이 있는 초고위험군 환자는 2차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 농도를 70mg/dL 미만 혹은(or)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권고했다. 초고위험군에서 목표치를 ‘70mg/dL 미만’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50% 이상 감소’를 선택사항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다.

우리나라 리얼월드의 조절률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가 하향조정받고 있다는 것을 살펴 봤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인 대상 연구의 부족을 근거로 이 물결에 아직 적극 동참하고 있지는 않다. 한 가지 더욱 우려되는 것은 목표치의 하향 국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리얼월드, 즉 진료현장에서 LDL콜레스테롤을 목표치 미만으로 강하·유지하는 조절률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세계적인 가이드라인 목표치와 우리나라 리얼월드의 조절률 사이에 일정 수준의 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려의대 최철웅 교수(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는 최근 열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국제학술대회(APCMS 2021)에서 강연, 가이드라인 목표치와 리얼월드 현실의 격차에 대해 설명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유럽이나 미국의 가이드라인에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가 점진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다는 것이 관찰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실제 임상현장(리얼월드)의 현실은 가이드라인 권고와 사뭇 다르다. 최 교수가 인용한 한국인 환자 데이터 대상의 한 리얼월드 관찰연구에 따르면, 국내 임상현장에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70mg/dL 또는 100mg/dL 미만) 도달률은 그 어느 쪽도 30%를 넘지 못한다(Lipids Health Dis. 2020).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20’에서도 리얼월드 현장의 문제점이 일부 노출됐다. 고콜레스테롤혈증(hypercholesterolemia) 환자의 조절률(control rate)을 보면, 2007~2009년 19.1%에서 2016~2018년 41.3%로 개선은 있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의 환자들에서 콜레스테롤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다.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의 상승세

여기에 우리나라가 이상지질혈증과 관련해 직면해 있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과거 서구보다 낮은 유병률을 보였던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지질혈증 가운데서는 높은 LDL콜레스테롤, 즉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치료지침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1차목표는 LDL콜레스테롤 조절로 제시돼 있다. 궁극적으로는 심혈관질환을 정조준하고 있는데,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통해 최종적으로 심혈관질환 이환 또는 사망위험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인의 이상지질혈증 패턴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LDL콜레스테롤의 중요성이 거듭 부각되고 있다. 과거 한국인의 이상지질혈증은 고중성지방혈증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상지질혈증과 전쟁이 고LDL콜레스테롤혈증과의 싸움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는 지금까지 2015·2018·2020년판이 발간됐는데, 이를 통해 2013(30세 이상 성인인구)·2016(30세 이상 성인인구)·2018년(20세 이상 성인인구)의 유병패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학계로부터 주목받은 대목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LDL-C≥160mg/dL) 유병률의 변화다.

먼저 2015년판 팩트시트에서 2013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고LDL콜레스테롤혈증·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15.5%·18.6%·28.4%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높은 LDL콜레스테롤 병태에 비해 중성지방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은 낮아 서양인과 비교되는 아시아 지역·인종의 전형적인 유병패턴이 그대로 관찰된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적 유병특성은 2018년 보고서에서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18’에서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2016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인구)은 17.6%로 변동이 일어났다. 한국인의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2020년 보고서에서 다시 한 번 상승곡선을 그린다.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20’에서 2018년 기준 20세 이상 성인인구의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19.2%에 달했다. 20세 이상 성인인구를 포함한 결과라 해도 전체 성인인구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수치다.

전통적 강자 고중성지방혈증

한국인의 이상지질혈증 가운데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수는 바로 고중성지방혈증이다. 고중성지방혈증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인종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저HDL콜레스테롤혈증도 마찬가지. 한림의대 유규형 교수(동탄성심병원 순환기내과)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인종의 경우 유전적 요인 또는 전통적인 탄수화물 식이로 인해 서양인과 비교해 중성지방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고 알려져 있어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팩트시트를 내기 시작한 2015년의 보고서(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15)에서 고LDL콜레스테롤혈증·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은 각각 15.5%·18.6%·28.4%로 조사됐다. 2018년 보고서(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18)에서는 유병률이 각각 17.6%, 17.5%, 19.4%였다. 다소간의 변화가 있었지만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콜레스테롤 병태의 위세가 여전히 꺽이지 않는 모습이다.

가장 최근에 보고된 2020년 보고서(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20)에서는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증가세에 있는 상황이다. 2020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인구의 고LDL콜레스테롤혈증·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각각 19.2%·16.1%·17.7%로 나타났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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