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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혈압조절, Why·When·How

기사승인 [106호] 2021.12.03  1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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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대 이해영 교수
“초반에 에이스 투입 못하면 우승 물건너가”          

ADVANCE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서 왜 혈압을 조절해야 하는지, 한다면 얼마나 낮춰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항고혈압제를 쓰는 것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 감소에 도움이 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ADVANCE와 ADVANCE-ON 연구를 통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억제제) 기반요법으로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춰 조절했을 때 심혈관사건 및 사망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었다. 특히 조기에 혈압을 적극 조절할 경우 10년 이후까지 긍정적인 심혈관질환 예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서울의대 이해영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ADVANCE 연구에 사용된 항고혈압제 요법과 관련해 “혈관질환 병력자나 사망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에서 ACE억제제의 역할과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며 “사망률까지 낮추는 항고혈압제라는 점을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Q.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 혜택을 본 이유는?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조절만으로는 단기간에, 즉 3~4년 이내에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조기의 적극적인 혈당조절에 따른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되지만, 그 만큼 혈당조절에 따른 심혈관 혜택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난다. 반면 혈당조절에 더해 혈압까지 종합적으로 관리(total care)하면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이내에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Q.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질문에 답을 준 것이 ADVANCE 연구다. ACE억제제 기반요법, 즉 페린도프릴과 이뇨제 인다파미드를 투여해 위약군과 비교한 결과,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사건 이환은 물론 전체 사망률까지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다. 수축기혈압을 기저치 대비 5mmHg 정도 낮추면 심혈관사건 위험을 10%가량 줄일 수 있는데, 이 같은 사례를 처음 보고한 것이 ADVANCE 연구와 ACE억제제 기반요법이다.

Q. 연구에서 심혈관질환·사망 예방에 기여한 인자는?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혈압강하가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유의하게 낮추는 성과 자체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90% 정도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약제의 선택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

ADVANCE에 사용된 ACE억제제 페린도프릴이 혈관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실험연구 사례가 있다. 혈관확장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 브라디키닌인데,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혈관내피세포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수치가 줄어든다. 그런데 페린도프릴을 투여하면 브라디키닌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간다. 혈관질환 발생의 병태생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ACE억제제가 해주고 있다.

혈관에 문제가 있거나 혈관질환이 있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의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들에서 ACE억제제의 역할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당뇨병의 경우도 심혈관질환 병력자에 준하는 고위험군인 만큼, ACE억제제 페린도프릴로 혈압을 조절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고 ADVANCE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가설을 입증했다.

Q. ADVANCE 연구는 어떤 측면에서 혁신적인가?

이 연구가 태동할 당시에는 무작위·이중맹검·위약 대조군 방식의 임상연구(RCT)가 생소했다. 대규모의 당뇨병 환자그룹을 2×2 방식에 따라 혈당조절과 혈압조절군으로 나눠 심혈관질환 혜택을 검증했다.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 혜택을 본 것에 더해, 이중맹검·위약·대조군 방식을 적용해 시험약제(페린도프릴 + 인다파미드 vs 위약)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평균 4.3년 추적관찰 결과, 위약군 대비 페린도프릴 병용군의 혈압강하 정도는 5.6/2.2mmHg로 나타났다. 병용군의 주요 심혈관 또는 미세혈관사건이 위약군 대비 9% 유의하게 감소했다(병용군 15.5% 대 위약군 16.8%, hazard ratio 0.91, P=0.04).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상대위험도(relative risk)는 각각 3.8%와 4.6%로 페린도프릴 병용군의 상대위험도가 18% 유의하게 낮았다(P=0.03).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전체 사망률) 역시 병용군에서 14%의 상대위험도 감소효과가 있었다(7.3% 대 8.5%, P=0.03).

ADVANCE 연구의 시작 당시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종합관리(total care)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인자들마다 개별치료만 시행됐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을 비롯한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도 같이 조기치료함으로써 심혈관질환 예방혜택을 더 빨리, 더 많이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한 효시 격의 사례가 바로 ADVANCE 연구다.

Q. ADVANCE-ON 연구도 있었는데?

장기간 확대관찰을 통해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을 해도 레거시효과를 볼 수 있겠는지 본 것이다. 야구를 예로 들어보자. 시즌 초반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에이스 투수를 투입하지 못하면 게임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나중에 에이스 투수를 다시 쓰게 되더라도 초반에 벌어진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은 우승을 놓치는 결과가 초래된다.

혈압조절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혈압을 적극 조절해두지 못하면 나중에는 에이스를 투입한다 해도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을 막기가 어려워진다. 역으로 당뇨병 환자에서 초반에 혈압을 적극 조절하면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ADVANCE-ON에서 입증됐다.

Q. ADVANCE가 임상현장에 전하는 메세지는?

먼저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데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다. 혈압을 5mmHg 낮추면 심혈관질환 위험을 10%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처음 보고했다.

두번째로는 ACE억제제 기반요법을 적용해 전체 사망률을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고, 이 모든 것을 치료관찰 4년 이내에 달성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대비 ACE억제제의 처방률이 너무 낮은데, ARB를 써서 브라디키닌 호르몬의 수치를 올렸다거나 당뇨병 환자의 사망위험을 낮췄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ACE억제제의 기침 부작용이 있지만, 이를 고려한다 해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사망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근거가 너무 확고하다. 당뇨병 환자 역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만큼, ACE억제제를 포함하는 병용요법을 통해 단기간에 사망위험 감소를 유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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