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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집중 혈압조절의 임상근거

기사승인 [106호] 2021.12.03  16: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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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VET → SPRINT → FITNESS까지

임상에서 노인 고혈압의 치료가 어렵다는 볼 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혈압치료 전략을 시험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혈압 치료와 관련한 대부분의 임상연구들은 고령층, 특히 80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그룹을 대변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고연령대에 대한 치료의 명확한 근거 없이 부작용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 치료에 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심장학계는 고연령층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혈압치료 연구를 생산해내기 시작했고, HYVET에서 SPRINT까지 일련의 랜드마크 임상연구를 거치며 노인 고혈압 치료의 근거를 축적해 오고 있다. 여기에 한국인 고령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항고혈압제 집중치료의 혜택을 들여다 본 FITNESS 연구까지 등장해 노인 고혈압의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노인 고혈압 치료의 전환점

임상시험을 통해 노인 고혈압에서 항고혈압제 치료의 혜택을 명확히 입증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HYVET 연구다. 초고령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역대 최대규모의 임상시험을 진행, 항고혈압제 치료를 통한 적극적인 강압의 긍정적인 혜택이 도출되면서 노인 고혈압 치료에 소극적이었던 임상현장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연구는 80세 이상 연령대의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치료를 통해 궁극적인 심혈관사건과 사망을 막을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노인 고혈압 환자(3845명)들을 이뇨제 인다파미드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치료·관찰을 진행했다. 연구에서 설정한 혈압 목표치 150/80mmHg였다. 목표치 달성에 필요한 경우에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페린도프릴 또는 위약이 추가로 투여됐다.

ACEI와 이뇨제 

2년시점에서 적극치료군의 혈압은 위약군에 비해 15.0/6.1mmHg 낮았다. 궁극적인 아웃컴에서는 항고혈압제 적극치료군의 뇌졸중 빈도가 30%(P=0.06), 뇌졸중 원인 사망은 39%(P=0.05),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21%(P=0.02), 심혈관 원인 사망 23%(P=0.06), 심부전 빈도는 64%(P<0.001)까지 감소됐다. 반면 우려했던 심각한 부작용은 358 대 448건으로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P=0.001).

사망과 심부전 위험감소

연구팀은 고령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적극치료를 통해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과 심부전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었다는 데 주목했다. 전체 사망률을 나타내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적극치료군이 위약군에 비해 21% 낮았다.

한편 HYVET 연구의 적극치료군에서는 심부전 위험이 위약군 대비 64% 감소해 큰 혜택을 보였다. 연구팀은 “고혈압이 심부전의 주요한 위험인자이며 70세 이상 연령대에서 심부전이 자주 발생한다”며 “이뇨제와 ACEI의 병용이 이러한 혜택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OSCAR & CASE-J  

중증의 노인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OSCAR 연구에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와 칼슘길항제(CCB)의 병용요법이 심혈관질환 병력자의 심혈관사건을 재발을 유의하게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OSCAR 연구는 ARB 올메사르탄 + CCB 암로디핀의 표준용량 병용과 올메사르탄 고용량 단독요법이 대등한 심혈관사건 및 사망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하위그룹 분석결과 심혈관질환 병력 환자들은 ARB + CCB 병용의 유의한 임상결과 개선효과가, 심혈관질환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은 ARB 고용량 단독요법에서 우수한 경향이 관찰돼 기저질환이나 위험인자 등 환자특성에 따른 차별화 전략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같은 목적의 CASE-J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고령의 중증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칸데사르탄과 암로디핀 모두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 예방에 있어 대등한 효과를 검증받았다. 고령 고혈압 환자의 1차선택제로서 ARB와 CCB 모두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SPRINT

심장학계는 HYVET 연구 등을 거론하며 고령층의 혈압조절에 있어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의 임상혜택이 검증된 바 없다며, 대부분 이들 연령대에게 150mmHg 미만의 목표치를 권고해 왔다. 하지만 고령층 혈압조절 강도에 대한 논쟁은 SPRINT를 통해 다시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노인 고혈압일지라도 집중 혈압조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과학적 힘을 실어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SPRINT 하위분석 결과다. SPRINT 하위분석 결과는 당뇨병과 뇌졸중 병력 환자들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고령층에서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가져다 주는 임상혜택을 잘 보여주고 있다.

SPRINT 연구는 고령층 인구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다. 대상환자들의 평균연령은 67.9세였으며, 75세 이상 고연령층도 30% 가깝게 포함됐다. SPRINT 연구팀은 이들 75세 이상 연령대 환자그룹을 별도로 떼어내 하위분석을 실시했다. HYVET 연구가 고령 연령대에서 수축기혈압 150mmHg 미만을 평가했다면, SPRINT 하위분석은 120mmHg 미만 조절의 임상혜택을 검증했다.

총 2636명을 3.1년 관찰한 결과, 집중 혈압조절군(120mmHg 미만)은 표준조절군(140mmHg 미만) 대비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34%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hazard ratio 0.66, 95% CI 0.51-0.85).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도 33% 낮췄다(0.67, 0.49-0.91). 이상반응으로는 저혈당과 실신이 71%와 23% 더 발생했지만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연구를 주도한 Jeff Williamson(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 교수는 “75세 이상인 고령 고혈압 환자 중에서도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및 사망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해 그동안 150mmHg 미만으로 권고돼 왔던 고령자들의 혈압관리가 변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목표혈압은 어디까지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지난 2017년 새로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 SPRINT 연구에 근거해 고혈압 환자의 혈압 목표치를 130/80mmHg 미만으로 낮췄다. “심혈관질환 병력자 또는 10년내 ASCVD 발생위험이 10% 이상인 성인 고혈압 환자에서 목표혈압은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된다”는 설명이다.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도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고령 연령대의 고혈압 환자에게도 낮은 혈압 목표치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양 학회는 65세 이상 연령대(non­institutionallized ambulatory community dwelling adults)에게도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추도록 주문했다. 다만 동반질환의 부담이 높고 기대수명이 제한적인 환자의 경우에는 위험 대비 혜택을 고려해 치료의 강도와 항고혈압제 선택을 개별화하도록 유도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2018년 새로운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표,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목표혈압을 권고한 바 있다. 학회 측의 설명에 따르면, 노인의 고혈압 치료는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및 사망률을 감소시키며 수축기단독고혈압 환자에서도 혈압치료의 이득이 관찰되기 때문에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고혈압학회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노인환자에서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고려한다”며 ACC·AHA가 권고한 목표혈압과는 다른 수치를 지지했다. 특히 “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을 목표로 하지만 기립성저혈압을 유발하는 정도의 혈압강하는 피하는 것이 좋다”며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과도한 혈압강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FITNESS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인 고령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ARB 계열 항고혈압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연구가 공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내 의료기관에 등록된 70세 이상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ARB 피마사르탄과 ACEI 페린도프릴의 혈압강하 효과를 비교·평가한 FITNESS 연구가 주인공이다.

결과는 치료·관찰 8주시점에서 피마사르탄군과 페린도프릴군의 기저시점(baseline) 대비 수축기혈압 변화가 -14.30mmHg 대 -8.95mmHg로 피마사르탄군이 -5.35mmHg 차이 만큼 우수한 경향을 보였다. 이는 사전에 정의한 ACEI 대비 비열등성 한계치(-5mmHg)보다 높은 값으로 최종적으로 피마사르탄의 비열등성(non-inferiority)을 확인했다. 또한 피마사르탄은 4·8주시점에서 ACEI 대비 유의하게 높은 혈압반응률(수축기혈압 140mmHg 미만 조절 또는 20mmHg 이상 강하)을 나타냈다.

연구를 진행한 서울의대 김철호 교수는 “한국에서는 처음 진행된 노인 고혈압 환자 대상의 임상연구를 통해 ARB 피마사르탄의 ACEI 대비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향후 노인 고혈압의 1차치료에 ARB를 사용할 수 있겠다는 점이 시사된 것”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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