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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SPRINT’라 불리는 연구

기사승인 [106호] 2021.12.03  16: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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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층 130mmHg 미만조절로 심혈관사건 더 낮춰

고령의 고혈압 환자에서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임상적 타당성이 또 한 번 검증됐다. 이번에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했는데, 올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1)에서 발표된 STEP 연구가 그 주인공이다. 6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진행한 결과, 수축기혈압을 110~130mmHg로 조절한 환자군의 심혈관사건 위험이 130~150mmHg를 목표로 조절한 이들보다 크게 감소했다. 고령층에서 적극적 혈압조절의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을 입증한 SPRINT에 이어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중국 후와이병원의 Jun Cai 교수가 지난 8월 ESC 2021 현장에서 처음 발표한 STEP 연구결과는 세계 유수의 의학저널 NEJM 에도 게재됐다.

고령층 목표혈압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고령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치는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140mmHg 미만(동반질환이 없는 모든 환자) △미국내과학회 150mmHg 미만(60세 이상) △유럽심장학회·고혈압학회 130~139mmHg(65세 이상)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 130mmHg 미만(65세 이상) 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고혈압학회가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축기혈압 130mmHg 미만조절

중국에서 진행된 STEP 연구는 고령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을 낮추기 위한 수축기혈압 목표치(목표혈압)가 아직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연구에는 60~80세의 중국인 고령 고혈압 환자 8511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목표혈압이 110~130mmHg인 적극조절군(4243명) 또는 130~150mmHg인 표준조절군(4268명)에 무작위 배정돼 혈압강하 치료를 받았다.

전체 환자군은 진료실혈압과 함께 가정혈압도 모니터링했다. 검증된 가정용 혈압계를 제공하고 추적·관찰 하는 동안 최소 주 1일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 기반 애플리케이션에 측정값을 올리도록 했다. 환자들은 항고혈압제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올메사르탄, 칼슘길항제(CCB) 암로디핀,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계 이뇨제 등을 복용했다.

1차종료점은 △뇌졸중 △급성 심근경색증,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급성 비보상성 심부전 △관상동맥 재관류술 △심방세동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1년 추적·관찰 시점에서 평균 수축기혈압은 적극조절군 127.5mmHg, 표준조절군 135.3mmHg로 조사됐다. 목표혈압에 도달하기 위해 복용한 항고혈압제는 적극조절군 1.9개, 표준조절군 1.5개였다.

심혈관사건 위험 달라져

3.34년(중앙값)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1차종료점 발생률은 적극조절군 3.5%(147명), 표준조절군 4.6%(196명)로 적극조절군의 상대위험도가 26% 유의하게 낮았다(HR 0.74, P=0.007). 게다가 1차종료점 인자에 대한 개별평가에서도 적극조절군의 혜택이 더 컸다. 표준조절군 대비 적극조절군의 각 평가변수 발생 위험은 △뇌졸중 33% △급성관상동맥증후군 33% △급성 비보상성 심부전 73% 등 유의하게 낮았다.

또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으나 적극조절군에서 △관상동맥 재관류술 31% △심방세동 4%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28% 등 위험감소 경향이 관찰됐다. 안전성 및 신장예후 결과는 두 군 간 유의한 차이 없었다. 저혈압 발생률은 적극치료군이 3.4%로 표준조절군(2.6%)보다 높았다.

고령 목표혈압 더 낮아지나?

이번 결과는 고령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10~130mmHg로 설정해 더 낮게 조절하면 130~150mmHg 조절군보다 큰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를 주도한 Cai 교수는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고령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면 심혈관 혜택을 얻을 수 있음을 확인했지만, 적절한 목표혈압에 대한 합의(consensus)는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중국인 고령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추면 심혈관 혜택을 얻을 수 있음을 입증한 중요한 근거”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SPRINT?

단, 이번 연구는 중국인만 포함됐고 뇌졸중 과거력이 있는 환자는 제외됐다는 점에서 모집기준에 해당되지 않은 인구에게 결과를 일반화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연구에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고령 환자가 모집됐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75%가 70세 미만이었고 2%만 신장손상을 동반했으며 심혈관질환 환자는 약 6%에 불과했다. 10년 프래밍험 위험점수가 15% 이상으로 중등도 이상인 환자군은 65%를 차지했다.

맞춤형 목표혈압

연구발표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영국 왕립런던대학의 Bryan Williams 교수는 고령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에 대해 ‘맞춤의학(Bespoke Medicine)’이라 표현하며, 환자의 이질성(heterogeneity)을 고려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Williams 교수는 “일부 고령 환자는 생물학적으로 젊고 활동적이지만 같은 연령의 다른 환자는 생물학적으로 아주 고령이고 노쇠하며 치료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며 “모든 환자가 같은 목표혈압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65세 이상의 고령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은 많은 환자가 140mmHg 미만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를 목표로 우선 조절하도록 제시했다. 이어 환자가 해당 목표혈압을 견디고 STEP 환자군처럼 동반질환이 적고 활동적이면서 노쇠하지 않다면 130mmHg 미만을 목표로 조절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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