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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현장이 주목하는 임상연구

기사승인 [106호] 2021.12.03  16: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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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만성질환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진료현장의 임상의들에게 배달됐습니다. 심혈관질환·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의 치료전략을 검증하기 위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도 다수 첫선을 보였습니다. 월간 의학학술잡지 THE MOST는 이 처럼 매년 쉴틈 없이 업데이트되고 있는 임상연구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게 정리해 임상의분들이 쉽게 보실 수 있도록 전달해드리고자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의학계에 화두를 던지고 진료 패러다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연구들을 선정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편집자주 –

항혈전치료

관상동맥질환 분야의 항혈전치료에서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또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후 시행되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DAPT 전략을 얼마나 길게 끌고 갈 것이냐 또는 어느 계열의 항혈소판제를 선택할 것이냐를 놓고 혈전(血戰)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규모라 할 수 있는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에서 DAPT 후 사용되는 항혈소판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1 대 1 비교한 결과가 전세계 학계에 발표돼 지대한 관심을 끈 바 있다. 국내에서 총 5500명 이상의 스텐트(DES) 삽입 환자를 대상으로 1년가량의 DAPT 치료 후 선택되는 단독 항혈소판제로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비교한 결과다. 이 연구에서 아스피린 대비 클로피도그렐의 혈전사건 및 출혈의 상대위험도가 모두 유의하게 낮았다.

표준으로 자리했던 아스피린이 클로피도그렐 대비 우위를 점하지 못함에 따라 명확하고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도 DAPT 후 장기 유지요법에 관행적으로 낙점을 받아 왔던 아스피린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혈전사건과 출혈위험 모두에서 유의한 상대위험도 감소혜택을 보여준 클로피도그렐은 DAPT 시작부터 이후 장기 유지요법까지 영구적인 항혈소판요법으로써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클로피도그렐은 이 같은 연구를 계속 축적하면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담보하는 약제로 인정받는 동시에 최근에는 비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관상동맥질환 예방 분야에서 아스피린을 위협하는 표준요법으로 성장하고 있다.

노인 고혈압

노인 고혈압은 대한민국 심장학계가 당면한 최대의 해결과제로 꼽히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앞으로 10~20년 내에 노인 연령대에서 고혈압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만 보더라도 65세 이상 고령 연령대의 고혈압 유병률이 50%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노령인구 2명 중 1명은 고혈압이라는 것인데, 현재의 중·장년층이 고령에 진입하게 되는 향후 10~20년 시점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인의 경우 대부분이 수축기단독고혈압에 해당한다. 주로 대동맥의 기능저하에 의해 수축기혈압이 단독으로 상승하는 병태생리다. 노인 고혈압의 또 다른 특성은 혈압변동성(BP variability)이 심하다는 것이다. 혈압의 높고 낮음의 변화가 크게 나타나고, 특히 진료실혈압이 높게 나타나는 백의효과(white coat effects)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심부전과 같은 만성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아 다제약물복용의 대상이라는 점도 노인 고혈압 환자의 임상특성 중 하나다.

최근 고령의 고혈압 환자에서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임상적 타당성이 재확인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올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1)에서 발표된 STEP 연구가 그 주인공. 6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진행한 결과, 수축기혈압을 110~130mmHg로 조절한 환자군의 심혈관사건 위험이 130~150mmHg를 목표로 조절한 이들보다 크게 감소했다. 고령층에서 적극적 혈압조절의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을 입증한 SPRINT에 이어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가 추가된 것이다.

당뇨병

당뇨병 분야에서는 DPP-4억제제 계열의 혈당강하제 치료에 관심이 쏠렸다.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8’에서 2016년 기준 혈당강하제 단독요법의 처방결과를 보면, 메트포르민(62만 6151건)이 일관되게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설폰요소제(13만 3361건)와 DPP-4억제제(12만 1457건)가 2·3위를 잇고 있다. 메트포르민이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고 간에서 포도당 합성을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이라면 설폰요소제와 DPP-4억제제는 인슐린분비능을 촉진하는 대표적 계열이다. 인슐린분비능과 저항성을 개선하는 약제들이 처방시장을 크게 양분하고 있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혈당강하제 단독요법 처방 중에 DPP-4억제제는 2012년 1만 3380건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8만 8041건, 2016년에는 12만 1457건으로 처방량이 급증했다. DPP-4억제제는 인크레틴을 비활성화하는 DPP-4 효소를 억제해 GLP-1의 생활성화를 촉진하는 기전이다. 체내 혈당수치에 따라 베타세포의 양을 늘려 인슐린 분비능을 강화하고, 베타세포 기능을 개선해 혈당을 조절한다.

이를 혈당 의존성 인슐린 반응(glucose dependent insulin response)이라고 하는데, 체내 혈당의 높고 낮은 상태를 고려해 인슐린분비능을 맞춤조절하는 것이다. 때문에 혈당변동성을 줄이고 안정된 혈당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DPP-4억제제 계열 내에서 전환치료(스위칭 전략)에 관한 임상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다른 DPP-4억제제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을 동계열의 테네리글립틴으로 전환치료해 효과를 확인한 사례다.

당뇨병·고혈압

한편 연구를 시작한지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랜드마크 임상연구에 대한 관심도 컸다. ADVANCE와 ADVANCE-ON 연구가 그 주인공.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과 함께 혈압까지 조기에 집중조절하면 혈관합병증 예방은 물론, 이 같은 위험감소 혜택을 1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공표한 랜드마크 연구다.

2000년대 초반 대규모로 모집한 당뇨병 환자들을 혈당과 혈압조절군으로 양분해 연구를 시작, 2007년(혈압조절)과 2008년(혈당조절)에 ADVANCE 본 연구의 4~5년 치료관찰 결과가 첫 선을 보였다. 이어 2014년에는 본 연구가 종료된 후 5년이 넘는 장기간의 확대관찰 결과인 ADVANCE-ON 연구가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ADVANCE 연구 중 혈압조절 부문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기저 혈압수치에 관계없이 조기에 적극적으로 혈압조절에 임한 결과, 혈압강하에 따른 심혈관사건 및 사망위험 감소의 혜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ADVANCE 대상 환자들을 확대관찰한 ADVANCE-ON 연구에서는 조기에 적극적으로 다스려둔 혈압이 10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심혈관사건 및 사망위험을 줄여준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한편 ADVANCE 연구에서는 설폰요소제 계열 혈당강하제 글리클라지드 엠알(MR, modified release)을 통한 집중 혈당조절과 표준조절군의 혈관합병증 임상혜택을 비교하기도 했다. 결과는 글리클라지드 기반 집중 혈당조절군의 미세혈관 및 대혈관합병증 복합빈도가 표준조절군에 비해 10% 낮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hazard ratio 0.90, P=0.01). 특히 글리클라지드 기반 집중 혈당조절군의 미세혈관합병증이 표준요법 대비 14%(hazard ratio 0.86, P=0.01) 감소했으며, 미세혈관합병증 중 하나인 신장질환의 상대위험도는 21%(hazard ratio 0.79, P=0.006) 감소했다.

심부전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혈당강하제 전략은 최근 심부전 영역으로까지 적응증을 확대해가고 있다. SGLT-2억제제 계열의 혈당강하제는 심부전 치료전략으로 영역을 확장하는데 있어 선구자 격으로 꼽힌다. 엠파글리플로진의 심혈관 아웃컴을 본 EMPA-REG OUTCOME 연구에서 심부전 혜택이 보고됐고, 심부전 치료효과만을 단독으로 본 EMPEROR-Reduced 연구는 엠파글리플로진이 박출량 감소 심부전(HFrEF) 치료에 적응증을 승인받는데 근거가 됐다.

이후 엠파글리플로진의 심부전 치료혜택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EMPEROR-Preserved 연구다. 올해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1)에서 선을 보인 연구결과로, 엠파글리플로진은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을 유의하게 낮췄다. 이 연구는 치료가 어려운 HFpEF 환자의 주요 심부전 예후를 확실하게 개선하는 임상적 혜택을 처음 입증했다는 의미가 있다.

EMPEROR-Preserved 연구에는 한국을 포함한 23개국 622곳 의료기관에서 뉴욕심장학회(NYHA) 기능 등급이 II-IV이고 박출률이 40% 이상인 만성 HFpEF 환자 5988명이 모집됐다. 1차종료점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으로 정의했다. 26.2개월(중앙값)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1차종료점 발생위험은 엠파글리플로진군이 위약군보다 21% 유의하게 낮았다(HR 0.79; P=0.0003).

1차종료점 상대위험도 감소는 엠파글리플로진군의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크게 감소하면서 나타났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엠파글리플로진군이 위약군보다 27% 유의하게 낮았다(HR 0.73; P<0.001). 한편 엠파글리플로진의 심부전 치료혜택은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비만

비만의 약물치료 부문에서도 올해 혁신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혈당강하제에서 비만치료제로 옷을 갈아 입은 GLP-1수용체작용제 계열의 세마글루타이드 2.4mg의 체중감량 효과를 검증한 사례다.

대한비만학회는 2019 Obesity Fact Sheet를 통해 국내 비만 유병률이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2009년 대비 2018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남성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유병률이 증가했고, 여성은 20대와 30대, 70대와 80대에서 늘었다.

복부비만 유병률도 2009년 19.0%에서 2018년 23.8%로 증가했다. 체질량지수(BMI)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 위험도 문제다. 성인에서 BMI 25~29.9kg/㎡일 때 당뇨병·고혈압·심근경색증·뇌졸중의 위험도는 각각 6.5배, 2.8배, 1.6배, 1.6배 높았다.

대한비만학회는 지난 2020년 비만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했다. 학회는 새 진료지침을 통해 비만(복부비만까지)의 진단·평가·치료에 대해 권고안을 업그레이드시켰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비만이 제2형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관상동맥질환 및 대사증후군 발생위험을 높이고 총 사망률, 암 사망률, 심혈관질환 사망률을 높인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비만과 동반 만성질환의 위험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만 약물치료와 관련해 혁신적인 결과를 도출해낸 임상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대상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들여다 본 STEP1 연구가 그 주인공이다. 이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 2.4mg 요법은 기저치 대비 체중을 15%와 15kg씩 낮추면서 위약군 대비 유의한 감소효과를 나타냈다. 지금까지 보고된 비만치료 약물의 체중감량 면에서 매우 우수한 성적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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