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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I, 사망률 줄이는 유일 RAS억제제”

기사승인 [111호] 2022.05.03  15: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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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의대 이종영 교수
“개원가서도 심혈관질환 1·2차예방 목적 전방위 처방 가능”

고혈압 약물치료에는 일반적으로 A(ACEI, ARB)·B(베타차단제)·C(칼슘길항제)·D(이뇨제) 계열의 항고혈압제들이 사용된다. 이들 계열 가운데서는 RAS(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로 불리는 A가 다양한 동반질환 고혈압 환자들에게 1차선택으로 권고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RAS억제제는 △만성신장질환 △심방세동 예방 △심부전 △좌심실비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노인 수축기단독고혈압 △심근경색 후 △당뇨병 등에 추천된다.

성균관의대 이종영 교수(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는 RAS억제제가 이렇게 다양한 동반질환에서 1차적으로 쓰임을 받는 이유로 기전특성과 풍부한 임상근거 등을 꼽았다. 먼저 RAS억제제는 혈압상승의 가장 중요한 경로인 안지오텐신시스템을 공략하는 기전이다. 특히 ACEI(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의 경우 단순 고혈압, 합병증 동반 고혈압, 심혈관질환 병력 고혈압 환자 등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1·2차예방효과를 검증받는 등 가장 풍부한 임상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 교수는 RAS억제제 중에서는 ACEI가 사망위험 감소나 심혈관질환 혜택 등의 측면에서 ARB(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를 앞서고 있기 때문에 ACEI의 선택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설명했다.

Q. ACEI의 심혈관질환 2차예방 근거는?

ACEI 페린도프릴 기반요법을 검증한 EUROPA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1만 2218명의 안전형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을 페린도프릴 또는 위약군으로 나눠 평균 4.2년 치료·관찰했으며, 심혈관 사망·심근경색증 또는 심정지 발생의 복합빈도를 1차종료점으로 평가했다. 두 그룹의 1차종료점 발생비율은 8%(488명) 대 10%(603명)로, 페린도프릴군의 상대위험도가 위약군에 비해 20% 낮았다(P=0.0003). 사망률·심근경색증·불안정형 협심증·심장마비 발생위험은 14% 감소시켰다(P=0.0009).

Q. ACEI와 ARB의 사망위험 감소혜택은?

메타분석을 통해 두 계열 항고혈압제의 사망률 감소혜택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EUROPA·ASCOT-BPLA·ADVANCE 등 ACEI 페린도프릴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사망위험 감소혜택이 시사된 바 있다. 이에 반해 ARB 계열을 대상으로 사망률 감소결과를 보고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몇 가지 메타분석을 봐도, ACEI 치료그룹에서는 유의한 사망률 감소혜택이 확인되지만 ARB 그룹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Q. 기전특성에서 차이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

ARB의 경우 안지오텐신시스템 관련 최종단계라 할 수 있는 안지오텐신II 경로에만 관여하는 반면, ACEI는 보다 앞선 경로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를 억제한다. ACEI는 이 외에도 브라디키닌 경로에도 관여하는데, 이를 통해 혈관확장을 유도할 수 있다. 즉 혈압조절에서 더 나아가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ACEI 중에서는 페린도프릴의 반감기가 가장 길어 장시간 혈압조절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높은 지질친화성(high lipophilicity)으로 인해 조직 내에서 약효가 직접 발현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용이하다. 이러한 약리학적 특성에 근거해 ACEI와 ARB의 임상혜택 차이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Q. 페린도프릴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는?

HYVET, ASCOT-BPLA, ADVANCE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HYVET 연구는 고령 고혈압 환자에서 페린도프릴 치료를 통해 전체 사망률을 나타내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위약군 대비 21%까지 유의하게 줄였다.

ASCOT-BPLA 연구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암로디핀 + 페린도프릴과 타 계열 조합을 비교한 결과,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치명적 관상동맥질환이 429명 대 474명으로 암로디핀 + 페린도프릴군의 위험도가 10% 낮았다(P=0.1052). 사망률도 11%(P=0.025) 감소했다.

ADVANCE 연구에서는 페린도프릴과 이뇨제 인다파미드 고정용량 병용요법으로 혈압을 강하시킬 경우 주요 심혈관 및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이 감소됨을 입증했다. 평균 4.3년 관찰결과, 병용군의 주요 심혈관 또는 미세혈관사건이 위약군 대비 9% 유의하게 감소했다(P=0.04). 심혈관 원인 사망은 각각 3.8% 대 4.6%로 페린도프릴 병용군이 18% 유의하게 낮았다(P=0.03).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전체 사망률) 역시 병용군에서 14%의 감소혜택이 확인됐다(P=0.03).

Q. ADVANCE 연구의 임상적 의미는 무엇인가?

당뇨병 환자의 혈압조절에 기념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연구가 바로 ADVANCE다. 20년 전 이 연구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당뇨병 환자에서 반드시 혈압을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consensus)가 이뤄져 있지 않았다. 이 연구결과를 근거로 혈압이 경계치를 넘나드는 당뇨병 환자에게도 혈압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겠다는 권고가 처음 등장했다.

이 연구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대혈관합병증은 물론 미세혈관합병증 위험감소까지 관찰돼 페린도프릴의 신장보호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ADVANCE-ON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에게 조기에 적극적 혈압관리를 했을 경우 10년 이후까지 장기적으로 사망위험 감소혜택을 개선·유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Q. 1차의료의에게 ACEI 처방의 팁을 준다면?

ACEI 계열이 단순 고혈압, 동반질환 이환 고혈압, 심혈관질환 병력 고혈압 등 광범위한 환자군에서 심혈관질환 1·2차예방은 물론 궁극적인 사망위험 감소혜택을 검증받은 항고혈압제라는 점을 인지해주셨으면 한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이러한 하드엔드포인트의 개선혜택은 등한시되고 기침과 같은 부작용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ACEI의 잠재력이 저평가돼 있는 실정이다.

기침과 같은 부작용은 환자의 내원 간격이 더 짧아, 더 자주 대면할 수 있는 개원가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다.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작용을 이유로 ACEI의 검증된 임상혜택을 환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나 병력이 없는 단순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의 고·초고위험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환자군에서 ACEI를 처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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