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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Lower→Much Lower 한국도 택했다

기사승인 [112호] 2022.06.03  18: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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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LDL-C 55mg/dL 미만조절 첫 등장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진료지침 일부 권고안 공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 역대 최저 목표치 주문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치료에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 시에 LDL콜레스테롤(LDL-C) 조절 목표치를 연이어 엄격하게 하향조정하고 있는 전세계적인 흐름에 우리나라의 주요 유관학회가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나선 것.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 춘계학술대회에서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의 일부 내용을 선공개했다. 학회는 이 자리에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이전보다 더 낮춰 강력하게 조절하도록 주문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진료지침 개정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관상동맥질환, 표적장기손상이나 3개 이상의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 등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한다”는 권고안이다. 이 권고안을 담은 개정판이 올해 안에 공식 발표되면, 우리나라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에도 역대 가장 낮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가 등장하게 된다. 이 내용을 반영하게 될 임상현장에서도 목표치 하향조정에 따른 치료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왜 55mg/dL 선택했을까?

임상현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학회 측은 왜 이런 결정을 예고한 것일까? 전세계적으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를 더욱 엄격하게 하향조정하고 있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변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LDL콜레스테롤을 이전보다 강하게 또는 더 낮게 조절하도록 요구하는데는 ‘LDL콜레스테롤 이론’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LDL콜레스테롤을 낮게 조절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이 최근 들어 정설로 인정받으며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북미의 움직임

유럽과 북미의 주요 학회들은 이미 LDL콜레스테롤 이론과 임상근거에 기반해 이상지질혈증 치료 역사 상 가장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를 내세운 바 있다. 유럽심장학회(ESC)·동맥경화학회(EAS)는 ‘2019 이상지질혈증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자에 해당하는 초고위험군의 2차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의 50% 이상, 그리고 55mg/dL 미만까지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2016년 유럽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에서 초고위험군에게 70mg/dL 미만조절을 권고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2019년 유럽 가이드라인에서 더 주목받은 대목은 LDL콜레스테롤 40mg/dL 목표치에 대한 언급이다. ESC·EAS는 가이드라인에서 “스타틴 기반요법의 최대내약용량 치료에도 불구하고 2년 이내에 두 번째 혈관질환을 경험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의 경우, LDL콜레스테롤 40mg/dL 미만 목표치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북미에서는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가 목표치 강화 움직임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AACE는 ‘2020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통해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AACE는 ASCVD 초고위험군에게 기존과 같이 LDL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반면 새롭게 지정한 극위험군(extreme risk)에게는 보다 강력한 목표치를 요구했다.

심혈관질환 병력자로,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혈관질환이 재발하는 극위험군에게 70mg/dL 미만보다 더 낮게 55mg/dL 미만까지 LDL콜레스테롤을 조절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AACE는 “ASCVD 극위험군 환자에서 고용량 스타틴 집중치료, 스타틴 + 에제티미브 또는 PCSK9억제제 병용을 통해 LDL콜레스테롤을 더 낮추고 55mg/dL 미만 목표치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선택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측은 이와 같이 전세계적인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강화기조를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에 반영했다. 그 중에서도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적용한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학회 진료지침위원장인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는 “△관상동맥질환 △당뇨병(표적장기손상이나 3개 이상의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한 경우) 환자군을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으로 보고 이들에게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과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를 권고한다”고 학술대회 현장에서 밝혔다.

다만 2018년 제4판에서 초고위험군으로 분류됐던 △죽상경화성 허혈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TIA) △말초동맥질환 환자군에게는 기존과 같은 목표치인 70mg/dL 미만조절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허혈뇌졸중 또는 일과성뇌허혈발작 환자가 뇌동맥, 목동맥, 대동맥, 관상동맥에 죽상경화증이 있는 경우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스타틴/에제티미브를 이용해 LDL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낮추도록 권고한다”고 부연했다. 뇌혈관질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70mg/dL 미만으로 유지한 것은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지만 크게 낮췄을 때 출혈위험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경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 환자군도 고위험군으로 구분돼 70mg/dL 미만조절을 적용하도록 했다. 유병기간 10년 이상 또는 1~2개의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군도 고위험군으로 분류,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조절을 당부한다는 계획이다.

55mg/dL 미만조절 근거는?

학회 측은 어떤 근거에 기반해 이렇게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한 것일까? 김 교수는 IMPROVE-IT, FOURIER, ODYSSEY 등 스타틴과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의 병용요법을 검증한 대규모 랜드마크 임상연구(RCT)를 근거로 언급했다.

AACE의 가이드라인에서도 주목해야 할 언급이 있는데, “극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55mg/dL 미만조절 권고가 IMPROVE-IT 연구에서 기원했다”는 대목이다.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기존보다 더 낮춰 잡을 수 있었던데는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함께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와의 병용치료가 크게 기여했다.

AACE는 가이드라인에서 “(콜레스테롤합성억제제)스타틴과 (콜레스테롤흡수억제제)에제티미브 병용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검증한 IMPROVE-IT 연구에서 LDL콜레스테롤을 50mg/dL 선까지 낮춘 결과, 초고위험군이나 극위험군에 대한 초집중 지질치료의 임상혜택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며 역대 최저 목표치 권고의 배경을 언급했다.

IMPROVE-IT 연구는 스타틴에 더해지는 에제티미브의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다. 연구에서 스타틴 + 에제티미브 병용은 LDL콜레스테롤을 53mg/dL까지 낮추면서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6.4%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다(hazard ratio 0.936, P=0.016).

PCSK9억제제 에볼로쿠맙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검증한 FOURIER 연구도 중요한 근거다. 스타틴과 에볼로쿠맙을 병용치료한 결과, LDL콜레스테롤을 평균 30mg/dL 미만으로 낮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심혈관사건 위험까지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다. 이 또한 초고위험군 또는 극위험군에서 초집중 지질치료의 임상혜택을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PCSK9억제제 알리로쿠맙을 시험한 ODYSSEY OUTCOMES 연구에서도 LDL콜레스테롤을 40mg/dL 미만까지 조절해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15% 유의하게 낮출 수 있었다(hazard ratio 0.85, 95% CI 0.78-0.93).

스타틴·비스타틴계 병용치료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의 변화를 임상현장에 반영할 경우, 강력한 목표치에 따른 강력한 치료전략에 대한 요구도 불가피하게 된다. 이에 따라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함께 스타틴에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를 더하는 병용 또는 복합제 요법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살펴 본 IMPROVE-IT, FOURIER, ODYSSEY 연구는 스타틴에 콜레스테롤흡수억제제나 PCSK9억제제와 같은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를 더해 치료한 결과 부가적인 LDL콜레스테롤 조절효과와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 공통된다. 즉 스타틴과 비스타틴계 병용·복합제 요법의 혜택을 검증한 것이다.

스타틴으로도 성공적인 지질치료가 힘들거나 불내약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이를 대체하거나 힘을 보탤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두 가지다. △스타틴의 용량을 높이든지 △스타틴에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를 더하는 병용요법을 택하든지다.

지질치료의 새 패러다임은 비스타틴계 약물을 추가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스타틴 용량을 늘릴 경우에는 ‘rule of 6’의 법칙을 고려해야 한다. 스타틴 표준용량에 2배씩 용량을 증가시키는 경우, 각각의 증량단계에서 6% 정도의 추가이득밖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스타틴에 에제티미브와 같은 비스타틴계 LDL콜레스테롤강하제를 더할 경우, 추가적으로 20%대의 강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팩트시트의 증언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20’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20세 이상 성인인구의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19.2%로 과거에 이어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성인인구 4명 중 1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2013~2018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 처럼 우리나라 국민의 높은 LDL콜레스테롤 병태가 심각한 보건문제로 자리하면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한 약물치료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대목은 바로 LDL콜레스테롤강하제 병용요법의 처방이 증가하며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팩트시트의 이상지질혈증 치료현황을 보면, 지질저하제의 처방빈도는 스타틴이 91.8%로 여전히 대부분의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스타틴으로 치료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처방 2순위가 에제티미브로, 이 약제는 2015년 이래로 처방이 증가하기 시작해 2018년 기준 14.6%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질치료제 처방패턴의 또 다른 특징은 병용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팩트시트 2020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지질저하제 가운데 병용요법을 처방받은 비율은 18.6%로 전체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단독요법은 80.3%로 여전히 강세이고 3제병용은 1.1%에 그쳤다. 병용요법의 증가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조합이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팩트시트에서 2제병용의 순위는 2018년 기준 스타틴 + 에제티미브 조합의 처방이 7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목표치 더 내려갈까?

이제 학계의 관심사는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 조절 권고안이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바닥을 찍은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 더 낙하할 여지가 남아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LDL콜레스테롤을 안전하고 강력하게 낮출 수 있는 스타틴에 스타틴을 도울 수 있는 비스타틴계 약제들이 더 힘을 발휘하거나 새롭게 등장한다면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의 연이은 낙하는 충분히 예측해볼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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