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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이 다제약물요법 시대 견인한다

기사승인 [114호] 2022.08.01  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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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동반이환 가능성↑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 확고해져
혈압·혈당·지질 종합관리 따른 다제약물요법 증가는 필연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심장대사증후군학회의 ‘Metabolic Syndrome Fact Sheet in Korea 2021’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인구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정체기를 지나 다시 증가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021 팩트시트에 따르면, 최근 12년간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2007년 21.6%에서 2018년 22.9%로 증가세가 관찰됐다. 뚜렷한 유병률 증가는 남성에서 관찰됐는데, 2007년 22.5%에서 2018년 27.9%로 변화의 폭이 컸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 남성 ≥ 90cm, 여성 ≥ 85cm △중성지방(TG) ≥ 150mg/dL △HDL콜레스테롤(HDL-C) 남성 < 40mg/dL, 여성 < 50mg/dL △혈압 ≥ 130/85mmHg 또는 항고혈압제 복용 △공복혈당 ≥ 100mg/dL 또는 혈당강하제 복용 등 5가지 인자 가운데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도록 정의돼 있다. 즉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복부비만과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의 고위험 병태가 동시다발적으로 군집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다제약물요법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의 집합체로 불리는 대사증후군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급증시키는 원흉이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 데 모인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때문에 대사증후군 환자의 경우 집단적으로 발현되는 다중 위험인자를 관리하기 위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종합치료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한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은 필연적으로 다제약물요법과 직결된다. 대사증후군의 병태생리를 고려한다면,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약물치료 병합요법, 즉 다제약물요법이 불가피하다.

만성질환 병태생리

약물 병합요법 또는 다제약물요법 이론적 배경은 만성질환의 병태생리에서 찾을 수 있다. 각각의 질환들이 워낙 다양한 병태생리 루트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하나의 루트만을 단독으로 막거나 공략해서는 원하는 만큼의 치료성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여기에 만성질환들이 상호작용하며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특정 위험인자 하나만 개별적으로 공략해서는 합병증 이환을 막아내기가 어려워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사증후군이다. 고혈압·고혈당·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이 한 번에 동시다발되는 병태로, 해당 위험인자들을 개별이 아닌 집합체로 보고 종합관리해야 한다.

Global Risk Management

대사증후군의 병태생리를 고려한다면,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다제약물요법은 필수적인 치료전략이다. 이에 발맞춰 등장한 치료 패러다임이 바로 ‘Global Risk Management’라 불리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개별 위험인자가 아닌 집합체가 발현된 개별 환자 전체의 심혈관질환 위험도(global cardiovascular risk) 관점에서 평가하고 치료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상지질혈증·고혈압·고혈당·비만 등 각각의 위험인자에서 더 나아가 이들의 집합체에서 기인하는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고, 이에 기반해 치료시작과 전략선택 등을 구사하게 된다. 이 경우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이나 혈당을 측정해 위험인자 또는 여타 질환의 동반현상을 관찰하고, 총체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려해 추가적인 치료가 적용될 수도 있다.

다른 개별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에서도 마찬가지다. 향후의 죽상동맥경화증 또는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에 미칠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한 후, 정상 또는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단계에서부터 조기에 적극적인 위험인자 관리가 이뤄진다.

고혈압

약물치료 병합요법의 임상적용은 단일 위험인자를 공략할 때도 필요하다. 고혈압을 예로 들면, 이 분야에서는 최근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고혈압 환자에서 기존의 수축기혈압 목표치 120mmHg까지 조절한 결과, 더 우수한 심혈관사건 감소혜택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타분석에서는 수축기혈압을 10mmHg 낮출 때마다 심혈관사건과 사망률 상대위험도가 각각 20%와 13% 감소했다. 이에 근거해 최근의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mmHg 미만으로 낮춰 권고하고 있다.

더 낮은 혈압조절(The Lower)을 위해서는 더 많은 항고혈압제(The More)가 전제돼야 한다. 130/80mmHg 미만 목표혈압의 모태가 된 SPRINT 연구에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한 집중 혈압조절군에게 사용된 평균 항고혈압제 수는 3개였다.

항고혈압제 치료에서 ‘하나보다 둘이 좋다’는 명제는 단순히 혈압조절의 양적인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 즉 궁극적인 심혈관합병증 개선에 있어서도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최근까지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고혈압 발생의 다양한 경로(physiological pathways)들이 밝혀졌다. 이를 기반으로 각각의 루트를 공략하는 새로운 계열의 항고혈압제가 탄생할 수 있었다. 때문에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질환의 원인이 되는 여러 표적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병용요법은 고혈압과 심혈관합병증 증가를 막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일련의 임상연구에서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통해 혈압조절은 물론 궁극적인 심혈관합병증 위험까지 개선할 수 있음이 보고돼 왔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조기에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경우 탁월한 혈압조절 혜택으로 인해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까지 끌어내릴 수 있었다. ADVANCE, ADVANCE-ON, ASCOT-BPLA, ACCOMPLISH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지질혈증

이상지질혈증과 관련해서는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과거보다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인종의 경우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위험도가 높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겹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두고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이라고도 하는데 상대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는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이 정설로 자리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 LDL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많이 끌어 내려야 심혈관사건 감소혜택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콜레스테롤을 50mg/dL 미만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는 권고를 내놓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스타틴은 대표적인 1차치료 단독요법이다. 하지만 단독요법만 가지고, 더욱 강력해진 지질이상 병태를 치료해 심혈관질환 이환과 사망위험을 막아내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학계는 이를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심혈관질환 잔여 위험도(residual risk)라고 지칭한다.

스타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임상현장에는 지질 목표치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다. 일선 임상의들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들이 스타틴 중심의 고강도 지질저하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만, 상당수가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다고 말한다. 지원군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이를 고려해 새 가이드라인에서 “중강도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추가하는 병용전략이 중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해 부가적인 심혈관 혜택을 제공한다”며 “최근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을 경험한 환자 가운데 LDL콜레스테롤이 50mg/dL 이상이거나 고강도 스타틴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경우 (병용요법을)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권고했다.

또한 스타틴의 기전은 LDL콜레스테롤 조절이다. 높은 중성지방(TG)이나 낮은 HDL콜레스테롤(HDL-C)의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나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이 높다. 때문에 스타틴 단독만을 적용해서는 심혈관질환 잔여 위험도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다. 추가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병용 파트너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뇨병

당뇨병과 관련해서는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인종에서 병태생리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서양인에 비해 떨어지는 췌장 베타세포기능과 이에 따른 인슐린분비능 저하가 당뇨병 이환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던 아시아 지역 환자들에서 최근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이 새롭고 주된 인자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종합하면 전통적인 인슐린분비능 저하와 서구화의 산물인 인슐린저항성 증가를 비롯해 비비만형과 비만형 당뇨병이 뒤엉켜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뜩이나 인슐린분비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인슐린저항성의 공격까지 받다 보니 베타세포 기능부전에 의한 당뇨병 위험에 더욱 쉽게 무너질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나라 2형당뇨병 환자들은 하나의 루트만을 막아내는 혈당강하제 단독요법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슐린민감도 개선과 인슐린분비능 촉진 계열의 약물전략이 모두 필요하다.

대한당뇨병학회의 ‘Korean Diabetes Fact Sheet 2018’을 보면, 한국인 당뇨병 유병특성에 따른 혈당강하제 처방패턴의 변화를 일견할 수 있다. 먼저 약물치료 전략을 보면, 단독요법은 줄고 2·3제 병용요법이 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단독요법이 50% 이상이었으나 2010년 이후로 2제 병합요법 이상의 복합처방이 60%를 넘어섰다. 특히 2016년 들어 병합요법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양과 질 모두에서 강도 높은 혈당강하제 치료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2형당뇨병의 병태생리학적 발병루트가 다변화되면서, 이에 따른 치료전략의 다변화 요구가 팽배하고 있다. 특히 2제요법에서는 메트포르민 + DPP-4억제제(56%), 메트포르민 + 설폰요소제(27%)의 병용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간에서 당 생성을 낮추는 동시에 말초 인슐린민감도를 개선하는 기전이다. 설폰요소제와 DPP-4 억제제는 대표적인 인슐린 분비 촉진 계열이다.

혈압·혈당·지질

이상지질혈증에 고혈압·고혈당·비만 등의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다수 동반되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더 높아진다. 이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대사증후군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상지질혈증이 고혈압·고혈당·비만 등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와 동반돼 심혈관합병증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점은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서 관찰되는 유병특성 중 하나다. 높은 중성지방이나 낮은 HDL콜레스테롤 수치에 고혈압, 인슐린저항성, 복부비만 등이 더해지면 대사증후군으로 발전한다.

고혈압의 유병특성 중 하나도 높은 혈압에 더해 이상지질혈증·고혈당·비만 등 대사질환을 동반하는 사례가 매우 흔하다는 것이다. 여타 심혈관 위험인자들과 연합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배가시킨다. 고혈압·고혈당·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이 상호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유병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인자들 간 교차작용(cross talk)으로 죽상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위험인자 관리와 심혈관합병증 예방을 더 어렵게 만든다.

고혈당이라는 병태가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을 비롯한 여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와 동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를 흔히 대사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위험인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 즉 죽상동맥경화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허혈성 뇌졸중이나 허혈성 관상동맥질환으로 종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서는 고혈당과 함께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 동반되는 여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을 동시에 신속하게 관리하고, 이를 통해 심혈관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것이 정석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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