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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는 뭘 근거로 55mg/dL 미만조절 권고했나?

기사승인 [117호] 2022.11.16  12: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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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틴+비스타틴계 병용의 강력·안전한 LDL-C 조절혜택

전세계적으로 이상지질혈증 치료 패러다임은 LDL콜레스테롤(LDL-C) 조절 목표치를 하향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LDL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춰야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LDL Hypothesis’와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이 심장학·내분비학계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조기에 강력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LDL-C 조절 하한선 하향조정

전세계적으로 심장학·내분비학계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는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를 점진적으로 내려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 사례로 유럽 심장학계는 지난 2019년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병용요법 등 강한 약물치료를 통해 LDL콜레스테롤을 기존보다 낮게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유럽심장학회(ESC)와 동맥경화학회(EAS)는 지난 2019년 새로운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전보다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한 것이 특징으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고위험·중등도위험군 등에서 2016년 개정판보다 낮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권고했다. LDL콜레스테롤 조절의 하한선을 전체적으로 하향조정한 것이다.

“55mg/dL 미만  ‘and’ 기저치보다 50% 이상”

ESC·EAS는 목표치를 규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치료하는 틀을 유지한 가운데 “심혈관질환 병력자에 해당하는 초고위험군(very high risk)의 2차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의 50% 이상, 그리고(and) 55mg/dL 미만까지 조절하도록 권고한다(Class I, Level A)”고 밝혔다.

초고위험군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표적장기손상 또는 3개 이상 위험인자 동반 당뇨병, 중증 만성신장질환(GFR <30mL/min/1.73㎡), SCORE 수치상 10년 내 치명적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10% 이상,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병력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 등인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2016년 유럽 개정판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조절을 권고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목표치를 하향조정한 것이다. 또한 “(2016년에서처럼) 기저치 대비 50% 이상 ‘또는(or)’ 55mg/dL 미만으로 조절”이 아니라 “그리고(and)”라는 표현을 사용해 두 방향의 전략을 임상의들의 선택에 맡기지 않고 동시에 모두 타깃 만큼 조절하도록 당위성을 부여한 것도 특징이다.

40mg/dL 미만조절도 가능?

가이드라인에서 주목할 대목은 LDL콜레스테롤 40mg/dL 미만조절이 언급됐다는 점이다. ESC·EAS는 “스타틴 기반요법의 최대내약용량 치료에도 불구하고 2년 이내에 두 번째 혈관질환을 경험한 ASCVD 환자의 경우, LDL콜레스테롤 40mg/dL 미만 목표치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IIb, B)”고 권고했다.

40mg/dL 미만조절의 가능성이 언급된 환자그룹은 스타틴 치료로 LDL콜레스테롤을 조절하고 있음에도 심혈관질환이 재발하는 경우로,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가 앞서 정의한 심혈관질환 극위험군(extreme risk)과 거의 일치한다.

요약해 보면 심혈관질환 병력자인 이상지질혈증 환자 중에 스타틴 등으로 지질치료를 하고 있음에도 재발되는 등 심혈관질환 이환위험이 극한으로 치닫는 경우에는 역대급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가정하고 치료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AACE의 앞선 움직임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급진적으로 하향조정하는 움직임은 미국 내분비학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유럽보다 앞선 지난 2017년에 ‘Guideline for Management of Dyslipidemia’ 제목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을 발표, 심혈관질환 위험군에게 전에 없던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했다. 그리고 2020년에는 미국내분비학회(ACE)와 공동으로 합의성명을 내놓으며 LDL콜레스테롤 조절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심혈관질환 극위험군

2020년 합의성명에서 제시한 ASCVD 위험도를 보면, 저위험군(low risk)·중등도위험군(moderate risk)에 이어 고위험군(high risk)·초고위험군(very high risk)의 기존 분류에 극위험군(extreme risk)이라는 최상위 등급을 신설한 것은 2017년과 다름이 없다. 극위험군은 △불안정형 협심증을 포함한 진행성 ASCVD를 겪고 있는 환자그룹이다. △당뇨병 또는 만성신장질환(CKD 3기 이상)을 동반한 ASCVD 병력자와 ASCVD 조기 발병력(남성 55세, 여성 65세 미만)의 환자그룹도 극위험군에 속한다. 이 위험도 분류를 적용하면 당뇨병을 동반한 ASCVD 환자는 극위험군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

AACE·ACE는 ASCVD 초고위험군에게 기존과 같이 LDL콜레스테롤을 7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반면 새롭게 지정한 극위험군에게는 보다 강력한 목표치를 요구했다. AACE·ACE는 심혈관질환 병력과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하는 극위험군에게 70mg/dL 미만보다 강력한 55mg/dL 미만까지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라고 주문했다. “ASCVD 극위험군에서 고용량 스타틴 집중치료 또는 스타틴 + 에제티미브 또는 PCSK9억제제 병용을 통해 LDL콜레스테롤을 더 낮추고 55mg/dL 미만 목표치에 도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55mg/dL은 어디서 왔나?

임상현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학회들이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조절이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세계적으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를 더욱 엄격하게 하향조정하고 있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의 변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LDL콜레스테롤을 이전보다 강하게 또는 더 낮게 조절하도록 요구하는데는 ‘LDL Hypothesis’가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LDL콜레스테롤을 낮게 조절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이 최근 들어 정설로 인정받으며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IMPROVE-IT, FOURIER, ODYSSEY 

그렇다면 학계에서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한 구체적 근거는 무엇일까? IMPROVE-IT, FOURIER, ODYSSEY 등 스타틴과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의 병용요법을 검증한 대규모 랜드마크 임상연구(RCT)들이 근거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해 AACE의 가이드라인에서 주목해야 할 언급이 있는데, “극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55mg/dL 미만조절 권고가 IMPROVE-IT 연구에서 기원했다”는 대목이다.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기존보다 더 낮춰 잡을 수 있었던데는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함께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와의 병용치료가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AACE는 가이드라인에서 “(콜레스테롤합성억제제) 스타틴과 (콜레스테롤흡수억제제) 에제티미브 병용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검증한 IMPROVE-IT 연구에서 LDL콜레스테롤을 50mg/dL 선까지 낮춘 결과, 초고위험군이나 극위험군에 대한 초집중 지질치료의 임상혜택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며 역대 최저 목표치 권고의 배경을 언급했다.

IMPROVE-IT 연구는 스타틴에 더해지는 에제티미브의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다. 연구에서 스타틴 + 에제티미브 병용은 LDL콜레스테롤을 53mg/dL까지 낮추면서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6.4%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다(hazard ratio 0.936, P=0.016).

PCSK9억제제 에볼로쿠맙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검증한 FOURIER 연구도 중요한 근거다. 스타틴과 에볼로쿠맙을 병용치료한 결과, LDL콜레스테롤을 평균 30mg/dL 미만으로 낮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심혈관사건 위험까지 유의하게 줄일 수 있었다. 이 또한 초고위험군 또는 극위험군에서 초집중 지질치료의 임상혜택을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PCSK9억제제 알리로쿠맙을 시험한 ODYSSEY OUTCOMES 연구에서도 LDL콜레스테롤을 40mg/dL 미만까지 조절해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15% 유의하게 낮출 수 있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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