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ST-EXAM 2년 관찰결과
협심증에서 심근경색증에 이르기까지 관상동맥질환에 따른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을 받은 환자들은 스텐트 삽입병변의 혈전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혈소판치료가 수반돼야 한다. 특히 PCI 후 항혈소판요법은 강력한 항혈소판 효과를 위해 아스피린에 P2Y12억제제 클로피도그렐을 더하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Dual Antiplatelet Therapy)이 표준으로 사용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DAPT의 적용기간이다. 두 개의 항혈소판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강력한 혈소판 응집억제 작용에 따른 출혈위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심장학계에서는 12개월 안팎으로 DAPT의 적용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 때문에 PCI 후 1년가량의 DAPT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클로피도그렐이나 아스피린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단독요법으로 전환해 평생치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의 관행은 아스피린의 선택에 무게를 두고 처방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 관행이 임상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아스피린의 선택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장도 있었다. 임상시험을 통해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 단독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평가해보자는 것인데, 실제 국내 진료현장에서 이 평가의 결과를 가려낸 연구가 바로 HOST-EXAM이다. HOST-EXAM 연구는 단독치료 전환 후 2년 관찰결과가 발표됐는데, 클로피도그렐 대 아스피린을 놓고 벌어진 혈전(血戰)의 단기관찰 결과를 먼저 소개한다. |
단독항혈소판요법 1 대 1 비교
HOST-EXAM 연구에서는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DAPT 후 단독요법 전환, 즉 평생토록 가져가야 하는 장기 유지요법에 어떤 항혈소판제를 택하는 것이 보다 유효하고 안전한지를 검증하고자 했다.
이 같은 목적의 연구들이 몇몇 있었지만, 모두 등록·관찰연구의 성격이었다. 따라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PCI 시술환자만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대비 클로피도그렐의 단독요법 혜택을 1 대 1 비교한 것은 HOST-EXAM 연구가 처음이다.
국내 최대규모 RCT
연구는 국내 37개 의료기관에서 약물용출스텐트(DES) 삽입시술을 받은 후 혈전사건 없이 DAPT를 6~18개월 동안 진행한 20세 이상 환자 총 5530명을 대상으로 했다. 국내에서 실시된 RCT 가운데서도 단연 최대규모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연구에서는 DAPT 기간 중 허혈 또는 주요출혈 합병증이 있었던 환자를 제외한, 즉 무사히 DAPT를 마친 5438명 환자들이 클로피도그렐 75mg 단독요법군(2710명) 또는 아스피린 100mg 단독요법군(2728명)에 무작위 배정돼 24개월 동안 치료·관찰이 진행됐다. 이를 두고 HOST-EXAM 본연구라 지칭한다.
1차종료점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뇌졸중,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인한 재입원, 출혈(BARC type 3 이상)의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유효성·안전성 모두 우위
2년간의 치료관찰 결과, 1차종료점 발생률은 클로피도그렐군 5.7%(152명), 아스피린군 7.7%(207명)로 클로피도그렐군의 상대위험도가 아스피린군 대비 27% 유의하게 낮았다(HR 0.73, P=0.003).
2차종료점으로 평가했던 혈전사건(심혈관질환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허혈성 뇌졸중,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인한 재입원, 스텐트혈전증) 복합빈도 역시 클로피도그렐군의 상대위험도가 32% 낮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3.7% 대 5.5%, HR 0.68, P=0.003).
또한 모든 출혈만 따로 보았을 때도 클로피도그렐군의 상대위험도가 30% 유의하게 낮았다(HR 0.70, P=0.036). 최종적으로 혈전사건과 출혈위험 모두에서 클로피도그렐은 아스피린 대비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볼 수 있다.
“맞춤형 항혈소판요법 가능해져”
HOST-EXAM 연구를 주도한 서울의대 김효수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2년 관찰결과에 대해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적어도 임상현장에서 환자특성과 비용을 고려한 맞춤형 항혈소판요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의미를 전했다.
DAPT 후 영구적으로 사용되는 단독 항혈소판요법을 선택하는 데 있어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놓고 고민해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례로 아스피린 내약성에 문제가 없고 비용(약가)이 선택의 변수로 작용하는 환자라면 아스피린 쪽으로 무게가 기울겠지만, 아스피린 사용에 불편을 느끼거나 클로피도그렐의 약가가 저렴한 상황이라면 클로피도그렐을 선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부연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