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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목표치 정하는데, 서양 데이터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승인 [123호] 2023.05.04  17: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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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DL-C 55mg/dL 미만조절 한국인 대상 연구 절실

지난 2022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 제목의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LDL콜레스테롤(LDL-C) 목표치와 관련해 더 낮출 것이냐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냐를 두고 전세계적으로 갑론을박이 진행돼 왔던 터라, 새 진료지침 역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어디까지 낮추느냐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LDL콜레스테롤의 지속적인 하향조정 국면으로 인해 약물치료의 변화에도 귀추가 주목됐다. 심혈관질환 2차예방에 있어 고강도 스타틴 단독요법이 강세를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중강도 스타틴에 에제티미브와 같은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를 더하는 병용요법이 힘을 받을 것이냐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인 LDL-C 목표치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치료에 있어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치는 어떤 변화를 겪어 왔을까?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지난 2018년 업데이트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4판에서 학계의 뜨거운 이슈인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와 관련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이라면 70mg/dL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18년 치료지침에서 “기존에 심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죽상경화성 허혈뇌졸중 및 일과성뇌허혈발작)이 있는 초고위험군 환자는 2차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 농도를 70mg/dL 미만 혹은(or)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초고위험군에서 목표치를 ‘70mg/dL 미만’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50% 이상 감소’를 선택사항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1년 후인 2019년에 유럽 심장학계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55mg/dL 미만으로 권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본의 아니게 서양과 다른 목표치를 권고하고 있는 셈이 돼 버렸다.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증가세

결국 지질·동맥경화학회는 4년 후 발표한 새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서 서구와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의 차이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었다. 더욱이 한국인에게는 위협적일 수도 있는 관찰결과 하나가 목표치 하향조정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에서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상승세에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 서구보다 낮은 유병률을 보였던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상지질혈증 가운데 높은 LDL콜레스테롤의 병태, 즉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과 관련해 가장 큰 원인이자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질·동맥경화학회의 진료지침에서도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1차목표는 LDL콜레스테롤 조절로 제시돼 있다. 최종 목표는 심혈관질환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 이환 또는 사망위험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인의 이상지질혈증 유병패턴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LDL콜레스테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한국인의 이상지질혈증은 고중성지방혈증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의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다.

55mg/dL 미만조절 & 기저치 대비 50% 이상감소

결국 우리나라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매우 높은 환자군에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는 세계적 흐름을 인정하고, 새로운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제시하기에 이른다. 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22년 발표한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기존 70mg/dL 미만에서 55mg/dL 미만으로 낮춰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55mg/dL 미만, 비H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85mg/dL 미만으로 권고했다. 4판에서는 각각 70mg/dL과 100mg/dL 미만으로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있었다.

아울러 진료지침에서는 관상동맥질환 동반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조절과 함께 기저치 대비 50% 이상 낮추도록 동시에 주문했다. 이전 지침에서 “LDL콜레스테롤 농도를 70mg/dL 미만 혹은(or)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였던 반면 2022년판에서는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 그리고(and) 기저치 대비 50% 이상 낮춘다”고 변경해 권고한 것이다.

고위험 당뇨병 환자도 55mg/dL

2022년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과 뇌졸중 위험도를 세분화해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다르게 권고했다. 일례로 당뇨병 이환기간이 10년 미만이고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는 100mg/dL 미만조절이 권고됐다. 하지만 유병기간이 10년 이상거나 위험인자 또는 표적장기손상을 동반한 경우 70mg/dL 미만조절이다. 여기에 3개 이상의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나 알부민뇨, 신경병증, 망막병증 및 신경병증 등 표적장기손상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는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조절을 선택적으로 고려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뇌졸중, 말초혈관질환, 경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 등은 고위험군으로 정의하며,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70mg/dL 미만, 비HDL콜레스테롤은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뇌졸중의 일부 고위험군은 선택적으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더 낮추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만성신장질환(CKD) 1~3단계는 고위험군으로 간주하고 LDL콜레스테롤 강하를 기본 치료 목표로 제안했다.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의 개발을 주도했던 서울의대 김상현 교수(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는 “제5판 개정작업 당시 한국인의 데이터가 없더라도 사망위험과 같은 하드엔드포인트를 개선할 수 있다는 근거라면 글로벌 데이터일지라도 적극적으로 수용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목표치 하향조정의 수용 배경을 밝히면서도 “한국인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을 대상으로 LDL콜레스테롤 집중조절의 혜택을 검증하는 데이터는 앞으로 보완돼야 한다”며 향후 해결돼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뇌졸중과 관련해서는 “출혈위험이 높은 뇌졸중 환자에서 고용량 치료 시 출혈위험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취지에서 뇌졸중 환자에게 70mg/dL 미만조절을 기본적으로 권유했다”고 부연했다.

약물치료 알고리듬

약물치료 전략에서는 스타틴이 변함없이 1차치료제로서 자리를 지켰다. 한국인은 스타틴 복용에 따른 LDL콜레스테롤 강하효과가 서양인보다 좋다고 보고돼, 국내 연구를 바탕으로 약제별 LDL콜레스테롤 강하 정보를 진료지침에 담기도 했다.

치료전략을 보면,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치료 가능한 최대내약용량의 스타틴을 투약하고 이후에도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에제티미브를 병용하도록 주문했다. 그럼에도 목표치 도달이 어렵다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과 고위험군에게 PCSK9 억제제 추가를 고려하도록 제시했다. 한편 제5판에서는 스타틴 치료에도 고중성지방혈증이 지속되는 경우에 쓸 약제로 IPE(IIb, B), 피브린산유도체(IIb, B), EPA/DHA 혼합제(IIb, E)를 권고했다.

한국인에서 스타틴 반응률

한편 이번 지침에서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한국인에서 스타틴의 LDL콜레스테롤 강하효과’에 대한 내용이었다. 전통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에서 서양인 대비 스타틴에 대한 반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돼 왔다. 이번 지침에서는 한국인 연구들을 근거로 각각의 스타틴에서 관찰된 LDL콜레스테롤 강하효과를 집계하고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 보고했다.

일반적으로 50% 이상의 LDL콜레스테롤 강하효과를 보이는 경우 고강도 스타틴, 30~49% 감소는 중강도 스타틴으로 불린다. 한국인에서도 아토르바스타틴 40·80mg과 로수바스타틴 10·20mg이 고강도 기준을 충족시켰다. 중강도로 분류되는 피타바스타틴은 4mg에서 최대 45%의 강하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비스타틴계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 권고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으나, 권고등급이 상향조정됐다는 것이 이번 지침의 차이점이다. 즉 에제티미브나 PCSK9억제제를 권고할 수 있는 근거들이 더 풍족해졌다는 것이다. 김상현 교수는 이와 관련해 “2차치료제 에제티미브나 PCSK9억제제가 여러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에 각각의 권고등급을 2a에서 1로, 2b에서 2a로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생활습관 개선

식사요법에도 일부 변화를 줬다. 기존 진료지침에서 불포화지방산은 1일 섭취 에너지의 10% 이내로 섭취하도록 했으나 개정판에서는 최대한 적게 섭취하도록 변경했다. 또 기존에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인 경우 콜레스테롤을 1일 300mg 이내로 섭취하도록 제한했지만, 이에 맞춰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았다. 개정판에서는 해당 내용을 제외하고 적게 섭취하도록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음식에 포함된 성분에 중점을 두지 않고, 통곡물, 채소류, 생선류 등이 풍부한 건강한 식사패턴을 유지하도록 권했다. 이와 함께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위한 운동을 △유산소 △저항성 △유연성 등으로 나눠 빈도, 강도, 시간, 종류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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