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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진료지침으로 본

이상지질혈증·고혈압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

기사승인 [123호] 2023.05.04  17: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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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치 하향조정과 ▵병용처방 증가 상관관계 살펴볼 필요 있어

Wind of Change!

최근 심장학·내분비학계에서는 LDL콜레스테롤(LDL-C) 조절 목표치를 최대한 하향조정하는 방식으로 이상지질혈증 치료 패러다임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LDL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춰야 심혈관질환 예방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LDL Hypothesis’와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이 학계와 임상현장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very high risk, 병력자) 또는 극위험군(extreme risk, 재발자)에서 LDL콜레스테롤을 조기에 강력하게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하고 있다.

유럽·북미의 패러다임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는 지난 2017년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초고위험군에게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조절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는데, 새롭게 지정한 ASCVD 극위험군에게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강력한 목표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일례로 스타틴 치료에도 심혈관질환이 재발하는 극위험군에게 55mg/dL 미만까지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유럽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유럽심장학회(ESC)는 2019년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자인 초고위험군의 2차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의 50% 이상, 그리고(and) 55mg/dL 미만까지 조절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초고위험군에게 55mg/dL 미만조절을 권고한 것은 유럽이 처음이었다.

한국인 목표치의 변화

그렇다면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어떻게 변해 왔을까? 우리나라 역시, 아직 한국인 대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서양인 대상의 연구결과를 수용하고 일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전례 없던 목표치를 권고하기에 이른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18년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4판에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와 관련해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이라면 70mg/dL 미만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 학회는 지침에서 “기존에 심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질환, 죽상경화성 허혈뇌졸중 및 일과성뇌허혈발작)이 있는 초고위험군 환자는 2차예방을 위해 LDL콜레스테롤 농도를 70mg/dL 미만 혹은(or)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목표치를 ‘70mg/dL 미만’으로 내리든지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시키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제시했다.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만···

하지만 지질·동맥경화학회는 4년 후 발표한 새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서 서구와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차이를 더 이상 고수하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서양인 데이터라 해도 생명과 직결되는 하드엔드포인트(심근경색증·뇌졸중·심혈관 사망)의 개선혜택을 입증한 연구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학회 측은, 여전히 한국인 대상 근거가 부재하거나 부족한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관상동맥질환 동반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만 적용하도록 조심스러운 접근을 시도했다.

“55mg/dL 미만조절과 50% 이상감소”

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22년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에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중에서도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만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기존 70mg/dL에서 55mg/dL 미만으로 낮춰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는 55mg/dL 미만, 비HDL 콜레스테롤 목표치는 85mg/dL 미만으로 정했다.

유럽과 달리 뇌졸중이나 말초동맥질환과 같은 ASCVD 환자들은 55mg/dL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제한적인 권고는 한국인 ASCVD 환자를 대상으로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조절의 임상혜택을 검증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

아울러 지침에서는 관상동맥질환 동반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조절과 함께 기저치 대비 50% 이상 낮추도록 동시에 주문했다. 이전 지침에서 “LDL콜레스테롤 농도를 70mg/dL 미만 혹은(or)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였다면, 2022년판에서는 “55mg/dL 미만, 그리고(and) 기저치 대비 50% 이상 낮춘다”고 변경해 권고한 것이다.

약물치료가 병용으로 간 까닭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약물치료의 변화와 직결된다. 전세계 학계에서는 연이어 하향조정되고 있는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의 변화로 인해 스타틴 단독보다는 스타틴과 비스타틴계의 병용 쪽으로 약물처방의 무게중심이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점차 인정받고 있다.

55mg/dL 권고의 근거

먼저 목표치 강화에 따라 이상지질혈증 약물치료가 병용 쪽으로 무게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55mg/dL 미만조절 권고의 근거가 된 연구들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북미·한국 등 전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 55mg/dL 미만조절을 권고한 것은 IMPROVE-IT·FOURIER·ODYSSEY 등의 임상연구에 근거하고 있다. 이들 연구는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있어 스타틴에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를 더하는 병용요법을 검증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스타틴+비스타틴계

AACE는 가이드라인에서 “심혈관질환 극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55mg/dL 미만조절 권고가 IMPROVE-IT 연구에서 기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IMPROVE-IT 연구는 콜레스테롤합성억제제 스타틴에 더해지는 콜레스테롤흡수억제제 에제티미브(비스타틴계)의 심혈관질환 임상혜택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다. AACE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검증한 IMPROVE-IT 연구에서 LDL콜레스테롤을 50mg/dL 선까지 낮춘 결과, 초고위험군이나 극위험군에 대한 초집중 지질치료의 임상혜택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며 최저 목표치 권고의 배경에 대해 부연했다.

PCSK9억제제 에볼로쿠맙의 심혈관 혜택을 검증한 FOURIER 연구도 중요한 근거다. 스타틴과 PCSK9억제제 병용치료 결과, LDL콜레스테롤을 평균 30mg/dL 미만으로 낮출 수 있었고 심혈관사건 위험까지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PCSK9억제제 알리로쿠맙을 시험한 ODYSSEY OUTCOMES 연구에서도 LDL콜레스테롤을 40mg/dL 미만까지 조절해 위약군 대비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15% 유의하게 낮췄다.

단독→증량의 한계

병용선택의 또 다른 이유는 지질치료 단독요법 또는 증량치료에 내재된 유효성과 안전성의 한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고강도 스타틴 집중요법을 1차선택으로 권고하고 있다. 스타틴 단독으로 치료를 시작해 최대내약용량까지 증량하고, 그래도 목표치 달성에 실패할 경우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의 병용을 고려하도록 단계적 치료패턴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당뇨병발생(NODM) 위험 등 용량에 비례하는 부작용 위험증가는 스타틴 단독처방 시 주의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이러한 경우에 중강도 스타틴에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를 더하는 병용전략으로 고강도 스타틴 집중요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스타틴으로도 성공적인 지질치료가 힘들거나 스타틴 치료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이를 대체하거나 힘을 보탤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스타틴 용량을 높이든지 △스타틴에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를 더하는 병용요법을 택하든지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새 패러다임은 비스타틴계 약물을 추가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스타틴 용량을 늘릴 경우에는 ‘rules of 6’의 법칙을 고려해야 한다. 스타틴 표준용량에 2배씩 용량을 증가시키는 경우, 각각의 증량단계에서 6% 정도의 추가이득밖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스타틴에 에제티미브와 같은 비스타틴계 LDL콜레스테롤조절제를 더할 경우, 추가적으로 20%대의 강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혈압 치료 패러다임

한편 고혈압 치료 패러다임도 △목표치 강화 △병용처방 증가라는 두 갈래의 패턴을 전형적으로 따르고 있다. 현단계에서 고혈압 치료 패러다임 역시 전세계적으로 목표혈압을 엄격하게 강화시키며 하향조정하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가 지난 2017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낮추면서, 고령인구를 포함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전반적으로 130/80mmHg 미만까지 낮추도록 권고한 것이 목표혈압 강화 움직임의 시발점이다. 유럽과 우리나라의 경우도 고혈압 진단기준은 140/90mmHg로 유지하면서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목표혈압을 130/80mmHg으로 낮추면서 강력한 혈압조절 패러다임 변화에 호응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130/80mmHg 미만

대한고혈압학회는 2022년 새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130/8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강한 목표치의 필요성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한편 학회는 2018년 지침에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서 130/80mmHg ‘정도’로 조절할 것을 고려한다”는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2022년판에서는 “130/8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고려한다”로 변경하면서 강한 목표혈압의 수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경우, 2022년 지침에서 임상적 심뇌혈관질환이 없더라도 무증상 장기손상,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 1개 이상 동반 및 만성 콩팥병 3·4·5기에 해당하면 고위험군으로 정의하고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낮춰 권고했다.

병용요법 → SPC의 전성시대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고혈압학회 2022년 지침에서는 항고혈압제 처방과 관련해 병용요법은 물론 단일제형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 SPC)의 사용을 적극 지지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고혈압학회는 2022년 지침에서 “혈압이 160/100mmHg 이상이거나 목표혈압보다 20/10mmHg 이상 높은 고위험군(2기 고혈압 또는 고위험군)에서는 강압효과를 극대화하고 혈압을 빠르게 조절하기 위해 처음부터 항고혈압제를 병용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학회는 또 “고혈압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한 가지 항고혈압제로 혈압조절이 되지 않고 서로 다른 기전의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가 필요하다”며 병용요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두 가지 이상 약제의 성분이 단일제형에 포함된 고정병용 약제(SPC)는 항고혈압제에 대한 치료 지속성을 향상시키고 단일약제의 병용요법에 비해 우월한 치료결과를 얻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순응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단일제형복합제 전략에 무게를 더 두었다.

학회는 또한 “기전이 다른 두 가지 항고혈압제로 치료하는 것이 단일약물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혈압조절 효과가 우수하고 모든 종류의 병용요법이 가능하다”며 상호 다른 보완기전의 약제조합을 주문하고 나섰다. 우선 권장되는 병용요법으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또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칼슘길항제(CCB) △ARB 또는 ACEI와 이뇨제 △CCB와 이뇨제의 조합을 꼽았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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