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된 암환자의 심혈관계 치료기준, 일반인과 다르지 않아
LDL-C 치료시에는 당뇨병 위험 고려해 스타틴 선택
가톨릭의대 정미향 교수 |
암 생존자에서 공복혈당이 당뇨병 경계치 이상이거나 저혈당 수준인 경우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연구논문이 발표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톨릭의대 정미향 교수(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는 최근 CardioMetabolic Syndrome Journal(CMSJ)에 게재된 ‘암 생존자에서 공복혈당과 심혈관질환 사망의 연관성’에 관한 코호트 연구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 교수는 연구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안정된 상태에 돌입한 암 생존자에게 일반인과 다르지 않게 동일한 공복혈당 목표치를 적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시사됐다”고 의미를 밝혔다. 그는 또한 최근의 암 관리 패러다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암 환자의 생존율과 기대여명(期待餘命)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의 경우도 5년 이상 장기적으로 생존하는 암 환자, 즉 암 생존자가 증가하는 추세다(Cancer Res Treat 2021). 이렇다 보니, 암 관리의 패러다임도 생존자의 기대여명을 타깃으로 한 장기적인 관리, 즉 Cancer Survivorship Care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 교수는 주목해야 할 대목으로 2020년 발표된 암 환자 사망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꼽았다. 이 코호트연구에서 심혈관질환 원인으로 사망한 암 환자의 비율이 암에 의한 사망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Int J Cardiol 2020). 이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상태의 암 생존자에서 심혈관질환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Q. 암과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상관관계는?
암의 발생은 염증이나 면역세포 이상과 관련돼 있다. 암 자체의 염증이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췌장암과 같은 경우 당뇨병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암 자체가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암 치료가 심혈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일례로 심장과 주변을 타깃으로 하는 방사선치료가 관상동맥질환 이환의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항암제 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구역·구토에 그치지 않고 심장독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Q. 암 환자의 심혈관 건강에 대한 관심도 수준은?
이제 막 관심을 받기 시작한 영역이라 근거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암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대한 역학·관찰연구 데이터는 물론 임상연구도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특히 심혈관질환과 관련한 대규모 임상연구(RCT)에서는 대부분 암 환자가 배제돼 왔다.
따라서 암 환자 혹은 생존자의 경우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위험인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암 생존자의 경우,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을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낮출지 아니면 좀 더 적극적으로 또는 덜 엄격하게 조절할지에 대한 근거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Q. 근거자료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암 생존자에서 공복혈당과 심혈관질환 사망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논문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암 생존기간이 5년 이상에 달하는 안정된 상태의 환자들에서 공복혈당 수치와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의 연관성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암 생존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혈당을 어디까지 조절하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다.
Q. 주목해야 할 결과와 메세지는?
암 생존자에서 공복혈당 수치와 심혈관질환 사망률 사이에 J형(J-shaped) 연관성이 관찰됐다.
먼저 공복혈당이 당뇨 진단기준인 126mg/dL 이상인 경우(126~179mg/dL, ≥180mg/dL),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또한 당뇨병전단계에 해당하는 100~125mg/dL 구간에서도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지만 1.02배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70mg/dL인 저혈당 구간에서도 사망위험이 1.14배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65세 미만의 젊은 연령대에서 저혈당 구간의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2.97배까지 유의하게 높았던 것이 특징이다.
결국 일반인과 동일하게 공복혈당 80~100mg/dL 구간에서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가장 낮았으며, 이 구간을 전·후로 위험도가 증가하는 전형적인 J형의 연관성을 나타냈다(그림).
이를 해석해 보면, 암 생존자에서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높은 공복혈당 구간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 혈당 목표치를 차별적용할 필요는 없겠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공복혈당 100mg/dL 이상부터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이 증가했기 때문에 동일한 목표치를 적용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Q. 암 환자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은?
LDL콜레스테롤(LDL-C)과의 연관성을 보았다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암 생존자에서도 일반인과 같은 수준으로 LDL콜레스테롤을 철저히 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은 당뇨병과 흔하게 동반되기 때문에, 암 생존자의 LDL콜레스테롤 치료에 있어서도 고혈당 여부가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표적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이 용량에 비례해 혈당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암 생존자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시 약제선택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Q. 구체적인 스타틴 전략을 제안한다면?
암 생존자의 스타틴 치료전략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인 암 생존자, 즉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이거나 여러 위험인자를 동반환 고위험군이라면 일반인과 다르지 않게 고강도 스타틴 단독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을 적용해야 한다.
다만 1차예방 측면에서는 안전성이 강조돼야 할 것으로 본다. ASCVD가 없거나 심혈관질환 저·중위험군인 암 생존자에서 심혈관질환 1차예방 목적의 LDL콜레스테롤 치료시에는 신규 당뇨병 발생(NODM) 위험에서 자유로운 스타틴 제제를 쓰는 것이 안전성 제고 측면에서 더 유효한 전략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심혈관질환 1차예방을 목적으로 한 암 생존자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시에 피타바스타틴과 같이 혈당증가와 무관한 스타틴 혹은 에제티미브와의 병용 등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