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에서 전형적인 서구화 패턴 관찰돼
심장대사증후군학회, Metabolic Syndrome Fact Sheet in Korea 2024
우리나라의 국민건강영양조사(이하 국건영) 자료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3년에서 2021년 기간까지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꾸준하게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인자 가운데 △복부비만(허리둘레 남자 ≥90cm, 여자 ≥85cm) △고혈당(공복혈당 ≥ 100mg/dL 또는 혈당강하제 사용) 유병률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
대사증후군 팩트시트
심장대사증후군학회(회장 한승환)는 지난 6월 ‘대사증후군 팩트시트 2024(Metabolic Syndrome Fact Sheet in Korea 2024)’를 업데이트해 발표했다.
2024년 팩트시트는 2007년부터 2021년까지의 4기~8기 국민건강영양조사(이하 국건영)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국건영 기수별 조사기간은 △4기 2007~2009년 △5기 2010~2012년 △6기 2013~2015년 △7기 2016~2018년 △8기 2019~2021년이다.
유병률
최근 15년 동안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4~6기까지 22.1%에서 20.5%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7·8기(23.0%·24.9%)를 거치며 대략 10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성인인구의 유병률은 7기 45.8%에서 8기 47.3%까지 상승해 고령층 2명 중 1명 꼴로 대사증후군 환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사증후군 정의
그런데 대사증후군을 구성하고 있는 인자들의 유병률을 별도로 보면, 같은 기간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증가한 이유를 대략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대사증후군은 △허리둘레 남성 ≥ 90cm, 여성 ≥ 85cm △중성지방(TG) ≥ 150mg/dL △HDL콜레스테롤(HDL-C) 남성 < 40mg/dL, 여성 < 50mg/dL △혈압 ≥ 130/85mmHg 또는 항고혈압제 복용 △공복혈당 ≥ 100mg/dL 또는 혈당강하제 사용 등 5가지 위험인자 가운데 3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복부비만
대사증후군 구성하는 인자들을 별도로 분석해 보면, 우선 복부비만 유병률이 지난 6기에서 23.6%로 상승곡선을 꺽어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 8기에서 33.2%로 정점을 찍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년 동안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8기 시점에서 남성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40.2%로 여성(26.1%)과 대조적인 양상이다.
고혈당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대사증후군 구성인자 가운데는 고혈당도 있다. 특히 복부비만과 고혈당(인슐린저항성)은 상호 깊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더욱 주목되는 대목이다.
고혈당 역시 전형적으로 복비비만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 같은 기간 고혈당 유병률은 6기에서 28.8%를 보이며 상승세를 시작한 이래로 7기(29.2%), 8기(32.2%)를 거치며 30% 분기점을 돌파했다.
고혈압·고중성지방·저HDL-C
대사증후군을 구성하는 대표적 인자인 중성지방(TG)은 8기에서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7기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데다가 8기시점 유병률 또한 감소했다지만 27.1%로 여전히 30%를 위협하고 있다.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4기 이후로 계속 감소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8기시점의 유병률이 25.6%로 여전히 서양인 대비 높은 비율이다. 최종적으로 고혈압은 7기(32.7%)와 8기(31.2%)를 거치며 여전히 3명 중 1명 꼴의 위험도를 나타내고 있다.
대사증후군 병태생리
지금까지 살펴 본 대사증후군과 구성인자별 유병률의 변화는 학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만성질환의 서구화 패턴과 전형적으로 일치한다.
전통적·유전적으로 마른 2형당뇨병, 인슐린분비능 저하, 높은 중성지방 등의 특성을 보이던 한국인의 대사증후군이 식생활습관의 서구화에 따라 복부비만, 인슐린저항성, 비만형 2형당뇨병 등이 증가하는 패턴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서구화의 패턴은 이번 팩트시트에서 보고된 특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복부미만, 고혈당,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지난 10년간 동시에 상승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2형당뇨병
우선 한국인의 2형당뇨병 유병패턴의 변화가 주목된다. 과거 한국인의 당뇨병은 흔히 비비만형이라 불려 왔다.
2000년대 이전의 자료를 보면, 국내 당뇨병 환자가운데 비만형 당뇨병은 20%가량으로 비중이 낮았다. 이에 따라 전통적·유전적으로 인슐린분비능이 저하돼 있는 한국인에서 2형당뇨병을 치료함에 있어 인슐린저항성 보다는 인슐린분비장애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의 당뇨병은 전통적으로 인슐린분비능저하, 즉 베타세포기능부전이 선행하는 특성을 보였다. 비만하지 않은데도 2형당뇨병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베타세포기능이 떨어지거나 전혀 가동하지 못하면 1형당뇨병이 발생한다. 하지만 인슐린분비능 자체가 저하돼 있는 경우에는 경증의 인슐린저항성만으로도, 약골이었던 베타세포가 부담을 받아 제기능을 못하고 고혈당이 유지되는 2형당뇨병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현재의 2형당뇨병
하지만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최근 아시아 지역·인종은 당뇨병 병태생리의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한마디로 비빔밥 형태의 유병특성으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질병이 발생하는 병태생리 측면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동시에 서구화를 적극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두 가지의 병태생리가 섞이며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의 유병특성은 인슐린저항성과 함께 비만형 당뇨병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서양인에 비해 떨어지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당뇨병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던 우리나라 환자들에서 최근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이 새롭고 주된 인자로 병태생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복부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의 증가가 2형당뇨병 유병특성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국내 2형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저항성 증가경향을 확인한 근거로는 SURPRISE 연구(Diabetes Metab J. 2015)가 대표적이다.
연구에서는 인슐린저항성 지표인 HOMA-IR 2.5 초과비율 59.5%, C-펩타이드 1.1ng/mL 미만 비율은 3.3%, 대사증후군은 70.6%, 비만(BMI 25kg/㎡ 이상) 유병률은 49.8%, 내장 비만 유병률은 49.8%로 나타나 국내 2형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저항성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연령·BMI에 따라 국내 당뇨병 환자들을 분석한 연구(Diabetes Metab J. 2018)에서도 73.1%의 환자들이 인슐린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부비만이 시발점?
인슐린저항성에 의한 2형당뇨병이 고혈압·이상지질혈증·복부비만 등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와 동반돼 심혈관합병증 위험을 가중시킨다는 점은 우리나라 만성질환 환자들에서 관찰되는 유병특성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인슐린저항성에 높은 중성지방이나 낮은 HDL콜레스테롤, 고혈압, 복부비만 등이 더해지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의 동반이환 가능성이 높은 이유로는 복부비만과 2형당뇨병의 원인인 인슐린저항성에서 이상지질혈증의 구성인자인 중성지방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연결고리가 작용하고 있다.
두 만성질환의 동반이환에는 지방대사와 인슐린저항성 병태생리가 핵심으로 자리한다.
일단 복부비만에 의해 인슐린저항성이 발생하면 이상지질혈증의 주요인자인 중성지방(TG)이 상승하고, 연이어 HDL콜레스테롤(HDL-C)은 감소한다.
여기에 LDL 입자가 더 작고 단단해지는데(small-dense LDL), 이 경우 LDL콜레스테롤(LDL-C) 수치가 100mg/dL로 같더라도 죽상동맥경화증 위험도는 더 높아진다.
복부비만 → 인슐린저항성 → 중성지방 증가 → HDL-C 감소 → small-dense LDL 증가 → 죽상동맥경화증 → 심혈관질환의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고중성지방혈증 병태생리와 대사증후군 구성인자(복부비만, 고중성지방, 저HDL-C, 고혈당)의 행동패턴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
당뇨병·이상지질혈증 동반이환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2’를 보면, 우선 복부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유병자가 63.3%에 달한다. 또한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자의 76.1%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이 동반돼 있다.
2020년 팩트시트도 같은 양상이다. 2016~2018년 LDL콜레스테롤을 기준으로 당뇨병 유병자의 72%가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이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더욱 높아져 혈당과 콜레스테롤의 조절이 더 힘들어진다.
일례로 당뇨병 유병자 중 LDL콜레스테롤을 100mg/dL 미만까지 낮추고 유지하는 조절률은 53%에 불과하다.
최근 발표된 대한당뇨병학회의 ‘당뇨병 심혈관질환 FACT SHEET 2024’에서도 2019~2021년 30세 이상 심혈관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 중 당화혈색소(A1C) 6.5% 미만,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 혈압 130/80mmHg 미만으로 목표치에 도달한 비율은 4.96%에 불과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s in Korea 2020’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된다. 일반적으로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60mg/dL을 넘는 경우에 고LDL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하고 이들을 이상지질혈증 환자라고 칭한다.
팩트시트에서는 당뇨병 환자 가운데 LDL콜레스테롤이 160mg/dL 이상인 경우가 전체의 69.2%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될 가능성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또 학계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LDL콜레스테롤을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팩트시트에서 당뇨병 환자 가운데 LDL콜레스테롤이 100mg/dL을 넘는 경우가 전체의 86.4%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당뇨병 환자에서 LDL콜레스테롤의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심장학·내분비학계에서는 당뇨병 환자에게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또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고강도 스타틴 단독 또는 중강도 스타틴 +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 병용 등 강도 높은 치료를 앞세우는 것이 최근의 패러다임이다.
특히 현단계에서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달성을 위한 약물치료 전략으로 콜레스테롤합성억제제 스타틴에 콜레스테롤흡수억제제 에제티미브와 같은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를 더하는 강력한 병용·복합제 전략이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증가
당뇨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다. 당뇨병 환자의 70~80%가량이 대혈관합병증인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특히나 당뇨병이 심각한 이유는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UKPDS 연구에서는 2형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LDL콜레스테롤(LDL-C)을 지목했다.
당뇨병에 이상지질혈증이 동반이환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도 함께 배가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이 동반이환되는 환자의 경우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아지는데, 인슐린저항성 및 이와 연관된 이상지질혈증의 병태생리가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