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년 지체 후 치료했더니, 즉시치료 대비 ASCVD 위험 1.49배↑
안전성·내약성 높인 스타틴 전략으로 치료불응에 선제대응해야
2형당뇨병 환자들이 LDL콜레스테롤(LDL-C) 치료권고를 불수용(nonacceptance)해 스타틴 치료가 지체되는 경우,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 예일의대 Nisarg Shah 교수팀은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4)에서 ‘당뇨병 환자의 스타틴 치료불응과 지체에 따른 심혈관 예후’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스타틴 치료를 권고받았지만 이에 불응해 치료가 늦어진 경우, 권고 후 즉시 치료를 시작한 이들과 비교해 10년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연구에서는 우선 당뇨병 환자의 이상지질혈증, 특히 스타틴 치료가 대다수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스타틴 치료가 빠를수록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연구가 전하는 메세지라 할 수 있다. |
당뇨병 환자, 이상지질혈증 치료
당뇨병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중 하나로, 환자의 상당수가 대혈관합병증인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당뇨병의 또 다른 특성 중 하나는 다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한다는 것인데, 이 가운데서도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의 동반이환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배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0’에 따르면, 2016~2018년 LDL콜레스테롤을 기준으로 당뇨병 유병자의 72%가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때문에 심장·내분비학계에서는 당뇨병 환자에게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2022년의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에서 관상동맥질환 동반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조절과 함께 기저치 대비 50% 이상 낮추도록 주문했다.
대부분 스타틴 치료대상
당뇨병과 관련해서는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위험인자 또는 표적장기손상을 동반한 경우 70mg/dL 미만조절을 권고했다.
여기에 3개 이상의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나 알부민뇨, 신장병증, 망막병증 및 신경병증 등 표적장기손상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게는 LDL콜레스테롤 55mg/dL 미만조절을 선택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당뇨병 환자의 경우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여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위의 권고사항을 임상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가 스타틴 치료대상이 될 수 있다.
올해 발표된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질환 1차예방과 관련해, 40~75세 연령대에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병력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은 생활요법에 더해 중강도 스타틴을 사용하도록 주문했다.
20~39세 연령대의 경우 추가적인 ASCVD 위험인자가 있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생활요법과 스타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다는 수준에서 권고가 이뤄졌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 특히 ASCVD 위험인자가 여럿 있거나 40~75세 연령대인 경우에는 고강도 스타틴 치료를 권장했다.
Earlier is better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the earlier, the better)”는 패러다임도 학계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다른 일반인과 비교해 고LDL콜레스테롤혈증 동반시기가 더 이를 수도 있고, 이에 따라 높은 LDL콜레스테롤의 누적이 더 장기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높은 LDL콜레스테롤의 누적이 젊은 연령대에서부터 시작돼 장기화되는 경우 심혈관질환 이환을 역전시키기가 상당히 어렵다는데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진단 초기부터 스타틴 치료를 고려하고 적용해 심혈관질환 이환을 사전에 차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해 있다.
낮은 스타틴 치료율
그런데 Shah 교수팀은 대다수의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가 권고되는 것에 반해 “용량에 비례하는 부작용 위험에 대한 우려 또는 의료진의 임상적 타성(clinical inertia) 등으로 인해 당뇨병 환자에게 스타틴 치료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례로 2015~2018년 미국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분석결과에 따르면,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 중 스타틴을 처방받은 비율은 53%에 그쳤다(Diabetes Care 2020).
용량에 비례하는 스타틴의 부작용 위험으로는 신규당뇨병발생(NODM)이 대표적이다.
스타틴의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혜택이 이러한 부작용 위험을 훨씬 상회하고는 있지만, 부작용이 존재하고 위험이 높다는 것은 약물치료의 내약성과 순응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스타틴 치료 2.7년 늦어져
이에 Shah 교수팀은 2000~2018년 미국 매사추세츠 브리검종합병원에서 ASCVD가 없는 상태에서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 7329명을 대상으로,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지만 치료받지 않은 당뇨병 환자의 장기간 심혈관질환 예후를 평가했다.
연구등록 당시 환자들의 평균 LDL콜레스테롤은 138mg/dL로 높았고, 당화혈색소(A1C) 평균은 7.5%였다.
전체환자군 중 17.7%(1280명)는 스타틴 치료를 권고받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고 지체하다가 늦은 시기에 스타틴을 복용하기 시작했다(스타틴 비수용군).
스타틴 치료가 지연된 기간은 평균 2.7년에 달했다. 이들은 스타틴 치료 불응부터 시작까지 기간에 평균 4.6회 의료진을 방문했다. 스타틴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는 평균 7.1년 동안 지속했다.
치료불응시 심혈관 위험 1.49배↑
결과는 평균 8.2년 추적관찰 동안 전체환자 중 6.3%(455명)에서 심혈관질환이 발생했다. 10년 심혈관질환 발생률은 스타틴 치료를 받아들이고 즉시 시작한 환자군(스타틴 수용군) 6.4% 대 치료가 지체된 비수용군 8.5%였다.
스타틴 치료수용 여부에 따라 10년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P=0.001). 특히 스타틴 비수용군은 심근경색증과 허혈성 뇌졸중 발생률이 수용군 대비 유의하게 높았다(P=0001).
다변량 분석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 가장 강력한 요인은 스타틴 치료불응이었던 것으로 지목됐다.
즉, 치료시작 시점에서 스타틴 치료를 수용하지 않았던 당뇨병 환자들의 심혈관질환 발생 상대위험도가 1.49배 유의하게 높았던 것이다(HR 1.49, P=0.002).
아울러 스타틴 비수용군은 12년 동안 모든 시점의 평균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P<0.001).
당뇨병 위험 자유로운 피타바스타틴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부작용 위험을 이유로 즉각적인 스타틴 치료가 지체돼서는 안된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일련의 부작용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저용량 또는 중강도 스타틴 제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효성은 여타 제제와 대등하면서 안전성·내약성·순응도 측면을 제고시킨 피타바스타틴 제제(제품명 리바로정)가 대체처방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례로 국내 진행된 연구에서 스타틴 사용력과 당뇨병 또는 당뇨병전단계 병력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모든 용량의 피타바스타틴 처방환자의 NODM 상대위험도가 모든 용량의 아토르바스타틴 또는 로수바스타틴 치료환자와 비교해 28% 유의하게 낮았다(HR 0.72, 95% CI 0.59-0.87).
한편 피타바스타틴은 가장 최근에 발표된 임상연구(RCT)에서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를 입증받기도 했다.
REPRIEVE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환자를 대상으로 피타바스타틴 4mg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피타바스타틴군의 위약 대비 MACE(주요심혈관사건) 위험이 35%, 사망위험은 21% 유의하게 낮았다(P=0.002).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