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프리스 자동혈압측정으로 변동성 보정한 평균혈압 구현 기대
진단에서 치료효과 판정·예후평가·아웃컴 개선까지 가능해질 수도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 |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혈압·콜레스테롤·혈당 등 지표 측정결과가 곧 진단으로 이어진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측정값이 해당 만성질환의 진단 뿐 아니라 치료 및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고혈압학계의 석학인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는 이와 관련해 “고혈압의 치료과정에서 계속적인 혈압측정이 수반돼야 함은 물론, 그 결과에 근거해 치료효과를 판정하고 향후 치료방향까지 수립하게 된다”며 “고혈압의 관리에 있어 정확한 혈압측정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만성질환과 비교해 혈압측정의 어려움과 책임의식에 대한 호소도 이어졌다. “콜레스테롤이나 혈당측정을 위한 혈액검사에는 임상병리학과 같은 별도의 전문화된 영역에서 정도관리(quality control)를 책임지고 정확성 제고에 힘쓰는데 고혈압은 혈압이라는 지표에 근거해 진단·치료가 이뤄지지만, 혈압측정의 정도관리가 별도의 팀이 아닌 전적으로 임상의 개인의 책임이라는 점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혈압측정에 있어 임상의 자신이 정도관리의 책임자라는 인식이 있어야 고혈압 진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며 정확한 혈압측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신진호 교수로부터 혈압측정기술의 현주소와 신규 커프리스 활동혈압측정기의 임상역할 및 파급력에 대해 들어봤다. |
Q. 정확한 혈압측정이 어려운 이유는?
특정 시간·장소·상황 등에 따라 혈압이 다르기 때문이다. 혈압변동성으로 인해 평균혈압 또는 활동혈압의 참값을 진단·치료에 반영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환자가 처해 있는 상황, 환경, 심리상태 등에 따라 혈압은 계속 변한다.
항고혈압제 투여시점에 따라서도 약효의 발현시간과 반감기 등으로 인해 혈압이 달라질 수도 있다. 혈압변동성이 그 만큼 다각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광범위하고 다양한 혈압 데이터를 획득하기가 쉽지 않다.
Q. 진료실 밖 활동혈압 측정이 필요한 까닭은?
진료실혈압에만 의존할 경우, 제한적인 혈압 데이터에 근거해 진단·치료할 수밖에 없다. 혈압변동성에 따른 백의 또는 가면고혈압을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치료가 지연되고 치료가 불필요한 사람에게 약물치료를 적용해 부작용 위험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
일례로 항고혈압제 치료에도 혈압이 계속 높은데다 부작용까지 겹쳐 내원한 환자에게 활동혈압을 측정해 보면, 일상생활 속에서는 정상혈압을 나타낸다.
백의고혈압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높은 진료실혈압에만 근거해 약물치료를 시작했고 치료효과도 없는 것으로 예후를 판단한 상황이다. 활동혈압 측정 고려대상이다.
진료실혈압은 정상인데 일상생활 속에서 고혈압 경계치를 넘나드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가면고혈압을 진단하지 못해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는 예후가 더 좋지 않기 때문에 더 신경써야 한다.
야간이나 아침에 혈압이 급상승하는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에서야 활동혈압 측정을 통해 가면고혈압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활동혈압 측정은 고혈압의 진단 뿐 아니라 치료의 예후를 평가하는데도 유용하다.
Q. 임상현장에서 활동혈압 측정의 활용도는?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의 연간 활동혈압 시행건수는 15만건 정도다. 우리나라 고혈압 유병인구가 1200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극히 저조한 성적이다.
최근까지 활동혈압 측정에는 커프형(cuff) 자동혈압계가 사용돼 왔는데, 기술적 한계(technical limitation)로 인해 피측정자에게 불편함을 초래하는 등 반복측정이 어렵고 원활한 임상적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또한 커프형이기 때문에 야간혈압 측정시에 커프가 상완을 압박해 피측정자를 각성시키고, 이로 인해 혈압상승이 유발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평균혈압의 참값을 계산하는데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활동혈압측정기의 가격에 비해 수가가 너무 낮은 것도 임상의들에게는 부담이다.
Q. 활동혈압 측정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대안은?
최근 반지형의 커프리스(cuffless) 자동혈압측정기가 개발돼 승인에 이어 2024년 6월 심평원으로부터 급여도 인정받았다. 광용적맥파측정(PPG, photoplethysmography) 기술을 이용해 손가락에 착용한 상태에서 커프 없이 5분 간격으로 혈압을 재는 24시간 활동혈압 측정방식이다.
PPG 기술은 반지형 측정기에 내장돼 있는 방사체(emitter)에서 혈관을 향해 빛을 조사하고, 다른 쪽의 감지기(detector)가 빛의 투과·반사량을 측정해 혈류량의 변화를 파악함으로써 혈압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한편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인공지능(AI) 알고리듬을 적용해 일상생활 속 여러 상황이나 환경에서의 혈압측정값을 보정하고 궁극적으로는 평균혈압의 참값을 계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개발됐다.
반지형 커프리스 연속혈압측정기의 이점은 기존 활동혈압측정기에서 파생되는 물리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데 있다.
커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무한 반복측정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해졌다. 기존 활동혈압 측정방식에서 막혔던 곳을 완벽하게 뚫어준 것이다.
Q. 커프리스 혈압측정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지?
커프리스 혈압측정의 정확도를 산출하는 기준으로는 평균혈압, 자세에 따른 혈압, 주야간 혈압, 운동혈압, 약물 관련 혈압 등이 있다. 반지형 커프리스 혈압측정기는 이 가운데 24시간 평균혈압과 주야간 혈압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 있다.
카트BP는 A-line혈압, 커프혈압, 활동혈압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국제표준(ISO)을 완벽히 충족시키는 정확도를 입증했다.
최근 심평원으로부터 24시간 혈압측정검사(E6547) 행위 요양급여대상으로도 승인받아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ESH에서 권고하는 6가지 validation 연구도 진행한다면, 국제적으로도 상용화될 수 있는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
Q. 향후 커프리스 혈압측정기의 파장과 활용팁은?
커프리스 혈압측정기의 보급과 임상경험을 통해 혈압변동성을 고려한 평균혈압의 참값을 고혈압의 진단·치료에 반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실제 임상에서 측정결과를 치료효과의 판정과 치료예후 평가에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서 심혈관 아웃컴의 개선까지 가능한 것으로 향후 판명된다면 고혈압 치료의 판도에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커프의 압박에 의한 피측정자의 각성으로 혈압변동성을 온전히 반영하기 힘들었던 기존 20분 간격의 커프형 활동혈압 측정과 비교해 5분 간격의 커프리스 활동혈압 측정결과가 평상혈압의 참값에 더 가깝고 이를 통해 심혈관 아웃컴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고혈압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