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N·T-타입 칼슘채널 차단
혈압강하 효과↑ & 부작용 위험↓
고신의대 허정호 교수 |
고혈압은 한 가지의 기전으로 발생하지 않으며 많은 기전이 연관돼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기전을 공략하는 혈압약제군이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팩트시트 2023에 따르면, 최근 국내 항고혈압제 처방률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가 가장 높고 칼슘채널차단제(CCB), 이뇨제, 베타차단제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2제병용 처방률에서는 ARB + CCB 조합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여전히 두 계열이 처방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Q. CCB의 기전특성과 적응증은?
CCB의 기전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두번째는 맥박을 낮추는 등 심장에 여러 기전으로 작용해서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최근에 ARB가 많이 사용되면서 CCB의 중요성이 약간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혈압을 올리는 여러가지 기전 중에 하나가 CCB에 의해서 차단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중요한 약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한고혈압학회 2022년 진료지침에서는 CCB를 노인 고혈압, 수축기단독고혈압, 협심증에 적극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CCB는 관상동맥 확장작용으로 안정형 협심증에 효과적이고, 특히 관상동맥 연축에 의한 이형협심증에 효과가 좋다. 또한 경동맥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속도를 늦추고 심비대 감소에도 효과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Q. CCB의 한계점은 없는지?
먼저 CCB 처방률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고혈압 약제 처방현황을 보면, 2010년대 초반에 ARB의 처방빈도가 CCB를 넘어섰다.
ARB 처방률의 증가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CCB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CCB 역시 매년 처방률이 증가하고 있다.
CCB 처방률이 ARB에 비해서 천천히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CCB가 가진 한계점 때문이다. CCB는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사망률이나 심근경색 위험을 감소시키는 등 심뇌혈관질환 예방과 관련된 명확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ARB는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사망률 및 심근경색 위험을 낮춘다고 증명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ARB가 더 많은 적응증에서 권고된다고 얘기할 수 있다.
또한 CCB 치료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하지부종이 있다. 일례로 50대 이상 여성환자들은 고혈압약 치료 후 얼굴이나 하지가 붓는다는 얘기를 하신다.
특히 동양인에서 하지부종의 빈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CCB의 처방률이 생각만큼 아주 많이 늘어나고 있지는 못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Q. CCB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체전략으로 베니디핀에 대한 평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CCB는 암로디핀이다. 암로디핀은 항고혈압제로서 가장 많은 근거를 가지고 있어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암로디핀은 앞서 설명한 하지부종과 같은 부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단점이 없는 다른 CCB 약제에 대한 요구(needs)가 있어 왔다.
여기서 제시할 수 있는 대체전략으로는 베니디핀을 꼽을 수 있다. 암로디핀과 차이를 나타내는 베네디핀의 기전특성을 보면 암로디핀은 주로 1개 타입의 채널을 막는데 베니디핀은 3개 채널을 차단하기 때문에 좀 더 균형잡힌 CCB라고 볼 수 있다.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체내 칼슘채널은 L·N·T-타입이 있다. 암로디핀은 신장의 사구체 수입 세동맥(afferent arteriole)의 확장만 유도하는 L-타입에만 관여하는 반면, 베니디핀은 L·N·T-타입을 모두 차단해 수출 세동맥(efferent arteriole)까지 관여하기 때문에 사구체압을 줄이는 등 신장 보호효과와 신장질환 혜택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Q. 고혈압 치료에서 베니디핀의 임상역할, 이와 관련된 유효성·안전성에 대한 임상근거는?
베니디핀은 일본에서 개발된 약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약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큰 임상연구 데이터가 많지 않아, 데이터의 크기 혹은 질 측면에서는 부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니디핀은 여러가지 임상연구에서 베타차단제, ARB 제제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이형협심증 환자에서 베니디핀은 비-베니디핀 치료군보다 주요 심혈관사건(MACE) 없는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J Cardiovasc Pharmacol 2004).
이형협심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베니디핀이 다른 CCB 제제보다 MACE 위험이 낮고, MACE 없는 생존율은 높다고 보고됐다(Circulation Journal 2010).
베니디핀의 사구체압 감소로 인한 신장 보호효과는 베니디핀이 사구체 수입·수출 세동맥에서 확장을 유도한다는 것이 입증되며 근거를 강화했다(Keio J med 2010).
Q. 베니디핀과 가장 최적의 조합과 관련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근거는?
COPE 연구에서는 베니디핀과 ARB, 베타차단제, 이뇨제와의 병용치료에서 어떤 약제조합이 좋은지 평가했다. 이 가운데 이뇨제와 베니디핀 병용으로 심혈관사건 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또한 CCB가 3개의 채널을 다 막는다 하더라도, 일부 환자에서는 하지부종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베니디핀과 이뇨제를 함께 처방하는 것을 가장 좋은 조합으로 고려할 수 있다.
다른 조합으로 기존의 ARB와 병용요법 또한 강력한 혈압강하 효과를 고려할 때 좋은 조합으로 볼 수 있다. 정리하자면, 환자에 따라서 첫번째로 이뇨제, 두번째는 ARB가 베니디핀과 가장 좋은 조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베니디핀을 성분으로 한 약제로 코디핀정이 대표적이다. 베니디핀을 추천할 수 있는 환자군은?
흉통을 동반하면서 혈압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 협심증 증상의 호전과 함께 혈압을 치료 할 수 있는 베니디핀이 좋은 치료 선택일 수 있다.
또한 다른 계열의 약제로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서 CCB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 암로디핀을 썼을 때 부종 문제가 나타나는 환자에서 추천할 수 있다.
베니디핀은 하지부종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으면서, 암로디핀과 거의 유사한 정도의 혈압강하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적인 고혈압 치료에서도 베니디핀은 혈압을 잘 떨어뜨리고, 다른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편이다.
정연주 기자 yjjeong@mosto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