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 유병률, COVID-19 전·후 달라”
“2022년 환자수 100만명 넘어서”
“신속치료로 초기반응 유도, 완전관해가 목적”
“환자특성 따라, SSRI·TCA·SNRI·NDRI·DRI 처방 다변화”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의 증가세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대유행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포스트 COVID-19 세대에서는 우울증의 현황과 치료과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 및 주의가 요망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전과는 달라진 우울증의 유병패턴에 적합한 방식으로 관리전략과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박원명·이상열 대한정신약물학회 고문, 윤보현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 김문두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이사장 등 정신건강의학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OPL)들을 모시고 '국내 우울증 치료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 핵심결론을 요약·정리해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 편집자주- |
우울증의 역학
박원명 교수(이하 박원명) 우울증 얼마나 심각한가?
이상열 교수(이하 이상열) 정신적인 건강과 신체적인 건강 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이나, 직업능력, 대인관계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장애(disability)를 일으키는 질환 중 네 번째로 많은 질병이었다가, 이제는 심혈관계 질환에 이어 두 번째인 질병이 되었다.
그리고 최근 COVID-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유병률은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문두 교수(이하 김문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연구에 의하면, COVID-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우울증이 2배로 증가했고, 우울증상군은 7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Post-COVID 시대에 우울증은 더욱 중요한 보건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명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이 얼마나 흔한가?
김문두 2021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주요우울장애와 기분부전장애를 포함한 우울증 평생 유병률이 남성 5.7%, 여성 9.8%, 전체 7.7%로 보고됐다.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이 2001년 4.0%, 2006년 5.6%, 2011년 6.73%로 발표된 것을 고려하면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연구에서는 우리나라의 우울증 연간 증가율이 벨기에, 가나에 이어 세계 3위로 상당히 높은 빈도를 보여주고 있다. 우울증으로 진료받고 있는 환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윤보현 원장(이하 윤보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최근 5년(2017년~2021년)간의 우울증 진료통계 분석결과를 보면, 우울증 환자 수가 2017년 69만 1164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93만 3481명으로 35.1%(연평균 7.8%) 증가했다.
2022년에는 100만명 이상의 환자가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울증의 합병증
박원명 자살과는 얼마나 심각한 관련이 있는가?
윤보현 우울증은 환자의 자살 위험성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사회적 부담이 큰 질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이 있는 경우, 없는 경우보다 자살률이 3.79배 높으며, 노인과 남성 우울증에서 위험도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우울증의 치료전략
박원명 우울증의 치료원칙은 무엇인가?
윤보현 우울증의 치료에서 임상가의 목표는 첫째,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빨리 치료를 시작해 치료받지 않은 기간(Duration of Untreated Illness: DUI)을 감소시키면 치료 반응률과 관해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고, 빨리 치료하면 예후가 더 좋다는 보고도 있다.
둘째, 초기 호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초기 호전을 위한 더 나은 치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우울증 환자가 치료시작 2주 이내에 치료반응을 보이면 오랫 동안 치료호전이 유지되며, 치료초기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 비해 치료반응이 없는 환자의 자살사고는 약 4배가량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상열 아울러 완전한 관해가 치료의 목적이어야 한다. 잔류 증상이 있는 경우 76%가 재발하고, 없는 경우 25%가 재발한다는 연구결과는 잔류 증상 없이 완전한 관해를 치료 목적으로 해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우울증 치료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치료가 필요하며, 더 나은 치료는 항우울제를 포함한 정신약물치료와 정신치료가 병합돼 제공되는 것이다.
우울증 치료의 과제
박원명 현재 우리나라의 우울증 치료와 관련한 문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상열 우울증에 대한 체계적 진단과정이 생략된 채 몇 가지 평가척도로 진단하고,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SSRIs) 등 항우울제가 만연하게 처방되는 상황이 우울증 치료를 더욱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우울증은 단순히 감기, 두통, 속쓰림 같은 증상 및 질환과 동격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적인 배경이 없는 의사들은 우울증을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약물치료로 관리할 수 있는 단순 질환으로 취급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우울증은 스펙트럼이 다양한 중증의 질환이다. 단순히 우울증상 몇 개를 가지고 진단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우울증상에는 신체증상, 인지증상, 정서증상 등 다양한 측면이 있으며 환자가 의사에게 표현하는 증상 역시 너무나 다양해 환자의 병력과 과거력, 가족력, 최근의 생활사건, 스트레스와 대처방식, 성격 특성, 대인관계 및 정밀한 정신상태검사를 통하여서만 진단 내릴 수 있는 질환이다.
두세가지 항생제로 모든 감염병을 치료할 수 없듯이 항우울제 역시 위에서 말한 SSRIs 외에도 삼환계항우울제(TCAs),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차단제(SNRIs),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재흡수차단제(NDRIs), 도파민재흡수차단제(DRIs)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모든 임상적 효과 및 부작용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최적의 항우울제가 처방되어야 한다.
김문두 아울러 얼마 동안 투약할 것인지, 투약 후 우울증의 호전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우울증의 호전 후 언제 항우울제를 끊을 것인지, 항우울제의 부작용 및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등을 고려하여 사용되어야만 한다.
또한 우울증의 특성이 불안장애, 신체화장애, 양극성장애 등 다른 정신장애와 구분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면밀하게 감별 후 진단을 내리는 것이 꼭 필요한 질환이다.
특히 젊은 환자에서 많이 나타나는 양극성 우울증을 우울증으로 진단해 SSRIs 등을 투여하면, 조증 삽화로 이행하는 등 오히려 항우울제가 양극성 우울증을 촉발할 수 있음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박원명 우울증 치료에서 향후 국가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
이상열 치료가 어려운 우울증(치료 저항성 우울증)을 국가 보건의료정책의 주요과제로 설정하고 체계적인 치료를 위한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우울증을 전문질병군에 포함시키고, 정신치료 수가 역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우울증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계층에서 유병률이 더 높기 때문에 의료급여 환자가 치료 저항성 우울증인 경우 현재의 정액제 수가에서 의료보험 수가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