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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현병의 현황과 향후 관리방안

기사승인 [139호] 2024.09.09  10: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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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요병원 박성용 진료부장

◇ 국내 조현병 현황

조현병은 사고·감정·인지·판단·행동 등 여러 뇌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만성질환으로 다양한 임상증상으로 이뤄진 증후군이다.

조현병에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은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fifth edition, DSM-5)에서 언급하고 있는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이다.

양성증상은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면서 없어야 할 병적인 증상을 뜻하며 대표적으로 환각, 망상 등이 있다. 음성증상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능이 병적으로 없는 증상으로 무욕, 무감동, 무동기 등을 말한다.

이러한 진단에 필요한 증상 뿐 아니라 지각의 왜곡,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실행기능 손상 등의 인지증상도 흔히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은 0.8~1%로 보고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2016년 조사결과 조현병의 평생 및 1년 유병률은 각각 0.5%, 0.2%로 집계됐다(최근 2021년 조사에서는 조현병 스펙트럼장애와 관련해 유병률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이는 조현병의 발병원인이 신경생물학적인 특성으로 인해 유병률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국내 총 인구 대비 조현병 환자는 약 25만명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국가정신건강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도에 정신의료기관에서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18만명으로 70% 정도의 환자만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여러 국가들의 조현병 유병률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약 1% 내외로 나타나기 때문에 국내 조현병 환자 수는 25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결과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조현병 환자는 더 많을 수 있다.

조현병 환자가 치료를 잘 받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정신질환의 특성 상 조현병을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신질환의 진단은 객관적인 검사결과를 토대로 이뤄진다기보다 환자와의 실제 면담 및 보호자와 그 주변인들에 의한 정보를 근거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신체질환에 비해 진단의 안정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조현병의 초기 즉, 전구기(정신병적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나기 이전 시기)에는 모호한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조기 진단도 매우 어려워 흔히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등 다른 진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그 결과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게 되거나 다른 진단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둘째,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의 병에 대해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병에 대해 인정하는 것을 병식이라고 하는데 조현병 환자들은 병식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연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60% 정도에서 병식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가족들이나 주변인들이 치료를 권유해도 환자가 병에 대해 인정하지 않아 치료를 거부하게 된다. 이런 사례는 발병 초기 조현병 진단을 받은 환자에서 뿐만 아니라 조현병으로 수차례 치료를 받고 호전된 환자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국가정신건강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조현병 스펙트럼장애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 약 40%가 90일 이내 재입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조현병으로 진단받은 후 치료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단순히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치료경과나 예후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조현병은 첫 발병 이후 치료를 받고 호전이 된 이후에도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대부분 재발하게 되는데 재발 횟수가 많아질수록 만성화 단계로 진행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급성기에 나타난 양성증상이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잔류증상으로 남아 있게 되며 더불어 음성증상이나 인지증상이 더 심각하게 나타나 환자의 기능손상 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심각한 경우에는 이전에 효과가 있던 약물의 효과가 부족하거나 없는 상태, 즉 약물치료저항성 상태가 돼 장기입원을 초래하게 된다.

실제 국내 조현병 환자의 평균재원기간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긴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국가정신건강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도 국내 조현병 스펙트럼 환자의 평균재원기간은 194.7일로 나타났다. 비록 2017년도에 237.8일에서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다른 OECD 국가의 30~80여일에 비해 최대 6배 이상 장기입원이 이뤄지고 있다.

◇ 국내 조현병의 향후 관리방안 

조현병의 관리방안은 조현병의 특성에 맞춰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뤄줘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현병은 환자의 병식이 낮고, 조기진단과 치료유지가 힘들며 만성화 단계에서는 치료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조현병 치료는 크게 급성기 증상치료와 유지치료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급성기에는 초기 집중치료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환자의 병식 부족으로 인해 급성기 증상이 명확하나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는 적절한 치료를 위해 비자의입원을 시행할 수 있는 법적장치도 잘 정비돼야 한다.

환자의 인권문제로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돼 비자의입원에 대한 절차가 매우 엄격하게 바뀌었다. 그 결과 비자의 입원율은 2015년에 65.4%에서 2022년에 35.3%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표 2).

즉, 조현병의 증상이 매우 악화된 경우에만 입원이 가능하다보니 어려운 입원, 장기입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정신질환자의 인권도 반드시 보장돼야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 조현병의 경우 치료시기를 놓쳐 만성화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환자의 인권과 함께 고려해 정신의료기관에서의 비자의입원이 쉬운 입원, 조기퇴원의 형태로 법개정의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급성기 환자가 입원을 하게 되면 적절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급성기 정신의료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도 급성기와 만성기 환자 구분 없이 수가체계가 구성돼 있어 급성기 환자에 대한 적정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정부에서도 인지해 최근 정신질환자 급성기 치료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여전히 급성기 환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타해 위험이 명백한 정신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는 많은 혼란이 발생하고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

응급정신의료체계의 경우 1) 정신의료기관 간의 연계를 통한 가용 정신응급병상 등의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 2) 경찰, 소방대원의 협조시스템 3) 응급위기관리팀 구성이 동반될 때에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예산이나 운영 문제 등으로 여전히 미흡한 상태이다.

둘째, 유지기에서는 환자가 병식 부족 등으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 필요하다.

조현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약물치료는 다양한 이유에서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지지체계 부족, 병식 부족, 약물의 부작용, 경제적 이유 등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항정신병약물의 장기지속형주사제 처방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환자들은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가 많고 매일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저항이 많으며 보호자들은 이런 환자들에게 약 복용을 강요하면서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한다.

항정신병약물의 장기지속형주사제를 사용하게 되면 복용하는 약물 개수가 감소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부작용에서도 나은 효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보호자들이 환자가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감시를 하지 않아도 되면서 가족 간의 관계를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환자의 약물 복용률을 높여 경구제에 비해 재발을 방지하는데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다수의 연구가 있으며 이는 재입원율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국내 항정신병약물 장기지속형주사제 처방률은 전체 항정신병약물 처방 중 2021년 8%, 2022년 9%, 2023년 10%, 2024년 11%로 매년 조금씩 증가 추세에 있지만 주요 선진국에서의 약 30% 장기지속형주사제 처방률에 비해서 여전히 낮다.

또한 유지기에서 필요한 방안은 지역 정신보건센터 사례관리 인력 증원을 통한 지역사회 인프라를 확충해 적정 질 이상의 사례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병원에서의 치료와, 지역사회 사례관리로 이분되는 현행 시스템에서 벗어나, 병원과 지역사회를 잇는 가교적 사례관리 과정을 확립함으로써 환자들이 병원치료를 시작해 원활하게 지역사회 사례관리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항상 강조하고 있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인 조현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사건·사고 기사들을 살펴보면 범죄자 중 정신질환자임을 강조하거나 불필요하게 정신과 치료 이력 등을 삽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조장한다.

또한 보험가입이나 사회적 제도에서도 정신질환에 대한 불필요한 차별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조현병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도 주변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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