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대 서정석 교수 |
◇ 들어가기
성인 ADHD는 행동증상을 주로 보이는 소아·청소년 ADHD와는 달리 부주의하고, 계획적이지 못하고,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일을 실행하지 못하며, 약속이나 물건의 잦은 까먹음, 시간 관리의 문제와 충동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해 등을 보이는 질병이다.
성인 ADHD는 2013년 DSM-5판이 나오면서 성인기 증상의 양상을 더 반영했으며, 증상으로 인한 기능장애 발현연령 기준이 12세 이전으로 확장됐고, 성인의 경우 주의력결핍 그리고/혹은 과잉행동-충동성 9개 증상 중 5개 이상 충족되며 그로 인해 기능이나 발달을 방해하는 지속적인 양상의 증상이 있을 때 진단이 가능한 것으로 이전에 비해 확장됐다.
우리나라에서 2016년 8월에 <표>와 같이 적용 대상 연령을 6-18세에서 6-65세로 확장한다는 입법예고를 해 이후 성인 ADHD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 국내 성인 ADHD의 현황
2016년 이전 또는 이후 연구이냐에 따라 유병률 차이가 있다. 2011년 국내 연구의 성인 ADHD(n=6,081) 6개월 유병률은 1.1%였지만1, 2023년 국내 조사 연구결과(n=17,799) 자기보고식 선별검사인 ASRS 양성률은 2.4%로 보고됐다2.
그리고 2022년에 심평원 빅데이터(n=878,996)를 이용해 2008년과 2018년 10년간의 성인 ADHD 유병률을 비교한 결과, 2008년 10만명당 127.1명에서 2018년 192.8명으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10년 사이에 소아·청소년은 1.47배가 증가했지만 18세 이상의 성인 환자는 약 10.1배가 증가한 수치다. 또한 소아·청소년 ADHD 환자에서는 61.84%가 공존질환을 동반했지만, 성인 ADHD 환자에서는 78.22%의 공존율을 보였다3.
비교를 위해 외국자료를 첨부하면 다음과 같다. 2018년 외국의 성인 ADHD 유병률은 7.2%이며, 성인에서 ADHD로 약물복용 비율은 0.39%였다4.
2021년에 유렵 10개 국가 1만 1422명 성인(18-44세)의 ADHD 유병률은 3.4%로 보고됐다.
또한 2021년 전세계 연구들을 모아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을 한 결과(대상자 약 366만명)는 소아·청소년 ADHD가 성인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2.57%, 소아시절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성인기에 증상을 보이는 비율이 6.76%였다5.
이를 요약하면, 이전에 비해 2016년 이후 급속하게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성인 ADHD의 진단율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임상적 주의점
여기서는 지면의 한계 때문에 전임상 연구나, 분자생물학적 측면 등의 이론적인 측면보다 실제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꼈던 필자의 임상적 주의점을 기술하고자 한다.
1. 진단: 성인 ADHD의 진단은 어렵다.
약 40대 이후의 성인인 경우에는 어린시절에 대해서 병력을 알려줄 사람도 없거나, 본인의 기억도 확실치 않은 경우가 많다(recall bias).
또한 진단 시 사용되는 척도 중에 절단점이 있는 도구도 있지만, 자기 보고식 검사로 흔히 사용하는 한국형 성인 ADHD 평가도구(AARS)는 절단점이 없기에 상태비교에는 유용해도, 단면적 진단에는 참고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WHO에서 개발한 한국판 ADHD self-report scale(ASRS)는 현행 소견서에 진단기준으로 사용하는 절단점이 있는 척도이다.
Part A의 6문항 중에 4개 이상이면 선별검사 양성으로 판정한다. 그러나 절단점이 있더라도 환자가 주관적 보고의 신빙성 문제가 임상적으로 의심될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 ASRS 선별검사지를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 주어, 환자를 떠올리며 작성해 오도록 해 이중체크를 한다.
그러면 본인의 평가결과와 주변인의 결과에 꽤 차이가 나는 문항을 자주 본다. 이 문항을 중점적으로 면담하고 재평가를 하다 보면, 진단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2. 약물치료에서 오남용의 문제
정신자극제는 그 성분과 작용기전에 따라 의존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오용이나 남용의 문제는 정신자극제가 아니더라도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할 때 항상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의사는 수사관이나 탐정이 아니다. 따라서 환자가 의도적으로 증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거나 숨기는 경우에 명확한 확인방법은 없다.
그러나 일정 기간 지나면서, 의사-환자 관계가 형성되고, 치료목표를 정하고 그에 대한 치료적 기법을 적용해서 변화의 과정을 체크하면 어느 정도 오남용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잦은 약물분실로 재처방을 요구하거나, 특정 약물에 집착을 보이는 경우, 그리고 급성 중독이나 금단증상을 보이는 경우 등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임상적 상황임에는 틀림 없다.
3. 약물치료 이외의 정신사회치료(psychosocial approach)의 중요성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환자를 간혹 만나게 된다. 어떤 환자는 그 동안 허무하게 보낸 직장생활을 떠올리며, “진작에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으면 내 인생이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을텐데...”하며 흐느끼는 환자도 만났다.
그러나 고급 수준의 학원을 들어갔다고 바로 상위권 대학을 입학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지지적 상담과 약물치료로 인해, 집중력과 충동적 행동과 심리적 안정을 취한다 해서 학업이나 직장생활에서 바로 좋은 성과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약물치료로 얻은 효과 자체만 만족해야 한다는 것부터 깨닫게 해주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 돼야 한다.
따라서 첫 진단을 하게 되면, 치료종결 시 어떤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지 구체적으로 적어보도록 한다.
예를 들면 “보통 약속을 10번 하면 5번을 까먹어서 낭패를 봤는데, 치료 후에는 2회 이하로 줄이고 싶습니다. 동일한 일을 할 때, 딴 짓 하느라 보통 2시간 정도 걸렸던 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줄이고 싶습니다” 등등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에 이르고 있는지 스스로 만든 치료일지를 작성하는 숙제를 낸다. 이 때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인지행동 책이나 치료 매뉴얼을 이용해, 자신만의 치료일지를 주기적으로 쓰도록 하고, 다음 진료시간에 지난 기록을 보면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인지행동 기법을 기반으로 한 코칭이나 의학적 조언도 중요하다.
◇ 마무리
성인 ADHD가 성인기에만 발생하는가, 실제 정신자극제가 얼마나 의존성이 있는지, 최고용량은 얼마나, 그리고 치료기간은 얼마인지, 소아·청소년과 성인 ADHD 환자가 치료반응이 다른지, 치료약물이 뇌의 어느 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존질환이 있을 때에는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최적의 치료법인지 등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임상적 논점들은 많다.
그러나 성인 ADHD 진단하에 치료로 인하여 좋은 변화를 보인 환자가 분명 존재한다. 향후 임상 경험이 더 쌓여서 이러한 환자들의 삶의 변화에 더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References
1. Park S et al., Prevalence, correlates, and comorbidities of adult ADHD symptoms in Korea: Results of the Korean epidemiologic catchment area study. Psychiatry Res 2011;186:378-383
2. Woo YS, et al., Prevalence and Comorbidities of Adult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in a Community Sample from Korea. Clinical Psychopharmacology and Neuroscience 2023;21(4):798-807
3. Seo JC, et al., Prevalence and Comorbidities of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mong Adults and Children/Adolescents in Korea. Clinical Psychopharmacology and Neuroscience 2022;20(1):126-134
4. Raman SR et al., Trends in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medication use: a ret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using population-based databases Lancet Psychiatry. 2018 Oct;5(10):824-835.
5. Song et al., The prevalence of adult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 global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Glob Health. 2021 Feb 11:11:04009. doi: 10.7189/jogh.11.0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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