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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살성 자해 행동의 이해와 치료

기사승인 [139호] 2024.09.09  11: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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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대 이문수 교수

◇ 정의

자해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수행되는 행동이라고 볼 때, 자살 의도가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손상을 가하는 행동은 비자살성 자해 행동(Non-suicidal self injury, NSSI)으로 볼 수 있다.

‘자해’라면 흔히 ‘자살’과 유사하게 생각하지만, 비자살성 자해를 자살과는 별도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실제 임상에서는 많다. 꼭 자살이 목적이 아니라, 자해 행동을 통해 힘든 상황을 견디려는 목적을 NSSI가 갖는 경우들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자살적 자해와 NSSI가 서로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여러 가지 증거들이 있는데, NSSI는 여러 번 자해 행동을 보이는 반면, 자살적 자해는 자해 행동의 횟수가 매우 제한적이고, 비자살적 자해는 죽을 의도 없이 오히려 자살 욕구를 피하기 위한 시도로 행 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서는 또 NSSI가 있던 환자에서 결국 자살 시도로 발전하는 것을 보게 되기 때문에 개념은 확실히 구분이 되지만 두 가지가 서로 밀접한 연관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기전

전 세계적으로 NSSI를 처음 시작하는 연령은 12-14세이며, 청소년기에 17.2%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다가, 성인기 초기에는 13.4%, 성인기에는 5.5%로 청소년기 이후를 지나면서 점차 유병률이 낮아지는 경과를 보인다.

그렇기에 NSSI는 주로 정신건강의학과 내에서도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이러한 NSSI는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발생을 하게 되는가? 이 기전에 대한 이해가 NSSI를 관리하고 치료하기 위한 제일 기본이 될 것이다.

NSSI는 통상적으로는 청소년기에 제일 높은 유병률을 보이므로, 청소년을 예시로 본다고 하면,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특히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이므로 주변 환경과 관련해 1. 개인 내적 원인, 2. 가정 내적 원인, 3. 학교 내적 원인, 그리고 4. 사회 문화적인 원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개인적인 원인으로는 각 개인은 정서적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들로 인해 부정 정서를 경험하게 된다.

이때 실제 자극보다 강렬한 정서를 경험하거나 효과적으로 정서를 조절하는 기술이 부족한 경우, NSSI를 통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강렬하고 혐오적인 정서 경험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원치 않는 정서적 각성이나 부정적인 정서의 강도가 감소하는 부적 강화의 효과를 경험하게 되면, 점차 NSSI는 정서적 자극에 대한 일종의 조건화 된 반응으로 자동화되고, 이러한 행동이 반복될수록 습관화되면서 부정적인 정서를 조절하기 위한 일종의 회피적인 수단으로 변화하게 된다. 자신의 신체에 스스로 상처를 내면서 자기 통제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NSSI 이후, 인체 내의 아편 유사체인 ‘endogenous opioids’가 분비돼 스트레스가 감소된다는 주장과 NSSI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신체의 고통이 오히려 정서 상태에 집중되던 주의를 분산시켜 부정적인 정서가 완화된다는 주장 등이 있다. 이처럼 NSSI는 부정적인 정서를 개인이 다룰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개인에서 좀 더 범위를 넓혀서 가족으로 보면 신체, 정서적 학대나 부모 혹은 가족원의 음주, 약물 남용, 가족 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거나 부모의 불화, 사망, 이혼 등으로 인한 부모와의 이별이 자살, 자해 시도의 중요한 예측 요인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다시 범주를 더 넓혀 학교로 보면, 청소년기의 또래 관계는 매우 중요한데 학교에서의 소통의 부재, 집단 괴롭힘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아이들이 속하여 있는 사회 문화에서도 자해를 소재로 한 SNS와 노래들은 아이들에게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이러한 NSSI를 하고 있는 수많은 타인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자해 행동을 모방하면서 처음에 순간적인 강렬한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들해지게 되고, 변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의 부정적인 감정은 여전히 남기 때문에 아이들은 점차 반복되는 자해에 중독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형적인 NSSI는 여러 번 발생하면서 만성적인 경과를 가지게 된다.

◇ 치료

그렇다면 이러한 NSSI를 막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NSSI가 기본적으로 자신이 경험하는 현실에서의 부정적인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러한 감정들을 잘 관리,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최우선이 된다.

따라서, 마음챙김은 자신의 자해 행동을 마음챙김 기법을 통해서 확인하고 이해하도록 돕고, 더 적응적으로 심리적인 괴로움과 고통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자해의 비약물학적인 치료에서는 기본적인 치료 요소로서 여러 프로그램 등에 녹아들어가 있다.

비약물학적 심리치료 - 변증법적 행동치료

구체적으로 어떠한 비약물학적 심리치료 방법들이 사용되는 지를 알아보면, 정서조절에 취약한 NSSI가 있는 개인들을 위해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변증법적 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 therapy, 이하 DBT)다. 

DBT는 경계선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이하 BPD) 진단을 받은 심각하고 만성적인 자살 위기자를 위해 개발된 치료기법으로, DBT 기술훈련(DBT-skills training, 이하 DBT-ST)도 자해·자살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하며, 이러한 DBT-ST는 마음챙김 기술, 정서조절 기술, 고통감싸기 기술, 효과적인 대인관계 기술 등을 그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다.

초기에 이 기술들은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개발됐지만, 기술 자체는 누구에게나 유용한 사회적·정서적 생활 기술로써,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성장 과정에서 겪는 자신에 대한 혼란스러움, 정서조절의 어려움, 충동성, 대인관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고, 이러한 점 때문에 DBT 기술을 익히는 것이 현재로서는 1차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DBT가 한계를 갖는다는 점도 함께 이해하는 것은 필요하다. 자해치료 연구가 시작되면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고 현재도 제일 기본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 것은 DBT이나, DBT의 NSSI 자체에 대한 효과에서는 그 영향이 그다지 유의하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보고를 한 것은 역설적으로 DBT를 개발한 Linehan 자신으로, BPD 여성 환자군을 대상으로 했을 때 막상 DBT는 BPD 여성 환자군에서 임상문제 전반에서 효과를 보였으나, 막상 NSSI의 완화에 미치는 영향은 유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성인의 NSSI에 대한 DBT의 뚜렷한 우월성을 제시하지 못한 연구들이 있어서, DBT가 NSSI 완화를 위해서 근거 기반으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치료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어렵다고 보는 시각들도 있다.

비약물학적 심리치료 - 인지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 역시 전통적인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자해 행동에 적용돼 왔다. 인지치료는 문제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이러한 자해 행동을 가져오는 역기능적인 태도와 핵심 신념을 변화시켜서, 자해를 발생시키는 자동적이고 부정적인 사고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치료의 초반에는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서 이러한 자동 사고가 발생하고, 이것이 부정적인 정서를 발생시켜 결과적으로 자해 행동을 가져오는 지를 구분해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 된다. 이후에는 치료자와 함께 이러한 부정적 사고를 변화시키는 방법들을 함께 연습하게 된다.

인지행동치료도 근거 기반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이나, 아직 NSSI에 대한 효과성은 충분히 확립돼 있지 않다고 한다. 특히 대부분의 개입에서 단기간 내에는 치료적인 효과가 나타나나 장기적으로도 유효성을 보이는지에 대한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국내 개발 치료 프로그램

아직 이러한 치료들의 근거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시급한 임상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많은 치료 프로그램들이 개발돼 공개돼 있다. 이 치료 프로그램들은 앞서 소개된 치료방법들 중에서 효과가 있다고 하는 부분들을 뽑아서 통합적으로 구성한 것들이다.

제일 대표적인 것으로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개발한 청소년 자해행동 예방과 개입 프로그램(Adolescent Self-injury Intervention Skills Training, ASIST), 간략하게 적용이 가능한 변증법적 행동치료를 적용한 청소년 자해 예방교육 나일락 프로그램, 자살예방 인지행동 치료 프로그램인 하루(청소년청년용, 중장년용, 노년용으로 구분되어 있음), STOP 자해 예방 프로그램 등이 개발돼 온라인으로 공개돼 있으므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

보통은 워크북이 있고 이를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위해 치료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실제 적용 매뉴얼과 함께 한 세트로 제작해 배포가 되고 있고, 실제 이의 적용을 위한 워크샵도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약물치료

한편 약물학적으로는 어떠한 가에 대해서 최근에 무작위 통제 연구들을 메타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약물들은 자해 사고와 행동의 빈도를 8% 정도 줄이고 증상과 심각성을 0.2 표준편차 만큼 감소시켰다고 한다.

여러 정신과 약물들을 함께 분석했는데 평균보다 더 큰 치료효과를 보인 약물로는 항정신병약물 종류와 citalopram 및 ketamine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약물연구에서는 등록기준에서부터 막상 자살에 대한 고위험 대상자들을 제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살 및 자해 위험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편향될 수 있다고 하며,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효과를 보이기는 했지만 그 효과 크기가 작아서 이것이 실제 임상에서 체감될 정도인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약물치료에서도 NSSI에 어떠한 약물들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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