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이 PPI보다 우월하다? 아직 입증된 바 없어!
에소메프라졸 40mg 대비 비열등성 검증수준
성균관의대 이준행 교수 |
위식도역류질환(GERD)의 약물치료에서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오랜 기간 표준으로 자리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PPI의 약효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성분을 섞은 복합제 또는 PPI와 다른 기전을 갖춘 신규약제가 등장함으로써 처방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혹자들은 이 과정에서 기존의 표준요법으로 자리해 온 PPI의 입지에 변화가 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학계 전문가들 대부분은 GERD의 치료에 있어 PPI의 임상역할과 비중이 건재하다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위장관질환 분야의 석학이자 임상의학자인 성균관의대 이준행 교수(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는 이와 관련해 약물학적 특성이 다른 약제가 등장한 것이 더 우월한 약제, 즉 PPI 제제보다 강력한 위산분비억제제가 나온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신규약제의 처방승인을 위한 비열등성(non-inferiority) 검증목적의 임상시험에서 PPI 대비 우월성(superiority)을 입증한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점에 근거한다. 대부분의 승인 임상시험에서 시험약물인 신약과 대조약물인 PPI(예; 에소메프라졸 40mg)의 효과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준행 교수로부터 위장관질환 치료에 있어 PPI 제제의 임상근거와 향후 처방입지의 변화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
Q. 국내 GERD 유병률은 어느 정도로 추정되나?
유병률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해볼 수 있다. 먼저 산역류, 속쓰림, 가슴쓰림과 같은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병태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증상유무와 무관하게 내시경 소견상으로 확인된 GERD의 유병률을 집계할 수도 있다. 두 가지 병태가 겹치는(overlab) 사례도 고려해야 한다.
건강검진 등을 시행하는 환자들의 내시경 소견 또는 설문으로 나타난 증상기반 유병률을 비교해 보면, 증상이 있는 분들이 최소한 10% 이상에 해당한다.
그리고 내시경 소견상 역류성식도염이 있는 경우가 10% 이상이다. 두 가지가 겹치는 비율은 3% 정도다.
이상의 유병사례를 모두 합치면 대략 국내 GERD 유병률이 17%가량이 될 것으로 본다. 다만 건강검진이 아니고 내원해 진단을 받는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우리나라 GERD의 유병률은 더 높게 집계될 수도 있다.
Q. GERD의 치료목적은?
GERD의 치료 역시 크게 두 가지 물줄기를 목적으로 진행된다. 먼저 증상기반으로 진단을 받으신 분들은 해당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가슴쓰림과 위산역류 증상만 보이는 비미란성의 경우,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수시로 또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란성의 경우 내시경 소견상 점막손상을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점막손상 치료의 목표는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있다.
Q. 약물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약물치료는 위산분비억제제가 핵심이다. 과거 20년 전에는 약한 약물을 사용하다가 점차 강한 쪽으로 조절하는 스텝업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PPI 등장 이후부터는 일단 강한 약으로 증상을 조절하고, 이후에 생활습관과 증상의 변화를 봐서 조금씩 줄여 나가는 스텝다운 방식으로 변경됐다.
치료과정은 초치료와 유지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최근의 초기치료는 대부분 스텝다운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고령 등으로 약물복용이 어려운 분들이나 임산부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텝다운 방식을 선호한다.
일단 PPI와 같은 강력한 위산분비억제제로 증상을 조절하고 예후에 따라 강도·용량을 줄여가는 방식이다.
Q.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와 방법은?
GERD는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다. 장기적으로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 또는 병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지요법이 필요한 이유다. 유지요법은 다시 몇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략이 바로 온디맨드 요법(on-demand treatment)이다.
증상이 있으면 약을 쓰고 하루·이틀 증상이 없으면 약을 끊는, 즉 증상에 따라서 복용하는 방법으로 가장 교과서적이고 흔히 쓰이는 방법이다.
간헐적 요법(intermittent therapy)도 있는데, 한 번 증상이 있으면 약을 2주에서 4주 지속적으로 복용하다가 괜찮아지면 끊는 것이다.
현재는 증상이 좋아지면 바로 약을 끊는 온디맨드와 비교해 큰 이득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온디맨드 방식이 주로 쓰인다. 여기에 역치요법(threshold therapy)이라고 해서, 환자 개개인 별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최소용량을 적용하는 맞춤형 방식도 있다.
Q. 약물치료 처방의 역사는?
역사적으로 제산제와 H2수용체차단제(H2RA)에 이어 강력한 위산분비억제제인 PPI가 1세대, 2세대까지 처방되고 있다.
신규계열까지 등장해 처방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해도, 현재까지는 PPI가 치료의 핵심이다. 임상경험 역사가 길고,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충분히 확보돼 있어 GERD 약물치료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PPI는 개발된지 40여년이 됐지만, 임상에서 널리 쓰이게 된지는 20~25년 정도다. 세대를 거치면서 처방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메프라졸과 같은 1세대는 약효가 다소 약한 측면이 있었으나, 에소메프라졸과 같은 2세대에서는 강력한 위산분비억제 효과를 발휘하면서 치료의 핵심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한·일 등에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데, 가장 강력한 위산분비억제제인 에소메프라졸과 비슷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좀 더 강한 위산분비억제능을 보인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P-CAB은 아직까지는 한·일 그리고 소수의 나라에서 몇 년 이내의 임상경험만 있기 때문에, 충분한 임상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고 안전성에 대한 추가정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Q. 에소메프라졸이 PPI 처방확대를 견인한 배경은?
에소메프라졸은 기존 PPI 제제의 화학구조에서 효과에 더 우수하게 작용하는 이성체만을 선택한 2세대 약제다.
따라서 1세대 오메프라졸에 비해 약효가 더 강하고 부작용은 줄어드는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약효를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오메프라졸은 표준용량이 20mg이었다. 그런데 안전성의 향상으로 에소메프라졸은 40mg을 표준용량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더 강한 약을 더 안전하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Q. PPI 제제의 유효성 임상근거는?
PPI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많은 연구가 진행돼, 근거가 매우 풍부한 편이다. 최근까지 새로 개발된 약물도 주로 PPI에 제산제를 섞어서 신속한 증상완화에 도움을 더 주는 방식이다.
즉 초치료 유효성의 개선이 PPI 제제를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P-CAB 처럼 완전히 다른 기전의 위산분비억제제도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규약제들이 처방승인을 받기 위한 임상시험의 대조약으로 PPI 제제 에소메프라졸을 대부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임상시험의 주된 목적은 신규약제들이 에소메프라졸과 비교해 열등하지 않다는 것(비열등성, non-inferiority)을 입증하는데 있다.
이는 새로이 개발되는 신약들이 대조군으로 선택할 만큼 유효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돼 있는 약제가 바로 PPI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PPI 계열에는 에소메프라졸, 라베프라졸, 란소프라졸, 판토프라졸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표준용량을 기준으로 했을때 유효성은 에소메프라졸, 라베프라졸, 란소프라졸, 판토프라졸 순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초기의 증상 개선율에 있어 PPI 효과의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초치료 약제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Q. 안전성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는데?
PPI와 관련해서는 부작용의 우려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훨씬 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PPI 제제의 가장 큰 특장점은 오랜 처방경험을 통해 다량의 임상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만큼 유효성에 대한 많은 검증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검증도 활발했는데, 대부분 소규모로 질적인 측면에서 점수가 낮은 연구들에서 위험성이 제기돼 왔다.
반면 대규모이자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에서는 위험성이 대부분 부정되거나 최소 수준인 것으로 일관되게 보고됐다.
현재로서는 전문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거의 대부분 임상적 의미가 미미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주로 위산을 억제하기 때문에 몸의 균에 다소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
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세균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위산을 높이면 균에 의해 장에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일으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는 여전히 고려되고 있으나, 그 외 기타의 부작용들은 현재 더 이상 고려되지 않고 있다.
Q. PPI 계열내에서 안전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지?
앞서 언급했듯이 오메프라졸과 에소메프라졸은 일부 같은 화학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만 에소메프라졸이 안전하고 효과가 좋은 이성체만을 선택해서 개발된 약이기 때문에 유효성은 물론 안전성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편 라베프라졸, 판토프라졸, 란소프라졸 등 다른 PPI 제제는 다른 화학구조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별도의 안전성·유효성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다.
이들과 비교해 에소메프라졸은 가장 강력한 동시에 오래 가는 약이라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됐던 만큼, 안전성 프로파일이 가장 잘 확립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Q. 소화성 궤양 치료에서 PPI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사회 고령화로 인해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NSAID)를 사용하거나 아스피린과 유사한 여러 종류의 항혈소판제로 치료받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약제들은 소화성 궤양이라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특히 고령자에서 사례가 더욱 빈번하다. 이로 인한 출혈·협착·천공 등으로 외래나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일정 부분 이상의 리스크가 있는 분들, 즉 고령이거나 동반질환이 다수 있는 경우와 다량의 약물복용 또는 항혈소판제나 NSAID의 용량이 많은 경우에는 예방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약물 유발 소화성 궤양의 예방에는 PPI가 사용되고 있다.
소화성 궤양의 예방을 목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돼 있는 약제가 바로 에소메프라졸 20mg이다. 연구에서는 하프도즈(half dose) 에소메프라졸을 NSAID 또는 아스피린 계열의 항혈소판제와 함께 사용함으로써 위장관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Q. 향후 위장관질환 치료에서 PPI의 임상역할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현대인은 과거에 비해 위산 분비량이 조금 더 늘었다고 한다. 위산 관련 증상 및 질환이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산분비억제제의 임상적 역할과 비중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일례로 GERD는 만성질환인데다 식후 속쓰림이 오기 때문에 지속적인 증상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지 않고 자가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건강검진이나 외래방문 시 증상평가를 잘 해서 숨어 있는 GERD 환자는 아닌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진단의 한 방법으로 PPI를 적절하게 투여해 증상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된다.
한편 GERD의 경우는 유지요법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외래에서 환자를 보면, 일정 기간 증상이 좋아졌다가 약을 끊으면 재발해서 병원을 찾는 불편을 겪는 분들이 많다.
따라서 PPI 유지요법을 잘 안내해 지속적인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환자분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