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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감염 환자 PTSD 관리

기사승인 [103호] 2021.09.06  18: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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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은 제주의대 교수(제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COVID-19 시대 PTSD 위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는 죽음, 심각한 부상, 혹은 성폭력 등과 같이 통상적인 경험의 범위를 넘어서는 강한 두려움, 또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외상 사건(traumatic event)에 노출되는 경험 이후에 발생된다.

PTSD 환자들은 외상성 사건을 선명하고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재경험하고, 외상을 생각나게 하는 것들을 회피하는 증상을 보인다. 또한 위험에 대한 과도한 경계와 과민성, 집중 곤란 및 수면 문제 등 과각성 증상을 보이고, 외상사건의 원인이나 결과에 대해 자신이나 타인을 비난하고 두려움, 공포, 분노, 죄책감 및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된다.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PTSD의 원인인 심각한 외상사건이 될 수 있다. 치명적인 질환에 걸려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병원에 홀로 격리된 상태에서의 강도 높은 스트레스, 타인을 감염시킬 수도 있다는 두려움 등이 감염자에게는 외상사건으로 경험되기에 충분하다.

이로 인한 PTSD 증상은 과도한 각성으로 인한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어렵게 하고 주의 집중에도 지장을 줘 일상생활 및 직업 기능 수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감염병으로부터 완치된 후에도 환자들은 치료와 격리 상황과 연관된 자극에 대해 학습된 공포 반응을 보이게 되는데, 예를 들면 폐쇄된 장소를 기피하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극도로 기피하는 행동을 보인다.

또한, 사회적 낙인 및 사회적 적대감에 시달리고 혐오 반응과 차별로 인한 부적응을 장기간 경험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대인관계 면에서 신뢰, 소속감, 희망의 상실을 경험하고 사회적 고립, 우울 등의 심각한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게 된다.

COVID-19와 PTSD 간 연관성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에서 감염병과 PTSD와의 연관성이 보고된 바 있다. 신종감염병으로는 2003년 30개국에 걸쳐 대유행하였던 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당시 홍콩 지역 SARS 생존자 9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그 중 47.8%가 SARS 이후에 PTSD 증상을 경험했으며 그 중 25.6%는 30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정신건강문제가 지속되는 경과를 보였다.

국내의 경우 2015년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에 대한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된 바 있다. 국내 MERS 생존자 148명 중 63명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결과, 그 중 27명(42.9%)은 1년 후에도 PTSD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MERS 감염의 심각도 및 증상과 상관없이 생존자들은 사회적 낙인을 보다 높게 인지할수록, 감염 당시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1년 후 PTSD 위험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보였다.

2019년 12월 발병 이후 종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COVID-19 상황은 SARS와 MERS보다 심한 감염병 재난이라 할 수 있으며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1차 피해자인 감염자 또는 격리자는 심각한 PTSD 증상을 보일 수 있음이 미루어 짐작된다. 한 이탈리아 연구에 따르면 COVID-19 감염 후 치료를 마친 환자 402명을 한달 간 추적한 결과 그 중 28%의 환자들이 PTSD 증상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COVID-19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완치 후 1개월 지난 시점에서 정신건강문제를 조사하였을 때 이들 중 10%에서 PTSD와 우울증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OVID-19와 연관된 PTSD는 환자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보다 심각한 위험군이 바로 의료종사자라는 연구들이 보고됐다.

최근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COVID-19 상황에서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력의 28.9%가 PTSD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연구에서도 세 곳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300명을 대상으로 COVID-19와 관련한 정신건강문제를 조사한 결과 이 중 36.7%가 PTSD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바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PTSD의 위험이 COVID-19 환자 및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력 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 및 주변 이웃, 유행 지역 방문자 등 보다 넓은 범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시행된 총 35개의 감염병에 따른 PTSD 유병률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한 메타분석이 시행됐다. 이 연구에서는 SARS, MERS 및 COVID-19 감염 회복 후의 경과를 종합한 결과 생존자 10명 중 약 3명에서, 의료인력의 경우 10명 중 약 2명에서, 그리고 일반인구의 경우 10명 중 약 1명에서 PTSD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의료인력의 경우, 업무 과정에서의 과로와 소진, 무력함, 격리 경험 등이 PTSD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생존자 및 일반인구에서는 감염 위험과 관련된 두려움과 공포가 심해지고 주변의 혐오 반응이 더해지면 극심한 스트레스 즉 외상 경험이 될 수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경제활동 제한 등 정부의 제한적 조치, 미디어 정보에 대한 과도한 노출 등이 PTSD의 위험요인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TSD 치료전략

PTSD는 다양한 임상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적절한 개입을 위해서는 주의 깊게 질문하고 조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겉으로 표출되는 임상증상을 넘어서 존재하는 외상의 병력과 양태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COVID-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의 경우, 전파양상, 치명률,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재한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감염자는 보다 심각한 공포와 불안을 경험하고, 그에 더해 심각한 차별과 혐오 속에 놓이게 된다. 이렇듯 감염병 환자가 경험하는 외상반응의 다양한 측면 즉, COVID-19의 병력, 증상의 다양성, 개인의 상황 및 현실적 여건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증상을 조기에 발견, 적절한 치료적 개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감염자에서 외상반응은 일과성으로 나타나고 가벼운 증상이 출현했다가 자연히 해결되는 정도로 지나가지만, 일부 사람에게는 만성화 되고 심각한 수준의 사회적 기능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초기 발생 단계에서 개인별 위험요인과 어려움의 수준을 평가하고 그에 맞는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PTSD로의 진행과 만성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PTSD 치료는 크게 심리사회적 치료와 생물학적 치료로 구성된다. 심리사회적 치료에는 인지치료, 노출치료, 안구운동 민감소실/재처리 요법(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 불안관리, 정신교육 등이 있으며, 환자 스스로 자신의 반응을 이해하고 관리하도록 돕는 정신건강교육(psychoeducation)과 안정화(stabilization)를 위한 대처기술 습득, 외상기억(traumatic memory)의 교정과 처리를 돕는 과정이 포함된다.

생물학적 치료 중 약물치료의 경우 심각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외상으로 인한 신경생물학적 이상을 규명한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에 영향을 주는 약물이 주된 치료제로 선택된다. 더 나아가 PTSD의 치료 과정에는 부차적인 심리사회적 스트레스를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하고,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등의 과정이 포함된다.

PTSD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재난이나 외상사건 후에도 세상이 극도로 위험하며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믿음을 가지기 쉽고, 또는 스스로를 매우 무기력하고 취약한 사람이라 여긴다. 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이해하고 대처 방법을 일상의 생활로 통합시키기 위해서는 특히 치료자의 지지적이고 수용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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