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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별 혈전성향이 심혈관질환 차이 만든다

기사승인 [97호] 2021.03.08  16: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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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인 낮은 혈전성향, ASCVD 아웃컴에 영향
항혈전치료 등 맞춤형 치료전략 필요해

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의 유병률과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인종에 따라 심혈관질환의 유병률과 예후가 다르다는 근거들이 축적되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종별 특징에 따라 맞춤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경상의대 정영훈 교수(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팀은 혈전성향(thrombogenicity)을 인종별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의 임상적 아웃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지목했다. 정 교수팀은 대한심장학회지(Korean Circulation Journal) 3월호(2021;51:e31)에 발표한 종설(State of the Art Review)을 통해 “인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혈전성향이 아웃컴 및 치료전략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죽상동맥경화증에 대한 혈전성향의 영향

종설에서는 대부분 국가에서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들은 대부분 백인을 대상으로 한 주요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인종 간 차이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연구 인종 간 혈전성향과 항혈전제에 대한 반응에서 차이가 보인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팀은 혈전성향이 죽상동맥경화증과 연관성을 보이는 인자라는 점을 주목했다. 동맥 및 정맥 죽상동맥경화성 사건은 취약한 혈액과 취약할 혈관 혈관(혈관 벽), 울혈 간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서 발생한다. 특히 취약한 혈액, 즉 혈전성향은 세포구성과 혈장인자(염증, 응고전구체, 항응고제, 섬유소용해인자)와 복잡한 상호관계로 구성되고, 혈전성향의 정도는 죽종의 발생과 죽상동맥경화성 사건의 임상적 발생에 대한 결정인자로 작용한다.

인종 간 ASCVD 아웃컴 차이

다양한 임상적 역학적 근거에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발생률과 사망률이 인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도 여기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으로 제시했다. 동아시아인과 비교했을 때 백인의 관상동맥질환 이환율과 사망률은 더 높게 나타난다.

여기에 더해 “내피 기능부전과 울혈에서 인종에 독립적인 차이를 뒷받침해주는 근거는 부족한 반면 응고, 섬유소, 염증 프로파일에서 인종 간 차이를 보여주는 임상적 근거들은 많다”며 혈전성향에 대한 임상적 근거여부에도 힘을 실었다.

인종 간 차이에 대한 주요 근거

정 교수팀은 인종 간 혈전성향의 차이와 이로 인한 임상적 아웃컴에 대한 영향을 평가한 연구들이 다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국가 다기관 CONFIRM 등록사업연구에서는 백인보다 동아시아인의 사망 또는 심근경색증 연간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인종 간 발생률의 차이는 혈전성향 정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다른 7개의 역학 연구에서도 염증, 혈액학적 인자, 혈장 내피 활성화 마커들을 비교한 결과 흑인이 가장 높은 혈전성향을 보였고, 동아시아인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인종간 혈전성향이 관련된 생물학적 마커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도 언급했다. REACH 연구에서는 2년 추적관찰 결과 흑인에서 심혈관 사망률이 가장 높았고 아시아인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CHARISMA 연구에서는 항혈소판요법 기간 중 아시아 환자에서 허혈성 사건이 가장 낮았고 반면 출혈 위험은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NCDR 자료 분석결과에서도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후 임상적 아웃컴은 아시아인에서 더 좋았고, 스텐트 혈전증 발생률 역시 동아시아 환자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종설에서는 “동아시아인에서 더 낮은 혈전성향이 확인되고 있는만큼 항혈전요법을 적용할 때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PCI 치료를 받은 고위험군에서 강력한 이중혈소판요법(DAPT)를 시행할 때 항허혈 효과와 출혈 위험 간 균형을 더 고려해야 하고, 직접경구용항응고제(DOAC) 적용 시에도 이를 고려해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OVID-19 아웃컴에 대한 영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감염 예후에도 인종 간 혈전성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COVID-19는 감염 후 증상 발생-폐 증상 발생 - 고염증, 사이토카인 스톰, 심근손상 바이오마커 수치, 이환율 및 사망률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혈소판이 과잉활동하게 되고 이로 인해 프로트롬빈 강도가 높아져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메커니즘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응고장애가 높은 COVID-19 환자의 예후에 프로트롬빈 상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중증 COVID-19 환자에서는 D-dimer, 피브리노겐, von Willebrand 인자 수치가 높았고 항트롬빈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미국, 유럽 거주 환자들이 아시아 환자들보다 예후가 더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런 취약성은 사회적·경제적 인자로는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이에 추가적으로 “동아시아인에서 나타나는 낮은 혈전-염증 활동이 더 나은 COVID-19 아웃컴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주요저자인 정영훈 교수는 “동아시아인에서 보이는 독특한 ‘응고-염증’ 경향의 차이가 심혈관질환 발생 및 혈전증 치료에 따른 허혈 사건과 출혈 사건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고, 더 나아가 COVID-19 감염증의 예후와 치료 방향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정리하며, “인종이 가지는 혈전성향에 기반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이 향후 나아가야할 치료 방향이다”고 제언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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