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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강하제는 진화하고 있다

기사승인 [113호] 2022.07.05  12: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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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응증 확대 도전하며 변신 중
심혈관질환·심부전·신장질환·비만에 적응증
NAFLD 치료·당뇨병 예방에도 문 두드려

당뇨병 치료에 처방되는 혈당강하제의 적응증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는 혈당강하제 계열들은 혈당조절 혜택을 적응증으로 승인받아 당뇨병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복잡다단(複雜多端)한 당뇨병의 병태생리를 공략할 다양한 기전특성의 혈당강하제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혈당강하제가 갖춰야 할 무기로 혈당조절 이외에도 심혈관보호효과·신장보호효과 등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s)를 더 요구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각의 혈당강하제 계열들은 심혈관질환, 심부전, 신장질환,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 비만, 당뇨병 예방 등의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적응증 추가에 도전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혜택

먼저 혈당조절 외에 혈당강하제의 적응증 확대작업이 가장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분야는 심혈관질환이다. SGLT-2억제제(SGLT-2i)와 GLP-1수용체작용제(GLP-1RA)를 중심으로 신규계열의 약제들이 혈당조절에 더해 심혈관질환 예방혜택까지 검증받고 이 분야에서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받고 있다.

고혈당과 심혈관질환

당뇨병 치료의 1차목표는 혈당조절이다. 하지만 혈당조절의 궁극적인 목적이 대혈관합병증과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줄이기는데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혈당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이자 치료타깃이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 죽상동맥경화증 -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초기단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 즉 혈당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고혈당의 병태가 혈관의 구조·기능적 퇴행의 결과인 죽상동맥경화증을 거쳐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혈당조절 → 심혈관질환 예방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혈당조절을 통해 대혈관합병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혈당강하제의 혈당강하 효과는 검증돼 있었지만, 혈당이라는 지표(marker)의 개선이 심혈관사건(심근경색증·뇌졸중·심혈관 원인 사망)이라는 궁극적인 임상결과(clinical outcomes)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던 것.

특히 혈당강하제를 통한 혈당조절이 심혈관질환 예방을 담보한다는 공식이 성립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집중 혈당조절의 임상혜택을 입증한 UKPDS 연구를 통해 2형당뇨병 환자의 대혈관합병증 위험감소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ACCORD 연구 등을 거치면서 집중 혈당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이로 인한 사망을 막아내겠다는 도전은 위기를 맞았다. 심지어 티아졸리딘디온계의 로시글리타존 파동으로 인해 심혈관질환 위험감소에 기여해야 할 혈당강하제들이 심혈관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하는 위치에까지 놓였다.

하지만 혈당강하제의 도전은 계속됐고, SGLT-2억제제 엠파글리플로진을 검증한 EMPA-REG OUTCOME 연구를 시작으로 일련의 심혈관 아웃컴 임상연구(CVOT, Cardiovascular Outcome Trials)를 거치면서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정설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ADA 가이드라인

현재 처방 가능한 혈당강하제의 심혈관질환 혜택 관련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대표적 사례는 미국당뇨병학회(ADA)의 2022년 당뇨병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겠다. ADA는 가이드라인의 약물치료 섹션에서 각 계열약제의 특성을 ‘표’로 만들어 제시하고 있는데, 이 안에 심혈관질환은 물론 심부전·신장질환에 대한 각 계열의 혜택 및 적응증 여부가 언급돼 있다.

특히 2022년 가이드라인에는 혈당강하제의 대혈관합병증 및 미세혈관합병증 관련 약제특성이 업데이트돼 있다.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심부전(HF)·만성신장질환(CKD) 약제특성 부문이 개정된 것.

SGLT-2억제제 중에서는 카나글리플로진이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심혈관질환 혜택 관련 적응증을 승인받았다는 내용이 처음 언급됐다. 엠파글리플로진 역시 예년과 같이 심혈관질환 적응증 승인 약제로 자리를 지켰다. 이는 각각 EMPA-REG OUTCOME(엠파글리플로진)과 CANVAS(카나글리플로진) 연구에 근거한 결정이다.

GLP-1수용체작용제 중에서는 둘라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피하주사제) 등이 FDA로부터 심혈관질환 혜택과 관련해 승인받은 약제로 언급됐다. REWIND(둘라글루타이드), LEADER(리라글루타이드), SUSTAIN-6(세마글루타이드) 등의 연구에 근거한 결정이다.

심부전·신장질환

2022년 ADA 가이드라인에는 ASCVD에 더해 심부전·CKD와 관련한 적응증 여부도 언급돼 있다. 먼저 지난해 가이드라인에서는 SGLT-2억제제 다파글리플로진이 FDA로부터 심부전 적응증을 승인받은 내용이 수록됐는데, 올해는 엠파글리플로진도 심부전 적응증 승인된 약제로 이름을 올렸다. 심부전 혜택을 검증받은 SGLT-2억제제 목록에 엠파글리플로진,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에 이어 에르투글리플로진(ertugliflozin)이 처음 언급된 점도 새로운 변화다.

신장질환과 관련해서는 이전 가이드라인에서 SGLT-2억제제 카나글리플로진의 CKD 적응증 허가 소식에 이어 올해는 다파글리플로진의 CKD 적응증 승인 소식도 추가됐다. GLP-1수용체작용제와 관련해서는 CVOT에서 신장질환 종료점 혜택이 우수했던 약제로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피하주사제), 둘라글루타이드 등이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NAFLD

혈당강하제가 혈당조절과 심혈관질환 외에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적응증 분야가 또 있는데,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이 대표적이다. 아직 NAFLD 치료에 적응증을 승인받은 혈당강하제는 없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간기능 지표의 개선혜택을 보고하며 유관학회의 가이드라인에 NAFLD 치료전략의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당뇨병과 간질환

NAFLD는 당뇨병 관리의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주요한 위험인자다. 일련의 연구에서 2형당뇨병과 NAFLD가 상호 위험인자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보고돼 왔다. 특히 혈당강하제를 대상으로 NAFLD 치료 가능성을 검증한 연구들이 많은데, 이는 당뇨병과 NAFLD의 병태생리에서 기인한다.

우선 인슐린저항성이나 비만이 NAFLD 이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인슐린저항성 개선기전의 티아졸리딘디온계(TZD) 또는 체중감소 등 다면발현기전(pleiotropic effects)의 SGLT-2억제제와 같은 특정 계열의 혈당강하제가 NAFLD 관련 지표들을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TZD & SGLT-2i

혈당강하제의 간기능 개선혜택 가능성을 시사한 사례로는 SGLT-2억제제 엠파글리플로진을 대상으로 한 E-LIFT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엠파글리플로진은 Diabetes Care에 게재된 임상연구에서 지방간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당뇨병 표준치료에 엠파글리플로진 10mg 요법을 더한 결과 유의한 지방간 감소효과가 나타난 것.

또 다른 SGLT-2억제제 이프라글리플로진도 NAFLD 지표를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Clinical Drug Investigatio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인크레틴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2형당뇨병 동반 NAFLD 환자에게 이프라글리플로진을 추가투여한 결과 혈당은 물론 체중·간염증·간섬유화 등 지방간질환 관련 지표들이 일제히 개선됐다.

한편 NAFLD 치료에는 체중감량·식이조절·운동 등의 생활습관교정과 함께 인슐린저항성 개선기전의 혈당강하제, 즉 티아졸리딘디온계가 유효하다는데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티아졸리딘디온계가 지방조직·근육·간 등에서 인슐린저항성 개선을 통해 항염증작용을 나타내고, 궁극적으로 에디포넥틴 분비를 촉진시켜 지방간 감소 및 간세포 염증·손상을 호전시킨다는 것이 중론이다.

피오글리타존의 경우,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환자에서 진행성 간섬유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메타분석 결과가 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되기도 했다. 총 8개의 임상연구를 종합분석한 결과, 피오글리타존 요법이 진행성 간섬유화(odd ratio 3.15, P=0.01), 모든 단계의 간섬유화(1.66, P=0.02), NASH(3.40, P<0.001) 등의 지표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베글리타존도 당뇨병 환자에서 간기능 개선효과를 보고한 바 있다. 연세의대 이병완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팀의 ELEGANCE 연구에서 NAFLD를 동반한 2형당뇨병 환자에서 로베글리타존을 투여해 지방간 및 간기능 개선혜택과 함께 혈당조절 효과를 검증한 것이다. 결과는 로베글리타존이 지방간 수치를 유의하게 감소시키는 동시에 간기능 개선은 물론 혈당강하와 일부 지질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대한간학회 가이드라인

한편 대한간학회는 지난해 NAFLD 진료지침 개정판을 내놓았는데, 여기서 혈당강하제 치료전략을 언급하고 있다. NAFLD 약물치료 전략의 하나로 티아졸리딘디온계 혈당강하제 피오글리타존을 꼽은 것. 가이드라인에는 피오글리타존이 당뇨병 동반 여부와 무관하게 간조직검사로 진단된 NASH 환자의 지방간염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돼 있다.

비만

최근의 신규계열 혈당강하제 중에는 체중감소 측면에서 탁월한 성적을 보고하며, 비만치료제로 등극한 약제도 있다. 과거 혈당강하제 치료의 주요 부작용 위험 중 하나가 체중증가였는데, 체중에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시키는 계열이 등장한 것이다.

일례로 DPP-4억제제는 체중을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는 중립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SGLT-2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 계열은 일련의 임상연구에서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가운데 비만치료제로 전환에 성공한 계열이 바로 GLP-1수용체작용제다. 혈당강하제와는 다른 용량을 적용한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등이 비만치료에 적응증을 획득해 처방되고 있다.

당뇨병 예방

혈당강하제가 도전하고 있는 또 다른 적응증 분야 중에는 당뇨병 예방도 있다. 아직 당뇨병 예방에만 적응증을 허가받은 혈당강하제는 없지만, 메트포르민을 중심으로 여러 계열의 약제들이 당뇨병 예방효과를 속속 보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당뇨병학회는 2021년 발표한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30~70세의 BMI 23kg/㎡ 이상인 당뇨병전단계 대상자에서 2형당뇨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메트포르민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ADA도 2022년 가이드라인에서 “BMI 35kg/㎡ 초과, 25~59세 연령대, 높은 공복혈당(FPG ≥ 110mg/dL), 높은 당화혈색소(A1C ≥ 6.0%), 임신성 당뇨병 병력 여성에 해당하는 당뇨병전단계 환자에서 2형당뇨병의 예방을 위해 메트포르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ADA는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 이환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된 약제로 메트포르민, α-글루코시다제억제제, 리라글루타이드, 티아졸리딘디온계, 인슐린 등을 언급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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